대학생 해외 봉사활동 ‘건강 주의보’...복통 호소에 홍역 확진까지
상태바
대학생 해외 봉사활동 ‘건강 주의보’...복통 호소에 홍역 확진까지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9.01.10 20: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캄보디아 봉사활동 간 건양대 학생 2명 숨져...KOICA 단원들도 매년 질병으로 고생 / 신예진 기자

해외 봉사 활동은 대학생들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해외 봉사 활동을 간 일부 학생들이 예기치 못한 사고를 당하거나 질병에 걸리는 등 잇따른 사고로 학생들의 안전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역 대학, 기업들은 방학을 맞아 학생들의 해외 봉사 활동을 적극 지원한다. 학생들은 전공을 살려 현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글 교육, 미술 교육, 한국 문화 교육 등을 벌인다. 실생활과 직결되는 환경 정화 활동, 교통 안전 교육, 의료 활동 등도 실시한다. 대개 이들은 인프라가 부족한 인도, 필리핀, 캄보디아, 베트남 등 개발도상국으로 떠난다.

해외 봉사 활동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도 뜨겁다. 학교나 기업이 항공비, 숙박료 등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장학금 형식으로 지원해주는 곳도 있다. 또 해외봉사는 취업 준비 중 자기소개서에 한 줄 넣을 꽤 괜찮은 스펙도 된다. 학생 시절 해외 봉사 활동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직장인 권모(27) 씨는 “학교 다니면서 몇 차례 해외 봉사에 지원했지만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며 “4학년 1학기가 돼서야 기업에서 지원하는 해외 봉사 활동에 다녀올 수 있었다”고 했다.

대학교 봉사단 학생들이 어린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그러나 설레고 부푼 마음과 반대로 봉사 활동을 떠난 학생들이 중도 귀국하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현지에서 발생한 사고나 질병이 귀국 원인이 된다.

지난 6일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봉사활동에 나선 건양대 학생 2명은 지난 9일과 10일 각각 숨졌다. 이들 중 한 명은 폐렴 및 패혈성 쇼크에 의한 심정지가 사망 원인으로 확인됐다. 복수의 언론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8일부터 복통을 호소했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학생들은 링거를 맞는 등 치료를 받고 상태가 호전돼 숙소로 돌아왔다. 그러나 다음날인 지난 9일 오전 다시 복통을 호소했고 병원으로 옮겨졌다가 변을 당했다. 나머지 학생은 건강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사실상 퇴치된 홍역으로 고생하는 사례도 있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9일 태국에서 봉사활동을 마치고 입국한 A 씨는 홍역 확진을 받았다. 보건당국은 확진자가 해외 봉사활동 도중 감염된 것을 확인했다. 홍역은 사망에 이르지 않지만 전염성이 매우 강하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4년 3월 세계보건기구로부터 국가 홍역퇴치 인증을 획득한 바 있다.

실제로 해외에서 봉사활동을 펼치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 단원들도 매년 질병 등으로 일부가 국내 이송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유한국당 소속인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강석호 위원장이 지난 해 10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2018년 8월까지 해외에 파견된 봉사 단원에게 발생한 사건, 사고, 질병 등은 총 242건에 달했다. 최근 5년간 사망자도 5명이다. 이들의 귀국 원인은 뇌진탕, 뇌출혈, 폐 결절 질환, 안면 마비, 자살 충동 등 다양하다.

라오스 해외 봉사 경험을 털어놓은 B 씨도 “현지 상황이 워낙 좋지 않다 보니 거기서 뭘 하든 면역력이 약하면 병에 걸릴 수밖에 없는 것 같다”며 “내 룸메이트도 생수로 씻고 양치했는데 장티푸스 걸려서 고생했다”고 말했다. 한 네티즌도 “캄보디아로 봉사 활동 갔다가 길에서 파는 사탕수수즙 먹고 3일간 고생했다”며 “중도 하차를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경험을 공유했다.

좋은 뜻으로 떠난 해외 봉사 활동에서 불미스러운 사건이 잇따르자, 사고 방지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강 위원장은 “해외 봉사를 떠나는 KOICA 단원의 안전관리는 제자리걸음”이라면서 "안전대책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네티즌도 “풍토병은 정말 무섭다”며 “학교나 기업에서 봉사자들을 상대로 철저하게 안전관리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했다.

한편 건양대는 학생들이 귀국하는 즉시 대학병원으로 이송해 역학조사와 혈액검사를 하는 한편 심리치료도 병행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대학 관계자는 복수의 언론에 "봉사활동을 떠났다가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한 학생들의 명복을 빈다"며 "남아 있는 학생들이 하루빨리 귀국해 안전하게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