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자원봉사 ‘유기견 해외 입양 도우미’, "새 가족 찾아줄 때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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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자원봉사 ‘유기견 해외 입양 도우미’, "새 가족 찾아줄 때 행복해요"
  • 취재기자 강주화
  • 승인 2017.10.24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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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공감' 등 유기견 보호단체, 연간 수백 마리 해외 입양...해외여행하며 이동 봉사 / 강주화 기자

세상에는 별의별 직업이나 알바가 많지만 대학생 김모(23·서울 Y대 휴학 중) 씨가 하는 일은 그중에서도 특별한 일이다. ‘유기견 해외 입양 도우미’가 그 것. 한국에서 버려진 애완견을 해외의 입양 희망자에게 전달해주는 자원봉사다. 주로 미국이나 캐나다가 행선지다. 

이 일을 위해 일부러 외국행 비행기 표를 끊지는 않지만, 이런저런 일로 미국, 캐나다 등 해외여행을 할 때마다 유기견 입양 도우미 일을 한다. 그는 유기견 구조단체 SNS을 통해 입양이 확정된 강아지 중 자신과 목적지가 같은 강아지의 게시 글에 해외 입양 봉사를 신청한다. 그리고 출국하는 날 해당 유기견을 대리로 수속해 주고 유기견이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하는 것을 확인하는 것으로 그의 임무는 완수된다. 물론 이 일은 대가가 없는 무보수 자원봉사다. 김 씨는 “평소 개를 좋아해 이 일을 하게 됐다”면서 “구조단체 SNS을 통해 내가 전달한 애완견이 새 가족을 만나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을 볼 때마다 행복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유기견 해외 입양 봉사는 SNS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사진: ‘생명공감’인스타그램 캡처).

‘유기견 해외 입양’이란 버려진 개를 구조단체를 통해 해외에 입양시켜 새로운 가족을 만나게 해주는 인도주의적 봉사활동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퍼스트 독 ‘마루’처럼 일부 유기견은 우리나라 가정에 입양된다. 그런데 믹스견, 대형견, 장애견은 국내 입양이 어려워 입양 순위에서 한창 밀려 있다가 대부분 안락사당하기도 한다. ‘생명공감’ 등 유기견 구조단체는 이를 안타깝게 생각해 국내 입양이 안 되는 유기견들과 해외 입양 희망자를 SNS를 통해 매칭시키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생명공감’을 비롯, 대부분 구조단체가 자발적 봉사 참여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활동에 필요한 제반 경비는 자신들이 갹출해서 내는 돈으로 해결한다. 그런데 애완견을 항공기에 탑승시키고 그 입양 수속을 밟는 데는 사람이 나서지 않으면 안된다. 대부분 영세한 구조단체 자원봉사자들은 매번 항공기를 타고 일일이 수속을 대신해줄 만한 여력이 없다. 그래서 마침 해당 지역으로 떠나는 사람을 수소문해 대리인 역할을 부탁하고 있는 것이다.

유기견 해외 입양 구조단체는 생명공감 외에도 ‘행동하는 동물 사랑’, ‘레스큐비욘드’ 등이 있다. 이들 단체가 해외에 입양하는 애완견은 일 년에 각 각 50~150마리 정도라고 한다. ’행동하는 동물 사랑‘의 회원인 유정은 씨는 “행동하는 동물 사랑은 2012년 설립된 이래 현재 300여 마리를 수용하는 보호소다. 하지만 수용하고 있는 유기견에 비해 입양 보내는 유기견의 수가 너무 적어서 해외 입양으로 눈을 돌리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동봉사자가 꼭 필요한 이유는 많은 비용을 절약하는 대신 많은 유기견을 해외 입양 보내기 위해서이다. 강아지는 특수화물로 분류되기 때문에 이동봉사자 없이 유기견 혼자 비행기를 탈 경우 화물(카고)로 보내야 하는데 이 경우 많은 이동비가 든다. 유기견 해외 입양시 강아지만 따로 보내게 경우 60만~10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드는 것에 비해 출국하는 승객 편에 대리 수속으로 함께 나가면 10만 원~30만 원의 비용만 있으면 된다.

하지만 해외 입양을 기다리는 유기견에 비해 이동 봉사자 수는 적다. 그만큼 사람들에게 유기견 해외 입양은 생소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유기견 보호소에서 유기견을 입양한 정미화(49, 부산 해운대구) 씨는 유기견 해외 입양에 대해 “유기견이 해외 입양도 가냐”고 놀라워하며 “오히려 강아지들이 넓은 곳에서 뛰어다닐 수 있겠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대학생 이유경(22) 씨는 “유기견 해외 이동 봉사는 처음 들어본다. 미국, 캐나다에 갈 기회가 생긴다면 꼭 그 봉사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유기견 해외 입양 봉사 절차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실제로 봉사 경험이 있는 엘레나 그레이스(캐나다 토론토 거주) 씨는 “소속에 필요한 서류, 비용 모든 건 구조단체에서 알아서 처리해서 힘든 점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그는 “평소와 정말 똑같은 출국이었고 다른 점이 있다면 검역소에서 강아지와 서류를 받아야 해서 평소보다 30분 정도 빨리 나가야 한다. 공항에서도 케이지를 옮기지 않았다”며 힘든 점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해외로 입양 가기 위해 인청공항에서 출국을 기다리는 유기견(사진: 'one day at a time' 네이버 블로그).

‘행동하는 동물 사랑’의 회원 유정은 씨는 “유기견의 국내 입양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높지 않은 현실이다”라며 “해외 입양은 더더욱 쉽게 접하지 못하는 이슈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유기견 해외 입양에 대한 인식과 관심이 높아져서 해외로 갈 때 많은 사람들이 이 봉사 활동을 신청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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