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부산을 청년 창업의 메카로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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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 부산을 청년 창업의 메카로 만들고 싶다"
  • 취재기자 이창호
  • 승인 2015.05.11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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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벤처 사업가 백일승 대표 인터뷰, "젊은이들이여, 신세계를 열어라"
▲ 백일승 더하기북스 대표 (사진: 더하기북스 제공)

이공계 컨텐트 전문 출판사 <더하기북스>의 백일승(61) 대표는 1세대 벤처 사업가라 불린다. 서울공대 조선공학과를 나와 대우조선에 잠시 몸 담은 뒤 다국적 기업인 IBM에서 17년간 소프트웨어 및 솔루션 관련 비지니스를 했다. 소프트웨어에서 사업의 광맥을 발견한 그는 IBM을 박차고 나와 '제이시 엔터테인먼트(현 조이시티)'라는 게임 회사를 공동창업했다. 처음엔 고전했으나 온라인 스포츠게임 ‘프리스타일’과 온라인 롤플레잉게임 ‘레드문’ 이 대박을 터뜨리면서 회사를 중견 기업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2008년에는 코스닥에도 상장시켰다. 2011년 조이시티 지분을 넥슨에 넘긴 뒤 2012년 출판사인 더하기북스를 새로 창업했다. 이학, 공학과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한국 사회에 널리 전파하기 위해서다. 그는 이공인을 위한 진로조언가를 자처하며 대학, 기업 특강을 한달 두어차례씩 하고 있으며 <바보야, 이젠 이공계야>, <소프트웨어 전쟁>이란 베스트셀러를 저술하기도 했다.

백 대표는 요즘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 벤처 열기가 활화산처럼 뜨거운 중국의 선천(深玔) 처럼 자신의 고향 부산을 청년창업의 전진기지로 만들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사흘이 멀다않고 부산에 내려와 언론계와 학계, 관계 사람들을 만나며 마치 전도사처럼 자신의 그랜드 다자인을 설명하고 다닌다. 오는 19일 백 대표는 경성대에서 '청년 창업, 어떻게 할것인가'라는 주제를 놓고 특강을 벌일 계획이다. <시빅뉴스>는 특강에 앞서 경기 성남시 분당에 있는 그의 사무실을 찾아 백 대표의 삶과 꿈에 대해 들어보았다.

-왜 청년창업입니까?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평균 2%대입니다. 경제성장률이 1%일 때 일자리가 10만 개가 생깁니다. 생겨나는 일자리는 20만 개인데 대졸자는 60만 명인 게 지금 현실입니다. 직장에 취업해서 안정적인 생활을 꾸리는 게 대세였던 시절은 이미 지나갔습니다. 창업에는 한계도, 규정된 분야도 없지요. 무수한 기회와 가능성이 내재된 것이 창업입니다."

-창업에 대해 대부분의 청년들은 주저하고 있습니다. 실패의 두려움 때문이 아닐까요?

"물론 창업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생 때 해야 합니다. 차라리 실패를 한다면 대학생 때 해봐야 합니다. 대학생일 때 실패에 대한 리스크(risk)가 가장 적지요. 대학교는 마음 맞는 친구도 많고, 멘토가 되어줄 교수와 전문 지식도 많이 있는, 창업을 위한 수많은 자원이 존재하는 최적의 플랫폼(platform)입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그리고 페이스북을 만든 마크 주커버그도 모두 대학생 때 창업했습니다. 지금의 변화하는 세태 속에서 대학생으로 살고 있는 건 창업과 도전을 위해 가장 좋은 시절을 보내고 있는 것이지요."

-백 대표께서는 현재 벤처사업가들을 대상으로 엔젤투자를 하고 계신 걸로 듣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몇몇 청년들의 창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아이디어와 의욕이 넘치는 젊은이들을 돕는 데는 돈이 아깝지 않습니다. 지금의 시대는 남과 다른 삶을 사는 것이 대세입니다. 그런 청년들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는 것은 상당히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의 중심에 서는 길은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

-창업지원을 하실 때 어떤 아이템을 선호하십니까?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이 1순위입니다. 물고기에게 물이 없으면 안 되듯, 우리의 삶엔 컴퓨터가 제일 중요한 삶의 요소이지요. 소프트웨어는 컴퓨터를 통해서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입니다. 구글과 페이스북을 예로 들어봅시다. 로마제국이 세계를 호령했다고 하나, 그 지배 영역은 당시 전 세계 인구 20%에 불과했습니다. 반면, 지금 TGIF(트위터, 구글, 아이폰, 페이스북)는 전 세계 인구 60% 이상에 전파되어 있습니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로마의 3배나 되는 대제국의 위세를 구가하고 있는 셈이지요. 이것이 소프트웨어의 힘입니다."

-소프트웨어에 대한 접근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우선 소프트웨어의 힘을 알아야 합니다. 그다음 프로그래밍 기술을 익혀야 합니다. 달인의 수준까지 갈고 닦아야 하겠지요. 여기에 창의력을 넣어야 합니다. 이 창의력을 발휘하는데는 인문학적인 소양이 필요할 것입니다. 프로그래밍을 하다보면 사고력이 끌어올려지고 창의력도 생겨납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도 지혜가 필요합니다. 소프트웨어를 지혜롭게 응용하지 못하면 그저 소프트웨어의 노예가 될 뿐입니다."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은 어렵지 않습니까?

"결코 어렵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보지요. 얼마전 모 기업에서 특강을 했을 때입니다. 소프트웨어와 프로그래밍의 중요성에 관해 내나름 열띤 설명을 했고 뜨거운 반응을 받았습니다. 특강을 마치고 사무실에 돌아오니 전화가 왔습니다. 목소리로 짐작컨대 70대 어르신이었습니다. 그 어르신은 '강연 잘 들었다'며 '프로그래밍을 배우고 싶은데 할 수 있겠냐'고 물었습니다. 내심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열심히 하시면 충분히 하실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일주일 뒤 그 어르신으로부터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자신의 홈페이지를 손수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나도 놀랐습니다. 그렇습니다. 프로그래밍은 남녀노소 누구나 배울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목매다는 영어가 10년이 걸려도 힘든 반면, 컴퓨터 프로그래밍은 단 1년만 배워도 10년간의 영어 교육과 맞먹는 수준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프로그래밍과 창업은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요?

"프로그래밍을 모르면 창업을 포함한 아이디어 발명에도 큰 어려움을 겪기 마련입니다. 지금 세상은 모든 것이 컴퓨터화(computerization)되어 있습니다. 기발하고 좋은 아이디어를 수만 번 접하고 있지만, 그 모든 아이디어들이 프로그래밍을 통한 실체화에 실패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지금 시대는 스마트폰과 PC를 통한 소프트웨어 구동을 빼고서는 아이디어를 구현하기가 매우 힘듭니다."

-현재 우리나라 프로그래밍 수준은 어떻습니까?

"프로그래머의 수가 매우 적은 상황입니다. 평균적으로 한 국가에 프로그래머 수가 적어도 전체 인구 비율의 1%가 되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0.5%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그나마 존재하는 프로그래밍 숙련자들도 대기업 취업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시장이 매우 열악한 상황이지요. 현 세대에 프로그래밍이 필요치 않은 곳이 없는데, 프로그래머가 없으니 국내 경제 기반이 약해지고 있습니다.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 교육을 국가적 차원에서 해야 합니다. 모든 것이 디지털로 이루어지는 현대에 프로그래머가 없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현상입니다."

국내에도 ‘실리콘벨리’가 필요하다

-청년 실업 문제가 전국적인 이슈이지만 부산은 특히 그렇습니다.

"부산의 일자리 창출 문제도 소프트웨어와 프로그래밍의 발전으로 충분히 타개할 수 있습니다. 부산에는 대학도 많고, 거기에서 공급되는 대학 인력들도 상당합니다. 이들을 전문 프로그램 엔지니어로 육성시키고 그들을 위한 ICT(정보통신기술)단지를 부산에 조성한다면, 분명 벤처 사업가들이 부산에 눈길을 돌릴 것입니다. 부산이 신생 테크노벨리를 만드는데 성공한다면, IT산업의 본거지인 미국의 실리콘밸리, 중국의 창업 메카인 선천과 같은 도시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부산이 가지고 있는 항만이라는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스마트항구'로써의 입지도 다질 수 있을 것입니다. 앞서도 말했다시피 특히 우리나라는 프로그래머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그 인력을 충원하는데 부산이 선도적으로 나선다면 한국의 IT산업 메카가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백 대표는 다년간 IT업계에 몸을 담그고 있으며 세상의 변화를 체감해 온 사람이다. 그는 “세상의 변화에 내가 살고 싶은 삶을 녹인 게 내가 지금껏 걸어온 길이었다”고 스스로를 회고했다.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1981년 대우조선해양에 취업해 2년간 그곳을 다니는 동안, 처음으로 세상의 변화와 맞닥뜨렸습니다. 그때 워드 프로세서를 처음으로 알게 되었지요. 나에게 그것은 신세계였습니다. 컴퓨터가 사람의 일을 대신하게 되는 세상이 정말 가능할 것이란 예감을 그때 느꼈습니다. 이후 IBM으로 직장을 옮겨 17년간 회사생활을 하다가 벤처 창업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직장 생활이 성공과 무관하다는 걸 깨닫게 되었고, 아이들도 어느정도 키우고 나니 나도 재미있는 걸 할 수 있는 인생을 원했습니다. 그래서 창업에 뛰어들었지요. 창업이 성공을 보장하는 건 아니었지만 충분히 해볼 만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출판사 설립 이유는 무엇입니까?

"내가 바라본 변화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서입니다. 인류 최대의 발명품은 컴퓨터입니다. 내가 발로 뛰고 눈으로 보며 겪은 격동의 현장을 사람들에게 알림으로써, 우리나라가 소프트웨어 시장의 발전을 거름삼아 다시 한 번 눈부신 발전을 이룩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데, 유난히 세상이 환하게 느껴졌다. 마치 종교 지도자차럼 소프트웨어와 프로그래밍, 그리고 청년창업의 교리를 설명하는데 감화를 받아서일까? 오는19일 경성대 특강도 맨 앞자리에 앉아 들어볼 생각이다. 강연 내용은 부산 KNN 방송을 통해서도 전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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