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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e스포츠 대회, '2018 리그 오브 레전드' 한 달간 대장정 끝 폐막지난 10월 열린 부산 본선엔 전 세계 게임 팬이 집결...한국 8강 탈락, 우승은 중국 차지 / 박찬호 기자

웅장한 스테이지에 나란히 선 양 팀의 선수들. 긴장된 표정이지만, 눈빛은 하나같이 강렬하다. “자! 힘찬 함성과 함께 경기 시작하겠습니다!”라는 게임 캐스터의 우렁찬 목소리에 고요하던 경기장이 한순간에 관객들의 폭발적인 함성으로 가득 찼다. 승리를 향한 양 팀의 뜨거운 혈투에 객석엔 환호성과 화려한 응원봉의 파도가 넘실거렸다.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손뼉을 치는 사람, 힘 내라고 응원가를 부르는 사람도 있다. 도대체 이들은 무슨 스포츠 경기에 이렇게 열광인 것일까.

2018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 10월 1일부터 한 달 간 전국 주요 도시를 돌며 개최됐다(사진: lolesports 게시판 캡처).

지난 10월 1일 서울에서 개최된 예선전을 시작으로 막을 열었던 세계 최대의 e스포츠 대회 '2018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이 지난 3일 인천에서의 결승전으로 한 달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5명으로 구성된 양 팀이 서로 ‘소환사의 협곡’이라는 전장에서 전투를 벌이며 승리를 위해 전략을 겨루는 MOBA(Multiplayer Online Battle Arena) 게임이다. 140여 명의 챔피언을 고를 수 있으며, 어떤 챔피언으로 조합을 구상하느냐에 따라 전략이 달라진다. 롤드컵은 이 ‘리그 오브 레전드’의 국제대회로 한국을 포함한 중국, 북미, 유럽, 동남아 등 세계 강호 24개 팀들이 참가해서 한 달여간 진행돼 왔다. 우승팀에겐 세계 최고의 실력임을 인정하는 명예로운 우승 트로피와 함께  수십 억원의 상금이 주어졌다. 

2018년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일정(사진: 시빅뉴스 제작)

서울에서의 예선 일정을 마치고 10월 10일 롤드컵이 도착한 곳은 부산 벡스코 오디토리움. 부산은 대회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본선이 열리는 곳으로 국내외에서 참석한 수많은 인파들로 열기가 뜨거웠다. 섭외된 여러 코스프레 팀들은 게임 속 캐릭터와 똑같은 모습으로 분장하고 찾아오는 관람객들을 환영했다. 몇몇의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의 소품을 가져와 재미있는 풍경을 연출했다. 마치 게임 속 세상 같다. 대학생 이승민(23, 대전시 중구) 씨는 “부산에서 롤드컵 본선이 열린다고 해서 친구들이랑 고속버스를 타고 3시간이나 달려서 왔어요. 이벤트도 많고 즐길 것도 많아 너무 좋아요”라고 말했다.

벡스코 오디토리움 전면에 e스포츠의 열기를 북돋는 롤드컵 대형 포스터가 부착되어 있다(사진: 취재기자 박찬호).
경기장 앞에서 흥을 돋구는 코스프레 팀과 함께 관람객들이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 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박찬호).
경기장 입구에서 소지품 검사와 전신 수색을 하는 경호원들. e스포츠 경기장 입장 전 몸수색은 매우 엄격하다. 손전등 등의 도구가 선수들의 시야를 가리는 등 승부에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사진: 취재기자 박찬호).

즐거운 분위기도 잠시, 경기장에 들어서면 삼엄한 경계에 놀란다. 입구 곳곳에 검은 정장의 경호원들이 배치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공항 검색대처럼 막대형 금속 탐지기를 이용해 응원 온 관람객 소지품을 검사하고 전신 수색을 실시했다. 금지 항목은 레이저나 손전등 칼 등이 있다. 특히 레이저와 손전등은 선수들의 얼굴에 비칠 시 경기에 치명적인 지장이 생길 수 있고 심하면 경기의 승패가 바뀔 수도 있기 때문에 엄중히 단속된다. 대회 관계자는 “e스포츠도 다른 스포츠와 다름없이 공정한 결과를 중요시한다. 그래서 게임 외에 경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든 요소들을 사전에 차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람객들이 경기장 입구에 설치된 ‘PREDATOR’ 부스에서 게임 체험과 각종 이벤트를 즐기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박찬호).

부산 벡스코에 설치된 경기장은 총 3층으로 구성됐다. 1층은 각종 이벤트 부스와 라이엇 스토어가 운영된다. 이벤트 부스 중 하나인 롤드컵 공식 스폰서 'PREDATOR’는 ‘리그 오브 레전드’ 게임 체험 공간을 마련해 경기를 기다리는 관람객들의 심심함을 달랬다. 라이엇 스토어에서는 챔피언 피규어와 롤드컵 기념 재킷 및 배지, 트레이닝복 등 다양한 기념품을 판매했는데 평소에 구하기 힘든 롤드컵 기간 한정 상품들을 구매하느라 많은 사람들이 스토어를 이용했다.

경기장 입구에는 게임 캐릭터 피규어 등을 판매하는 라이엇 스토어가 있어서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박찬호).
경기 시작 전 경기장 입구에 설치된 포토존에서 코스프레팀과 관람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박찬호).

유명 코스프레 팀 ‘스파이럴 캣츠’의 경기 시작 전 공연도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마치 방금 게임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멋진 의상을 입고 포즈를 취하는 모델들의 모습에 사람들은 함께 사진을 찍거나 장난을 치는 등 즐겁게 행사를 즐겼다. 직장인 정유민(27, 부산 해운대구) 씨는 “그냥 경기만 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다양한 이벤트랑 행사가 있어서 재미있었다. 관람객들이 지루하지 않게 배려해준 것 같아서 좋았다”고 말했다.

경기장은 앞에서부터 순서대로 스테이지, 대형 스크린, 관객석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진은 경기장 전경을 보여준다(사진: 취재기지 박찬호).
경기장 전면에는 대형 스크린을 통해 선수들의 모습과 게임 플레이 장면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관객들은 이 스크린을 보면서 환성을 외친다(사진: 취재기자 박찬호).

2층과 3층은 메인 경기장으로 총 세 가지 부분으로 구성됐다. 첫째는 경기장의 제일 앞에 있는 스테이지였다. 이곳에서는 양 팀의 선수들은 각자의 컴퓨터로 게임을 플레이한다. 둘째는 대형 스크린으로 선수들이 플레이하는 게임의 화면을 실시간으로 송출하여 관객들이 볼 수 있게 했다. 관객들은 바로 이 대형 스크린을 보면서 마치 손흥민 축구를 응원하듯 함성을 질렀다. 게임 속 사운드는 천장에 설치되어 있는 대형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졌다. 셋째는 관객석으로 실버석과 골드석으로 나뉘며, 가격은 각각 1만 2000원과 1만 8000원. 상대적으로 비싼 골드석이 스테이지와 더 가까웠다. 경기는 오후 5시부터 11시까지 총 6시간 동안 진행됐다.

경기장에는 외국에서 온 노부부가 있어서 사람들의 눈길을 모았다(사진: 취재기자 박찬호).

주요 관객층은 젊은 남성들이지만, 아이와 함께 온 가족과 커플, 그리고 나이가 지긋한 노년층도 곳곳에 있었다. 외국인 수도 상당했다. 객석의 절반은 외국인 관람객들로 구성되어 해외 경기장에 온 듯했다. 롤드컵이 한 달 가량 진행되는 이벤트여서 월드컵 경기처럼 세계 e스포츠 팬들을 끌어 들였기 때문이다. 

이전의 롤드컵은 여러 나라를 돌면서 한 달 간 진행됐는데, 한 국가에서 단독으로 대회가 개최된 것은 한국이 처음. 롤드컵 측은 공식발표를 통해 “한국은 현재까지 총 7회 진행된 롤드컵에서 5번이나 우승을 차지했으며, 뛰어난 경기력과 인프라를 보유한 e스포츠의 메카다. 글로벌 e스포츠 산업에서 한국의 리더십을 인정하고 존경심의 표시라고 보면 된다”라고 한국 개최 이유를 설명했다.

e스포츠에서 한국의 위상은 예전부터 상당히 높았다. e스포츠의 시초인 블리자드 사의 전략 게임 ‘스타크래프트’와 ‘워크래프트’의 국제 대회에서 한국인이 매년 우승을 휩쓴 것은 만인이 아는 사실. 최근에는 2018 아시안게임 시범종목으로 채택된 ‘리그 오브 레전드’ 대회에 한국의 국가대표로 출정하여 중국에 아쉽게 금메달은 뺏겼지만 은메달을 획득하기도 했다. 외신과 해외 유저들은 그래도 역시 한국은 게임 강국, e스포츠 종주국이라 평하며 e스포츠에서 한국의 위상을 다시 한 번 인정했다.

대형 스크린에 비친 진지한 눈빛의 선수 모습(사진: 취재기자 박찬호).

롤드컵 간판 해설인 전용준 캐스터의 경기 시작을 알리는 힘찬 목소리와 함께 경기가 시작됐다. 진지한 표정으로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의 모습과 전면의 대형 모니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게임의 상황은 정말 박진감이 넘쳤다. 경기장을 울리는 사운드는 마치 게임 속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 만큼 풍부했다. “아프리카 프릭스 파이팅!" "GO! G2, GO! G2” 한국과 유럽 팀이 맞붙은 경기가 많았던 오늘, 객석에서는 서로를 응원하는 팬들의 목소리로 열기가 넘쳤다. 

득점을 알리는 메시지가 전광판에 순간순간 표시되면서 경기 상황을 알린다(사진: 취재기자 박찬호).

대회를 현장에서 보는 장점은 바로 이 ‘현장감’에 있다. 스테이지에는 게임의 세계관을 잘 표현한 조형물들이 경기장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게임이 진행되면서 적 팀을 먼저 죽여 선취점을 따내거나 중요한 오브젝트를 선점하면, 큰 효과음과 함께 전광판에 메시지가 떠오르고, 관객들에게 직관적인 정보와 함께 재미를 선사했다. 이는 현장 관람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다.  앤드류(31, Andrew, 캐나다) 씨는 “한국에서 롤드컵이 열린다고 해서 친구와 비행기를 타고 바로 왔어요. 좋아하는 팀도 직접 보고 경기장도 잘 꾸며놔서 즐겁게 관람했어요”라고 말했다.

부산에서 성공적인 첫 본선을 치른 롤드컵은 웅장하고 실감 나는 무대와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서 관람객의 기대를 만족시켰다. 먼 곳을 찾아온 국내외 팬들의 수고로움을 배려한 알찬 구성의 행사들은 감동적이었다. 이 날 이후 남은 7일간의 치열한 경기 끝에 유럽의 ‘Fnatic, C9 G2, IG’가 4강에 올라갔고, 한국 팀은 아쉽게 8강전에서 탈락했다. 27일 광주에서 열린 4강전에서는 유럽의 Fnatic과 중국의 IG가 결승에 올라갔으며, 11월 3일 인천에서 열린 결승에는 중국의 IG가 3:0이라는 압도적인 점수 차로 우승을 거머쥐었다.

대회 우승팀에게 주어지는 롤드컵 우승 트로피(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결승전을 끝으로 서울, 부산, 광주, 인천 전국을 순회하며 펼쳐졌던 2018 롤드컵이 그 화려한 막을 내렸다. 한 달여간의 대장정이었지만, 게임을 사랑하는 많은 게이머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면서 예선전 플레이-인부터 결승까지 매 경기 전석 매진을 달성했다. 롤드컵 측은 대회 공식 중계방송의 전 세계 팬들의 누적 시청 시간을 합하면 12억 시간, 순간 최고 시청자 수는 무려 8000만 명에 달했다고 전했다. 한국의 탈락은 많은 이들에게 아쉬움을 주었지만, 화려하고 성공적이었던 롤드컵은 그 아쉬움을 달래주기에 충분했다. e스포츠 팬들은 내년의 세계 대회 롤드컵을 다시 기약해야 했다. 

취재기자 박찬호  reporter1@civic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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