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극단 선택에 ‘드루킹’ 특검 당혹..."진상규명 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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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극단 선택에 ‘드루킹’ 특검 당혹..."진상규명 최선"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8.07.24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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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화살 드루킹 일당에 총집중... 정치권은 여야 막론 충격 속 애도물결 / 신예진 기자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지난 5월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개헌 성사를 위해 8인 개헌 협상 회의를 즉각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사진: 더 팩트 이새롬 기자, 더 팩트 제공).

노회창 정의당 의원(61)이 ‘드루킹’ 김동원(49, 구속) 씨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사실을 인정한 유서를 남기고 23일 투신했다. 정치권에 대한 자금 수사를 시작한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수사에 난항을 겪게 됐고, 갑작스런 비보를 맞은 정계는 비통함으로 출렁였다.

허 특검은 이날 오전 11시 30분 긴급 브리핑을 통해 “예기치 않은 비보를 듣고 침통한 마음이 앞선다”며 “굉장히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의원님의 명복을 빌고, 또 유가족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자 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특검은 애도를 표하면서도 수사를 계속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특검팀 관계자는 이날 오후 복수의 언론을 통해 "공여자 측인 드루킹과 관련한 수사는 계속해 진행할 계획"이라며 "드루킹과 관련해 제기된 의혹에 대해 (앞으로) 수사가 초기 패턴과 다르게 깊이 있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특검팀은 수사 방향을 선회하며 칼끝을 불법 정치자금 의혹에서 드루킹 일당의 대가 요구 등 ‘진실 규명’에 겨눴다. 특검팀 관계자는 "앞으로 금전을 매개로 노 의원의 발목을 잡거나 대가를 요구한 의혹에 대해 최선을 다해 진상을 규명할 것“이라며 ”이것이 고인의 유지를 받드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특검팀은 최근 노 의원이 드루킹 김 씨가 이끈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로부터 정치 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었다. 특검팀은 최근 드루킹의 측근인 도모(61) 변호사가 지난 2016년 노 의원에게 2000만 원을 직접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인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특검팀은 조만간 노 의원을 소환할 예정이었다.

실제로 노 의원은 유서를 통해 대가성은 부인하면서도 금품 수수 사실을 인정했다. 정의당이 공개한 유서에 따르면, 노 의원은 “2016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경공모로부터 모두 4000만 원을 받았다”며 “어떤 청탁도, 대가도 약속한 바도 없었다”고 적었다. 특검은 노 원내대표의 사망으로 노 원내대표에 대해서는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할 방침이다.

포털 댓글 여론조작 혐의로 수사를 받는 ‘드루킹’ 김모 씨 측으로부터 정치자금수수 의혹을 받아 온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23일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노 의원실에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사진: 더 팩트 문병희 기자, 더 팩트 제공).

한편, 노 의원의 사망 소식을 접한 정치권은 패닉에 빠졌다. 노 의원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 병원에는 애도하는 정치인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문재인 대통령도 노 의원의 빈소에 조화를 보내며 슬픔을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 앞서 "노 의원과 같은 시대에 정치를 하며 우리 한국사회를 보다 더 진보적인 사회로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했다"며 "노 의원이 한국 진보정치를 이끌면서 우리 정치의 폭을 넓히는 데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정오께 예정된 SNS 생방송 출연 일정도 취소했다.

여야 4당 원내대표는 예정됐던 회동을 급히 취소하고 한 목소리로 비통해했다. 이들은 지난 22일까지 노 의원과 3박 5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한 바 있다. 특히 이날 오전 11시에는 4당 원내대표들이 방미로 두터워진 여야 간 신뢰를 바탕으로 민생·개혁 법안 처리 등을 논의하기로 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복수의 언론을 통해 "너무 충격을 받았다. 방미 일정 중에 전혀 어떤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갖지 않았다"며 "노 대표는 사회적 약자를 위해 온몸을 던져 일해온 정치인"이라고 말했다.

노 의원과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했던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는 “노 원내대표는 마지막까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포함한 선거구제 개편에 가장 많은 관심과 애착을 보였다”며 "개인적인 심경에 대해서는 토로하거나 물어볼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은 복수의 언론을 통해 "워싱턴으로 출발하기 전 개인적으로 통화할 일이 있어 몇 차례 (노 의원)에게 전화했는데 응답이 없어 느낌이 좋지 않았다"면서 "너무나 안타깝고 한국 정치의 귀한 자산을 잃게 돼 애통하다"고 말했다.

노 의원이 이끌어온 정의당은 말을 아끼며 침통한 분위기를 이어나갔다. 정의당은 이날 노 의원의 빈소에서 긴급회의를 한 뒤 “드루킹 특검은 애초 특검의 본질적인 목적에 부합하지 않은 표적수사를 했다”며 “유감을 표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정의당은 광역시도당별로 분향소를 설치하고, 오는 26일에는 추모제를 지내기로 했다. 장례는 정의당장으로 5일간 치르기로 했다. 상임장례위원장은 이정미 대표가 맡고, 호상은 심상정 의원이 맡는다. 장례위원은 25일까지 제한없이 공개적으로 모집하기로 했다. 발인은 오전 9시 치러진다. 고인의 영정사진을 들고 당사를 방문한 뒤, 오전 10시 국회에서 국회장으로 영결식을 치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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