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꽃밭' 부산 범일동 자유 꽃시장, 연인들 데이트 코스로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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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꽃밭' 부산 범일동 자유 꽃시장, 연인들 데이트 코스로 부상
  • 취재기자 김환정
  • 승인 2018.05.30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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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꽃들로 사람들의 발길 이어져...플라워 자판기도 비치 / 김환정 기자

최근 부산의 최고 ‘핫플(hot place)’ 중 하나로 등극한 장소가 있다. 부산 범일동 자유꽃시장이다. SNS 게시물에 ‘연인들의 필수 데이트 코스’, ‘부산 가볼만한 곳’ 게시글에 꼭 이름이 올라있고, 댓글 수와 공유 수가 1만 건에 달한다. 실제로 다녀온 사람들의 ‘감성만땅’ 후기도 덧붙여지면서 자유 꽃시장의 명성은 점점 올라가고 있는 중이다.

부산 자유 도매 시장 간판(사진: 취재기자 김환정).

과연 그런가 싶어 확인하기 위해 지난 29일 부산 지하철 1호선에 몸을 실었다. 범일동역에 내려 8번 출구로 올라서니 귀금속을 판매하는 상가가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 상가를 따라 오른쪽으로 10초쯤 걸으니, 길 건너편에 자유 시장이 보였다.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뀌길 기다리며 건너편에 서서 봐도, 자유 시장은 규모가 큰 대형 시장이었다. 실제로 약 1500개 이상의 점포가 입점해 있는 큰 건물이라 그런지 입구가 여러 곳에 있었다. 층별 안내문이 큼지막하게 붙어있는 8호문을 통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처음 방문한 사람들은 길을 잃기 딱 좋을 만큼 지그재그 미로 같은 구조였지만, 다행히 각 계단마다에도 층별 안내 글이 무지개 색으로 알록달록하게 쓰여 있었다. 안내문을 보니 꽃시장은 3층에 위치해 있었다.

계단을 통해 신발, 의류 등을 판매하는 1, 2층을 지나 바로 3층으로 향했다. 입구 유리문을 열자마자,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미용용품 가게였다. 잘못 왔다고 생각하고 돌아 내려가려는 순간, 바닥의 노란 화살표가 보였다. 화살표를 따라 걸어가 보니, 꽃향기가 점점 짙어졌다. 미용용품 가게를 지나 왼쪽으로 몸을 돌리니, 눈앞에는 수없이 많은 형형색색의 꽃이 펼쳐져 있었다. 마치 순천만국가정원을 이곳으로 옮겨놓은 듯 아름다운 향기와 색을 겸비한 꽃이 가득했다. 빨강, 노랑, 분홍 등 여러 색깔의 장미부터 튤립, 해바라기, 프리지아, 안개꽃, 목화까지 셀 수 없이 많은 종류의 형형색색 꽃들이 ‘미모’를 뽐내고 있었다. 또 이들이 내뿜는 각종 향기에 취해 정신이 어질어질할 정도였다.

범일동 자유꽃시장 한 가게에서 판매하고 있는 프리저브드 플라워(사진: 취재기자 김환정).

꽃 종류와 수 못지않게 가게의 수도 많았다. 30곳이 넘는 꽃가게가 3층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평일인데도 꽃을 사러 온 손님들로 미어져 꽃가게 상인들은 모두 바빠 보였다. 꽃의 종류를 잘 모르는 손님에게 추천을 해주는 상인, 꽃을 많이 구매한 손님과 가격 흥정을 하는 상인 등의 모습이 보이며, 시장 안은 바삐 운영되고 있었다. 이곳을 찾은 김수연(36, 부산 연제구) 씨는 “곧 어머니 생신이라서 어머니가 좋아하는 프리지아를 구매하려고 왔다”며 “여기는 항상 품질 좋은 꽃이 준비되어 있어서 꽃을 살 일이 있으면 항상 여기를 온다”고 말했다.

이곳에는 싱싱한 생화뿐만 아니라 장식용 조화부터 선인장과 베고니아 같은 관엽 식물, 동서양란, 화환 등 그 종류에 관계없이 거의 모든 식물이 준비되어 있다. 한 꽃가게 점주는 “최근에는 미세먼지 때문에 공기 정화 식물인 스칸디나비아 이끼, 스투키 등이 인기가 높고, 젊은이들도 데이트하러 많이 찾기 때문에 프리저브드 플라워(생화를 특수 보존 처리하여 1∼5년간 모습이 유지되는 가공화)도 정말 잘 나가는 편”이라고 말했다.

또한 도매상가라고 해서 꼭 대량으로 구매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많은 양의 꽃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작은 생화 꽃다발을 상점에서 판매하고 있었고, 시들지 않는 작은 꽃다발을 원하는 이들은 ‘플라워 자판기’를 이용하면 된다. 이 자판기에는 드라이 플라워와 프리저브드 플라워가 종류별로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어서 1만 원이나 1만 5000원 정도의 금액으로 예쁜 꽃을 가질 수 있다. 

범일동 자유꽃시장 내 드라이 플라워와 프리저브드 플라워를 뽑을 수 있는 플라워 자판기(사진: 취재기자 김환정).

다른 한 편에는 꽃을 포장할 수 있는 재료를 판매하고 있었다. 이곳에는 포장지, 끈, 바구니 등 꽃 포장과 관련된 모든 도구와 재료를 판매 중이었다. 도매시장이다 보니 포장을 해주지 않는 상점이 많은데, 이곳에서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옆의 꽃 가게에서 꽃을 산 후 어울리는 포장지와 장식 소품을 골라 구매해서 가게 내 준비된 장소에서 원하는 대로 직접 포장하면 된다. 꽃다발이나 꽃바구니 등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만들 수 있는 이곳도 방문객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김영주(22, 부산 금정구) 씨는 “저번에 꽃 포장을 직접 해봤는데 재밌었고, 서툰 솜씨였지만 꽃을 받았던 친구가 더 감동했다”며 “이번에는 꽃바구니에 도전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범일동 자유꽃시장 내 포장 용품을 판매하는 가게(사진: 취재기자 김환정).

가게를 운영하는 상인들만 주로 이용했던 도매상가 자유시장이 3층 꽃시장으로 인해 예상치 못한 번성을 누리고 있다. 자유시장 번영회 관계자는 “꽃시장이 입소문을 타고 많은 분들이 찾아주시면서 1, 2층에 있는 다른 가게들도 덩달아 장사가 잘 된다”며 “날도 따뜻해지니 더 많은 분들이 자유시장으로 놀러오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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