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자치 공동체의 모범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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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자치 공동체의 모범을 보여준다"
  • 취재기자 하봉우
  • 승인 2014.08.01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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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구 '희망 오차마을', 주민 힘 합쳐 달동네서 문화마을로

 

▲ 부산 금정구 오차마을 어귀에 위치한 희망 오차마을 공동체 사무실 모습(사진: 취재기자 하봉우)

무더위가 찾아온 7월 말. 50~60대쯤으로 돼 보이는 동네 주민들이 저마다 부채 하나씩을 손에 들고 그늘진 동네 비탈길로 삼삼오오 모여든다. 그들은 어제도 만났지만 언제 보았느냐는 듯이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주된 얘깃거리는 마을의 발전에 대한 것이다. “벽화를 더 그려 미관을 아름답게 만들자”, “독거노인을 위한 새로운 프로그램을 생각해보자는 등 마을이라는 공동체를 위해 너나할 것 없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놓는다. 이 제안들은 취합돼 매달 1~2번씩 개최되는 마을 회의에서 정식으로 건의되고, 좋은 의견은 며칠 내에 실행된다. 물론 마을 주민들의 손에 의해서다. 이렇게 서로 똘똘 뭉쳐 의기투합해 일을 해온 지도 벌써 4년째다. ‘희망 오차마을 공동체라고 불리는 부산시 금정구 서1동 제3통 달동네 오차마을의 이야기다.

희망 오차마을 공동체의 시작은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주민들로부터 빈집이나 길가에 쓰레기가 많아 생활하기가 불편하다는 제보를 수차례 받은 마을 통장과 주민 몇 사람이 깨끗한 마을을 만들자는 인식을 갖게 됐고 주기적으로 마을 청소를 시작했다. 쓰레기에 대한 불만이 많았던 주민들이 서서히 이들의 활동에 동조했고, 드디어 매월 셋째주 일요일 아침 6시마다 주민들이 모여서 청소하는 게 관행이 됐다. 금전적인 문제는 주민들에게 매달 5,000원씩 회비를 거둬 해결했다. 그러던 중 2010년 부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경제적 지원으로 재정적 여유가 생기면서 주민 모임이 체계적으로 진화했다. 20116월 마을 주민들이 모여 창립총회를 거쳐 새동네만들기 추진위원회'라는 정식 명칭의 마을 조직이 마침내 탄생했고, 회장, 총무, 운영위원 등 임원진도 구성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20131월에는 조직 컨설팅을 통해 오차마을의 이름을 딴 희망 오차마을 공동체로 추진위원회 명칭을 변경했다. 지난 3월에는 부산시 마을공동체 역량강화사업에 선정돼 1,380만원의 지원금을 받으며 공동체의 활동은 더욱 가속도가 붙었다.

 

▲ 마을 내 사무실에서 지금까지의 활동 내역을 살펴보고 있는 희망 오차마을 공동체 주민 회원들(사진: 취재기자 하봉우)

현재 78명의 주민 회원으로 구성된 이 공동체는 마을 내 골목청소, 필요시설 설치, 환경미화, 방범순찰, 장애인과 독거노인 식사 대접, 재활용품 판매 등 활발한 마을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이런 활동들을 인정받아 금정경찰서로부터 2013년 모범 방범활동에 대한 감사장과 금정구 종합사회복지관으로부터 모범 봉사활동 공로상을 받기도 했다. 올해부터는 천연화장품 제작 및 판매, 계란 판매도 하며 활동 자금을 마련하고 있다.

▲ 오차마을 달동네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새로 설치된 우편함(사진: 취재기자 하봉우)

최근의 가장 대표적 활동 중 하나가 마을 내 우편함 달기 운동이다. 회원들이 힘을 합쳐 200개의 우편함을 달았다. ‘희망 오차마을 공동체라는 하얀 글씨가 적힌 심플한 디자인의 빨간 우편함이 바로 그것이다. 좁은 골목길이 많고 빈집도 꽤 있어서 자칫 스산한 느낌을 주는 마을에 우편함은 산뜻함과 생명력을 가져다 주었다. 이외에 마을 입구에 벽화 그리기, 밝은 색상의 체육시설과 전봇대 설치 등의 활동도 마을의 미관 형성에 많이 기여했다.

16년째 오차마을의 통장을 맡아온 노경순(63) 씨는 “5~6년 전만 해도 쓰레기 더미가 쌓인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동네였는데 지금은 희망오차마을공동체 회원들과 끊임없이 노력해 예쁘고 청결한 마을이 되고 있다이런 일을 계속하니까 동네의 겉모습도 좋아지고, 주민들의 화합력과 결속력도 강해져, 동네의 속모습도 좋아지고 있다며 만족스러워했다.

희망 오차마을 공동체는 부산의 우수 마을공동체를 방문해 마을 활동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고 마을 간 협력도 강화해나가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아름다운 벽화로 한국의 '산토리니'라는 별명까지 얻은 부산 감천문화마을을 방문해 앞으로 어떤 벽화를 그리면 좋을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고 감천문화마을 주민들과 얼굴도 익히며 소통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또한 12일 일정의 임원진 리더십교육 및 주민역량교육 등도 실시해 공동체 회원과 주민이 마을의 발전에 더욱 기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있다.

그러나 아직 극복해야 할 점도 있다. 바로 공동체 활동의 구심점이 되는 사무실 문제다. 마을 입구에 위치한 10평가량의 사무실은 2012년까지만 해도 주인이 방치해 둔 폐가였는데, 통장이 주인에게 양해를 구해 무료로 빌려 쓰고 있는 상태다. 많은 활동비를 들여 간판도 달고 페인트칠도 새로 하고 내부도 깔끔하게 꾸며 독거노인 식사 대접이나 주민 회의를 위한 용도로 사용 중이다. 하지만 주인이 언제 비워달라고 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사무실을 통째로 구입하기에는 돈이 턱없이 모자라고 월세를 내기에도 부담이 크다.

희망 오차마을 공동체 총무 강두신(59) 씨는 오차마을의 가장 큰 난관이 사무실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사무실 건물 주인이 우리 마을 주민도 아니라서 어떻게 손을 쓰기도 힘든 상황"이라며 가능하다면 협동조합을 만들어서 자금을 확보해 제대로 된 사무실도 구하고, 현재보다 더욱 많은 일을 하여 마을의 질을 높이는 게 희망사항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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