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광받는 우체국 '쿨 택배' , 내가 창안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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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광받는 우체국 '쿨 택배' , 내가 창안했어요"
  • 취재기자 손아주
  • 승인 2014.03.16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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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택배 안정성 개발한 부산 우정청 심정보 과장 이야기

우체국은 조선말 1884년 개국 이래 작은 물건을 보내고 받는 소포 업무를 취급했다. 그런데 1992년 우체국의 소포 업무에 사상 첫 경쟁자가 등장했다. 한진택배가 고객이 원하는 장소로 방문하여 물건을 픽업하고 원하는 배송지까지 배달해주는 택배 서비스를 개시한 것이다. 이후 수많은 육상 및 해상화물 운송업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택배사업에 뛰어 들었다. 이에 뒤질세라 1999년 우체국도 택배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미 잘 갖춰진 전국 우체국 지점망을 이용한 우체국 택배는 민간 택배 업체와의 경쟁에서 결코 뒤지지 않았다. 그러자 민간 택배회사들은 우체국이 취급하지 않는 액체류, 식품류도 가리지 않고 택배를 해줬다. 비록 식품이 다소 변질되거나 액체가 새는 한이 있어도 고객들은 이해하고 식품을 보낼 때는 민간업자를 찾았다. 그러자 우체국 택배 서비스가 민간 업체에 밀리기 시작했다. 지금은 어떨까? 현재는 우체국도 식품 택배 서비스를 실시한다. 그래서 우체국은 여전히 민간 택배 업자들과의 경쟁에서 한 치도 밀리지 않게 됐다.

그러나 우체국의 식품 택배 서비스는 위로부터의 결정에 의해 시작된 정책이 아니라 한 우체국 직원의 아이디어로부터 비롯됐다.

▲ 우체국 쿨(cool)택배 서비스를 개발한 부산지방 우정청 보험 영업과 심정보 과장(사진 : 취재기자 손아주)

우체국의 택배 업무가 상용화되자, 이미 소포 업무에 관한 한 국민적 신뢰를 받아온 우체국 택배에 많은 고객들이 몰려 민간 택배 회사와 경쟁체제를 구축하게 됐다. 그런데 우체국 택배가 민간 회사에 밀리는 서비스가 하나 있었다. 그것은 생선, 고기, 액젓 등 액체류와 식품류를 우체국은 취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타지에 떨어진 친척이나 거래 고객에게 신선한 음식이나 식재료를 보내 우의를 전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그런 고객들은 무엇이든 마다하지 않는 민간 택배업자들 몫이 됐다. 당시 민간 업자들은 스티로폼 상자에 식품을 넣고 곁에 누런 테이프를 붙여 그냥 냉동차량에 실어 나르는 단순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고객들에게는 식품이 일부 새거나 변질돼도 감수하라는 식이었다. ‘국민의 우체국’이 그런 방법으로 고객들로부터 식품류를 받아 배송할 수는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우체국 택배 애용자들은 식품 택배를 거부하는 우체국에 불만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우체국은 스티로폼에 담아오는 식품류는 액체가 바깥으로 흘러나와 다른 고객들의 택배에 손해를 입힐 우려 때문에 공식적으로 식품류 택배를 접수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를 지켜본 당시 부산체신청 우편영업과 소포팀장 심정보 씨는 무언가 대책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심 씨는 “고객들이 식품류 택배 거부에 항의할 때마다 고객들에게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 너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심 씨는 2001년 우체국도 타 택배회사처럼 식품 택배 서비스를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상사에게 우체국도 식품 택배를 도입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상사는 다른 민간 업자들이 사용하는 원시적 방법 말고 다른 방법을 찾아보라고 지시했다. 심 씨는 그때부터 무언가 효과적으로 식품 택배를 실시할 방도가 있을 거라 생각하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서 가족들과 함께 식품류 포장 방법을 하나하나 실험했다. 그는 스티로폼 상자에 액체 식품을 넣고 곁에 테이프를 붙여서 흔들어 보고 액체가 새는지를 살폈다. 액체가 새어나왔다. 이번에는 봉지에 액체를 넣어 흔들어 보고 새는 여부를 살폈다. 역시 액체가 밖으로 흘렀다. 의외로 안전한 식품 운송 방법을 찾는 일이 쉽지 않았다.

어느 날, 심 씨는 아들이 지퍼 백을 가지고 노는 걸 보고 영감을 얻었다. 아내도 아이디어를 거들었다. 그것은 비닐에 식품류를 넣고 진공포장하면 안전하게 배송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여러 실험을 거친 끝에, 심 씨는 액체나 식품류를 진공포장해서 밀봉하면 액체가 전혀 새지 않는 것은 물론 상하지도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가족의 힘을 받아 방법을 찾은 심 씨는 직원들 앞에서 그 방법을 시연했고 폭발적 호응을 얻었다. 그는 즉시 이 사실을 부산지방우정청에 알렸다. 심 씨의 아이디어는 서울지방우정청, 우정사업본부, 정보통신부(현 미래창조과학부)를 거쳐 최종 정책으로 채택됐다. 드디어 2003년부터 전국 우체국에서 식품류도 우체국 택배 물품으로 접수할 수 있게 됐다. 이른바 ‘쿨(cool) 택배 서비스’의 탄생이었다. 심 과장은 “그 제안 덕분으로 승진 기회를 얻어서 가족들과 함께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지금도 전국 우체국 어디서든지 고객들이 쿨 택배 서비스를 받게 돼 흐뭇하다”고 말했다.

쿨 택배 도입 초기에는 포장방법만 공지하고, 고객이 밖에서 완벽하게 진공포장하여 가져온 식품만 접수했다. 곧바로 고객들의 불만이 또 제기되자, 심 씨는 고객 편의 차원에서 우체국 창구에 진공포장에 필요한 도구와 재료, 사용 방법을 비치하자는 제안을 다시 했다. 그리하여 현재는 고객들이 액체식품, 냉동식품, 일반식품 무엇이든지 가리지 않고 우체국으로 들고 가서 우체국에 비치된 진공포장기로 포장한 후 소포 상자나 스티로폼 상자에 담아 창구에 접수하면 된다. 단 스티로폼 상자는 고객이 직접 가져와야 한다. 고객들이 우체국에 비치된 진공포장기를 사용할 때는 고열이 발생해서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직원들의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좋다.

▲ 우체국택배 기본요금(사진: 우정사업본부 홈페이지)

쿨 택배 도입 이후, 식품 우편물 표면으로 액체가 흘러나오는 일은 일소됐고, 국민들은 우체국에서 모든 종류의 물품을 택배로 발송할 수 있게 됐다. 우체국은 여전히 국민의 우체국으로 남게 됐다.

심 씨는 쿨 택배 개발 당시를 회상하면 잊지 못할 에피소드가 떠오른다. 타지에 있는 자식들에게 농산물을 우체국 택배로 보내게 된 한 할머니가 어느 날 우체국을 찾아왔다. 할머니는 떡을 한 광주리 놓고 가셨다. “이제부터 식품도 우체국 택배 접수가 된다니까 정말 고맙다. 직원들과 나눠 먹으라”는 말과 함께.

쿨 택배 서비스로 우체국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가 인정되어, 그는 2002년 당시 정보통신부 장관 제안 대상을 수상했고 근정포장 훈장도 받았다. 심 씨는 행정주사에서 사무관으로 특별 승진되는 혜택도 받았다. 현재 부산지방우정청 보험영업과장을 맡고 있는 심 씨는 “나는 내가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고객들의 소리를 듣고 ‘찾고 싶은 우체국’을 만들기 위해 아이디어를 제공했고, 무엇보다 고객들의 불만요인을 해소했다는 점이 가장 뿌듯했다”고 말했다.

 

 

▲ 2002년 12월 27일 심정보과장이 받은 근정훈장 포장증(사진: 심정보 과장 제공).

심 씨는 사람의 마음과 마음을 전달해주는 손편지가 좋아서 1984년 우체국에 입사한 이후 지금까지 우편, 인사, 회계, 금융 등 각종 우체국 업무를 두루 맡았으며 현재는 보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심 씨는 무한경쟁시대를 사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너무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것 같다. 때로는 한 발짝 물러나서 전체를 바라보면, 기회는 언젠가 찾아온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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