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10만 원에 번듯한 전세집 생활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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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10만 원에 번듯한 전세집 생활 가능"
  • 취재기자 김태호
  • 승인 2014.02.02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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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 혜택 '대학생 임대주택' ...대출 이자 3%만 내면 OK

가천대 시간디자인학과에 재학 중인 김지민(23) 씨는 다가오는 신학기가 마냥 즐겁다. 본가가 울산인 김 씨는 가장 큰 고민거리였던 전셋방 구하기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거금의 전세금 걱정 없이 월 8만 원만 월세처럼 내는 집을 구했다. 이렇게 싼 값에 살 집을 구했으니 이제 그는 맘 놓고 공부할 걱정만 하면 그만이다.

김 씨는 맘씨 좋은 집주인을 만나서 8만 원짜리 싼 월셋방을 구한 것이 아니다. 재작년부터 LH주택공사가 실시하는 ‘대학생 전세 임대주택’ 제도에 신청하여 그 대상자로 선정된 것 뿐이다. 대학생 전세 임대주택 제도는 전세금을 LH가 집주인에게 계약기간 동안 세입자 학생 대신 빌려주고, 입주 학생은 그 대출금(즉 전세금)의 연 3% 이자만 LH에 내면 그만이다. 다시 말하면, 김 씨가 월 8만원씩 월세처럼 내는 돈은 바로 LH가 집주인에게 대출해준 전세금의 이자인 셈이다. 계약기간이 끝나면, LH는 집주인으로부터 전세 대출금을 회수해 가고, 학생은 이자 지급 의무가 끝난다. 아무튼, 대학생 전세 임대주택 제도를 이용하면 세입 학생들이 단 돈 월 몇 만원만 내면 전세집 구하기는 만사형통이다.

전세금 얼마에 월세가 50만원에서 70-80만원에 이르는 세상에서 단 돈 8만원으로 전셋집을 구하게 된 김 씨는 "친구들이 정말 부러워 한다. 친구들은 한 달에 50만 원씩 주고 사는 방을 나는 8만 원만 내고 사니까 부러워 하는 거다”라고 말했다.

LH에서 실시하는 대학생 전세 임대 주택은 이처럼 타지에서 공부하는 대학생들을 위하여 LH에서 전세금을 지원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이 제도에 따른 임대기간은 최초 2년이며, 그후 2년 단위로 2회까지 재계약이 가능하다. 단, 졸업 이후의 재계약은 1회로 한정된다. 전세를 지원 받는 학생은 부모의 소득 수준에 따라 매달 지출하는 이율이 달라진다. 이때 학생이 부담하는 이자는 최저 5만 원에서 최대 18만 원 정도다.

신청 대상은 대학 재학생, 신입생, 복학 예정자로서 재학 중이거나 재학하게 될 대학 소재지역 이외의 시군에 주민등록이 돼 있는 사람이다. 선정된 학생에게는 지역에 따라 최저 4,500만 원에서 최대 7,500만 원까지 LH가 집주인에게 전세금을 지원한다.

LH 부산울산본부 주거복지부 담당 이모(44) 씨는 “이 제도를 이용하면, 공짜로 방을 얻는 것이나 다름 없다. 선정되면 부모님에게 효도하는 거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 제도 신청자는 의외로 많지 않다. 대학가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박모(40) 씨는 “대학생들이 대부분 모른다. 하루에도 수십 명의 학생들이 집을 보러 오는데, 대학생 전세 임대 주택 신청을 권유하면, ‘그게 뭐에요?’ ‘처음 듣는데요?’라는 반응뿐이다”라고 말했다.

이 제도는 2011년 처음 생겼으나 좋은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신청자가 적었던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신청기간이 대게 3, 4일밖에 되지 않아 신청하려는 학생들이 시간을 놓치기 일쑤다. 대학생 전세 임대 주택에 관한 정보를 얻고 신청하려던 충남대 중어중문학과 4학년 박상영(26) 씨는 “신청하려고 인터넷에 들어갔는데 이미 기한이 지나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는 전세보다는 월세를 선호하는 집주인들이 많아 이 제도의 대상이 되는 전세 매물이 적다는 것이다. 대학가에서 월세를 놓고 있는 부산시 남구 대연동에 거주하는 김말선(55) 씨는 “전세는 다시 돌려줘야 하는 돈일 뿐이다. 요새는 다들 월세만 들인다”고 말했다.

복학을 준비 중이던 대학생 신모(27) 씨는 전세 임대에 선정되어 기뻤지만 결국 전세를 원하는 집주인을 만나지 못해 기회를 날려버렸다. 신 씨는 “선정되어도 계약이 되지 않아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신 씨와 같이 대상자로 선정돼도 전셋집을 못 구하는 사례가 많아지다 보니, 대학생 전세 임대 주택에 대해 알고 있는 공인중개사들도 대학생들에게 이 제도를 소개하기를 꺼리게 되었다는 것.

대학생 전세 임대 주택 지원을 받아 방을 얻은 경성대 신방과 3학년 정유진(22) 씨는 제도 시행 초기와는 달리 요즘은 계약 절차가 간소해졌고 대학생 전세 임대 방만 따로 취급하는 부동산중개소도 있어서 계약성사가 쉬워졌다고 말했다. 선정만 되면 어떻게든 방은 구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 부산시에는 LH 대학생 전세임대주택 제도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부동산도 있다(사진 : 취재기자 김태호).

정 씨는 이렇게 좋은 제도에 대해 홍보가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정 씨는 "대학생 전세 임대 주택 홍보 포스터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홍보만 더 잘 된다면 정말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LH 주택공사 관계자는 이 제도가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도 시행착오를 겪는 중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홍보에 소홀하지 않겠다. 대학생들이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 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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