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푼이라도 방값 싼 곳으로 가는 대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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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푼이라도 방값 싼 곳으로 가는 대학생들
  • 이재혁
  • 승인 2013.01.16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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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푼이라도 방값을 아끼기 위해 대학생들이 하숙집에서 자취방으로, 원룸에서 고시원으로 옮기는 현상이 늘어나고 있다. 등록금은 비싸고 아르바이트 자리는 여의치 않아서 부모님께 손 벌리기가 죄송스러워 주거비라도 줄여보려는 심산이다.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43만 원짜리 원룸에 살고 있는 대학생 박 모(23·여·경성대 3) 씨는 2학기부터는 고시텔로 옮길 생각을 하고 있다. 1학기 때부터 하던 아르바이트를 그만두면서 원룸 월세가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박 씨는 “고시텔은 화장실이나 세탁기, 냉장고, 샤워실 등 많은 것을 공용으로 사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또한 박 씨는 일단 월세가 10만 원 이상 싼 고시텔을 구해 놓았지만 걱정이 태산이다. 계약 기간이 5개월이 남아 있는 원룸에 새로운 입주자가 들어오고 있지 않아서이다. 제때에 새 입주자가 들어오지 않으면 월세를 이중 부담해야 한다. 박 씨는 “작년만 해도 학생들 사이에 원룸이 인기여서 내놓기만 하면 금방 나갈 줄 알았는데, 방을 보러와도 방값이 비싸다며 가버리는 경우가 많아 속이 탄다”고 말했다.

울산시에서 통학을 하다가 개인사정으로 인해 학교 앞에 방을 구해야 하는 최 모 씨(26·남·부경대 4)는 “예전보다 방값이 많이 올라 방 구하기가 힘들다”고 했다. “인터넷에 방값이 싸게 올라와있는 원룸 매물을 보고 직접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아가보면 싼 매물은 이미 다 입주가 돼 있고, 비싼 월세의 원룸이 대부분이다”며 “두 명 이상이 거주해야 월세 부담을 줄일 수 있고, 혼자 생활하려면 불편함을 감수하고 고시원이나 자취방을 구해야 할 판이다”며 하소연을 했다.

이러한 세태로 인해 하숙업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동의대 근처의 한 하숙집 주인은 20여 년간 해왔던 하숙집을 폐업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 하숙집 주인 서 모(57·여) 씨는 “예전 같으면 이 시기에 방이 대부분 찼는데, 올해는 두 명만 들어왔고 방을 보러 오는 학생도 별로 없다”며 “대학생들의 등록금도 자꾸 오르는데, 거기다 각종 물가들이 덩달아 오르니 나처럼 하숙집 장사하는 사람들은 더욱 죽을 맛이다. 정부에서 물가와 부동산 가격에 대한 정책을 제대로 내놔서 서민 생활 안정을 위해 힘써야 한다”고 푸념을 했다.

경성대 앞의 한 부동산중개업소는 “신입생들의 경우 옵션이 잘 갖춰져 있는 방을 먼저 찾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1만 원이라도 싼 곳을 선호한다”며 “고급 원룸을 선호했던 것은 이미 옛말이며 최근에는 평수가 작고 옵션이 부족해도 월세가 저렴한 방이 인기”라고 말했다.

기숙사 또한 저렴한 방을 찾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동명대학교의 한 기숙사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4인실보다는 2인실이 인기였는데, 올해는 4인실에 입사신청을 하는 학생들이 늘어났다. 기숙사비는 2인실이 한 학기에 107만 4천원, 4인실은 87만 4천원으로, 상대적으로 값이 저렴한 4인실에 학생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등록금 부담과 물가고에 학생들의 주거 환경도 변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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