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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의 도시: 삿포로는 한정판 마케팅의 천국 / 목지수 안지현[2부] 삿포로의 도시 브랜드 자산 / 목지수 안지현

삿포로의 식료품 가게나 편의점, 백화점 식품 코너에 가면 가장 많이 만날 수 있는 워딩이 바로 '홋카이도 한정'이다. 오직 홋카이도에서만 판매하는 제품이란 뜻인데, 주로 식음료 브랜드의 제품이나 POP 광고에서 쉽게 보인다. 일본이라는 나라 자체가 한정판 마케팅이 활발히 진행되는 곳이기 때문에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일본의 대부분 지역이 시의성을 중심으로 한정판 마케팅을 펼치는데 비해, 홋카이도는 지역의 우수한 식재료를 내세워 '지역 한정'을 강조하는 것이 차별점이다.

JR 삿포로역에 있는 홋카이도 특산물과 한정판 식품을 파는 가게(사진: 목지수 제공)

예를 들어, 일반적인 다른 도시의 한정 마케팅은 신년 한정, 벚꽂 한정, 여름 한정, 크리스마스 한정 등 계절이나 시즌에 맞게 한정 제품을 만들어 전 일본 열도를 대상으로 마케팅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홋카이도는 오직 홋카이도에 와야만 먹을 수 있는 우유, 맥주, 인스턴트 라면, 치즈, 아이스크림 등 '홋카이도 한정'이라는 지역 마케팅의 열풍이 거세다. 홋카이도 지역의 식재료가 가진 브랜드 파워를 지역 마케팅에 철저하게 잘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삿포로 맥주 클래식. 홋카이도에 와야만 맛볼 수 있는 한정판 맥주는 구매를 자극한다(사진: 목지수 제공).

일본인들에게도 홋카이도는 가장 가보고 싶은 관광지 중 한 곳이다. 하지만 일본 국내 항공권 가격도 만만치가 않고(심지어 도쿄에선 가까운 이웃 나라인 한국이나 중국보다도 더 비싼 경우가 많다), 일본의 가장 북쪽에 자리하고 있어서 다른 교통 수단으로 이동하는 것도 불편하다. 따라서 언제 또 다시 올지 모르는 홋카이도에 왔으니 홋카이도에서만 맛 볼 수 있는 신선한 먹거리나 홋카이도 한정 브랜드를 바구니에 담지 않을 수 없다. 방문객들은 다음 번이라는 건 생각에서 아예 삭제해 버리게 된다. 평상시에 언제든지 구입할 수 있는 물건들이 ‘한정’이라는 단어 때문에 갖고 싶어지는 소비 심리를 삿포로의 상인들은 정말 흥미롭게 잘 활용하고 있다.

홋카이도의 특산물인 메론으로 만든 과자. 역시 홋카이도 한정판이다(사진: 목지수 제공)
삿포로에서만 판매하는 홋카이도 천연 유제품과 아이스크림을 사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사람들(사진: 목지수 제공)

이러한 현상을 일본이 섬나라이기 때문에 성행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사방이 바다로 에워싸여 있기 때문에 바다 밖에서의 식재료 조달이 차단되면 먹거리나 제품이 부족하게 되고 품귀현상까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일본인들은 ‘한정’ 판매에 대해서 더 빨리 자극받고, 반응한다는 것이다. 공급이 한정되어 있다는 것은 지금 사두지 않으면 나중에 기회가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을 작용시키는 원리다.

홋카이도의 감자, 고구마, 팥, 딸기 등 채소와 과일로 만든 캬라멜(사진: 목지수 제공)

우리나라도 최근 매일유업이 전북 고창의 매일유업 공장 옆에 ‘상하농원’을 만들어 지역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다. 상하목장에 오면 신선한 우유로 만든 맛있는 아이스크림과 빵, 유제품을 맛 볼 수 있고, 신선한 목초를 먹고 자라는 소를 만날 수 있도록 했는데, 서울에서 상당히 먼 거리지만 주말이면 상하농원을 방문해서 체험 프로그램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매일유업의 상하목장이라는 우유 브랜드와 연계한 플래그십 농원인 상하목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다양한 체험과 먹거리가 이제는 고창의 이미지를 바꾸어 나가고 있다.

전북 고창에 위치한 매일유업 상하농원. 고창에서만 맛볼 수 있는 유제품과 식재료를 판매하고, 농장 체험을 할 수 있다(사진: 목지수 제공).

각 지자체의 특산물을 활용한 장소 기반형 ‘한정판 마케팅’이 우리나라에서도 하나둘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부산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부산 오뎅을 하나씩 손에 들고 떠나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부산의 특산물인 기장미역처럼 전국적인 지명도를 갖춘 신선한 식재료를 고급화해서 한정판 마케팅을 시도해 본다면 부산도 신선하고 맛있는 먹거리가 풍성한 도시로서의 이미지를 갖춰 나갈 수 있을 거라 기대해 본다.

목지수 안지현  reporter1@civic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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