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열풍 타고 자카르타에 경성어학원 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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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열풍 타고 자카르타에 경성어학원 설립
  • 취재기자 조나리
  • 승인 2013.11.25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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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경성대 특별한 인연 #1> 전국 최다 113명 유학 중
▲ 지난 2일 경성대학교 콘서트홀에서 열린 Knock kncok Indonesia 에서 한 학생이 인도네시아 전통 춤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Knock knock Indonesia 그룹)

맑은 가락의 인도네시아 전통 음악이 흘러나왔다. 붉은 색과 금색 전통 의상으로 화려하게 치장한 여성들이 신비로운 음악에 맞춰 인도네시아 전통 춤을 선보였다. 그들은 손 끝과 눈빛으로 아름다운 동작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조금 더 빠른 박자의 잇단 공연에서는 무용수들이 하나가 된 듯 절도 있고 통일된 춤 동작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 잡았다.

지난 2일 저녁 7시 경성대학교 콘서트홀에서 인도네시아 문화공연 ‘Knock Knock Indonesia 2013’이 열렸다. 사랑하는 두 남녀의 이야기를 배경으로 한 공연은 인도네시아의 다양한 춤과 음악을 선보이며 1시간 30분 가량 펼쳐졌다. 공연이 끝나자 관객석에서는 뜨거운 박수와 환호가 이어졌다. 한 관객은 개인적으로는 세계 5대 뮤지컬로 불리는 캣츠보다도 환상적인 무대였다며 감탄했다.

인도네시아의 다양한 문화를 소개하는 공연은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내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공연은 올해로 두 번째를 맞는 ‘Knock knock Indonesia’가 유일하다. 이 멋진 무대를 선보인 주인공은 다름 아닌 경성대학교에 재학 중인 100여명의 인도네시아 학생들. 기획부터 연출까지의 모든 것이 그들의 손에서 비롯됐다. 무대 한 켠, 콘서트장 앞에는 서로 안고 눈물을 흘리는 인도네시아 학생들이 보였다. 지난 6개월 동안 힘들게 준비한 무대가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감격에 터져 나온 기쁨의 눈물이다.

‘Knock knock Indonesia’는 경성대 인도네시아 유학생 협회에서 시작됐다. 지난 2008, 교내에 인도네시아 유학생들이 점점 늘어나며 자발적으로 생겨난 경성대 인도네시아 유학생 협회가 자국의 문화를 알리자는 취지에서 공연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 지난 2일 경성대 콘서트홀에서 Knock knock Indonesia가 열렸다. 올해로 2회째를 맞는 이 행사는 모두 경성대 재학 중인 인도네시아 유학생들이 준비했다. (사진: Knock knock Indonesia 그룹)

부산 경성대학교의 전체 유학생 284명 중 113명이 인도네시아 학생으로 전국에서도 가장 많은 규모다. 국내 4년제 대학의 중국인 유학생 비율이 평균 80%를 차지하는 것과 비교하면, 경성대학교는 중국인 유학생 49%, 인도네시아 유학생 40%로 인도네시아 학생들이 비율이 눈에 띄게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경성대학교에 유독 인도네시아 학생들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경성대학교와 인도네시아의 특별한 인연은 7년 전인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 드라마와 K-pop 열풍으로 한류바람이 시작되던 때, 경성대학교는 인도네시아에 경성어학원을 설립했다. 아무도 시작하지 않은 새로운 도전이었지만 호주, 싱가폴 등 영어권 국가와 지리적으로 가까워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는 학생들이 많고, 세계에서 4번째로 인구가 많은 인도네시아 시장의 개발 가능성을 높이 산 것이었다. 그 예상은 적중했고 코리안드림을 꿈 꾸는 인도네시아의 글로벌인재들이 한류 붐을 타고 경성대학교로 오기 시작했다.

경성대학교 국제교류팀은 인도네시아 현지 고등학교에 찾아가 입시 설명회, 유학 박람회를 열어 인도네시아 학생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국제교류팀의 노력은 학생들을 유치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그 학생들이 한국에 잘 적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 우선 인도네시아 학생들은 한국에 오기 전 6개월 간 수도인 자카르타에 있는 경성어학원에서 한국어와 한국예절, 한국문화에 대해 교육을 받는다. 그 학생들 중에서도 경성대에서 자체적으로 행해지는 한국어 시험에 합격을 해야 유학을 올 수 있도록 하는 엄격한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철저한 교육 때문인지 한국에 처음 와서 인사하는 인도네시아 유학생들도 손을 흔들며 하이(Hi)”라고 인사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고개를 숙이고 안녕하세요를 건넬 정도라고 한다.

성공적인 유학 생활을 위해서는 얼마나 한국어를 잘하느냐가 관건. 경성대 국제교류팀은 이를 위해 인도네시아 유학생들이 한국에 온 뒤로도 무료 한국어 강좌를 열고, 한국어 능력 시험 및 학점 고득점자에게는 30~50%의 학비 장학금을 수여하고 있다. , 일반 학생들이 1:1로 유학생들의 한국생활의 가이드가 되어주는 버디(Buddy)’프로그램으로 유학생들의 한국어 실력 향상은 물론 한국 문화 적응도 돕고 있다. 그 결과, 대부분 한국어로 진행되는 강의에서 인도네시아 학생들은 월등히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지난 4월 국립국제교육원이 전국대학에서 학과성적과 한국어능력이 우수한 400명을 선발했는데 그 중 15명이 경성대에 재학 중인 인도네시아 유학생으로, 부산지역 1, 전국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처음에는 한국어를 잘 못하는 외국인 유학생이 많아지면, 강의가 원활히 진행되기가 어려워 강의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교수, 학생들의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성실한 면학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인도네시아 학생들 때문에 부정적인 시선들도 점차 바뀌고 있다. 오히려 한국 학생들이 글로벌 마인드를 갖는데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많다.

경성대에서 인도네시아 유학생들을 적극 유치하기 시작한 게 8년 째. 경성대 성공적인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고, 내년부터는 수도권 대학들도 인도네시아 유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경성대로선 조금은 부담스러운 입장이지만 고지를 선점한 만큼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인도네시아 유학생들의 수를 더욱 늘려갈 계획이다. 국제교류팀 김봉주씨는 "수도에 세워진 자카르타 경성어학원의 사례를 가지고 인도네시아의 다른 지역에 제 2의, 제 3의 케이스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경성대에서 유학생활을 하는 인도네시아 학생들 중 굉장한 엘리트들이 많다"며 "그 학생들이 장차 한국과 인도네시아 양국 간의 교류증진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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