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과 공부, 한국어 학습에 눈코 뜰 새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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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 공부, 한국어 학습에 눈코 뜰 새도 없어요"
  • 취재기자 신혜화, 정혜리
  • 승인 2013.12.05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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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경성대 특별한 인연 #2> 사비안, 아디티아의 부산 유학기
▲ 경성대 건축공학과에 재학 중인 인도네시아 유학생 사비안(사진: 사비안 제공)

중학교 때부터 K-Pop에 푹 빠져 한국을 동경하기 시작했다는 인도네시아 소녀 사비안 아버드 사라사티(Sabian Abid Sarasati, 21). 그녀의 꿈은 가수 '빅뱅'이 사는 한국에 한 번 가보는 것이었다. "Dreams come true"라 했던가.  몇 년 후, 그 꿈은 이뤄졌다. 2010년 가을, 그녀는  그토록 선망하던 나라, 드라마 '풀하우스', '꽃 보다 남자'의 무대인 한국 유학 길에 오르게 된 것이다.   

경성대학교 건축공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그녀는 이제 어느덧 한국 생활 3년 째인 베테랑 외국인이다. 처음에는 한류열풍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지만, 대학 진학을 준비하며 평소 관심분야였던 건축학을 공부할 수 있는 학교를 고르다 보니, 그녀는 자연히 한국 유학을 선택하게 됐다.

사비안은 인도네시아에서도 건축을 배울 수 있지만 디자인 설계 부분에만 그쳐서 직접 시공을 배우기는 힘들어요. 그런 점에서 한국은 고층 건물도 많고 건축이 발달한 나라라 여러 방면에서 더 많이 배울 수 있을 것 같았어요라고 말한다.

당초 미국이나 호주 등 영어권 나라에 유학 가는 것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건축 기술에 관한 한국의 세계적인 명성과 안전한 치안 상황 등을 꼼꼼히 따져보니 한국이 여러모로 유리하다는 판단이 섰다. 그 다음 그녀는 한국의 어느 대학에 갈것인가 고민했다. 그런데 마침 인도네시아에서는 한국 대학교 중 가장 적극적으로 인도네시아 학생을 유치하는 대학은 경성대학교뿐이었다. 자연히 사비안은 경성대에 원서를 내고 입학허가서를 받게 돼 부산 행 비행기에 올랐다.

3년여 고향에서 홀로 멀리 떨어져 있어 향수병에 걸릴 법하지만, 그녀는 하루하루 바쁜 일과 때문에 외로움을 모르고 살아가고 있다. 기본 학과 공부에 한국어 공부까지. 그녀는 다른 학생들이 하는 공부량의 두 배 정도는 해야 한다. 이제는 한국어도 많이 익숙해졌지만 자국어로 강의를 듣는 한국 학생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사비안은 경성대학교 내 인도네시아 유학생 협회(현재 113명 재학 중) 회장이다.  지난 달 열린 인도네시아 문화 공연 ‘Knock knock Indonesia’(경성대-인도네시아 특별한 인연 #1기사에서 소개)를 위해 경성대학교 인도네시아 유학생들이 6개월 간 공연 연습을 하는 동안, 그녀는 정말 눈코 뜰 새없이 바빴다. 사비안은 회계 담당, 장비 담당, 홍보 및 기록 담당 등 10여 개의 조직을 구성하고, 행사 계획서를 작성하며, 후원 업체에 직접 찾아가 재정을 요청하는 등 행정적인 업무를 도맡아 하기도 했다.

이렇게 바쁜 사비안은 고향인 인도네시아에 가면 오히려 카우치 포테이토(couch potato, 하루 종일 소파에 앉아 감자칩을 먹으며 TV만 보는 사람) 신세를 면치 못한다고 한다지난 여름 방학 때 그녀는 3년만에 고향집에 갔는데 한국에서 처럼 재밌는 일도, 친구들도 없어 오히려 심심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녀는 부모님이 저를 강하게 키우셔서 성공하기 전까지는 집에 돌아올 생각을 하지 말라고 하셨어요라고 말했다.

사비안은 방학 중에는 아르바이트를 한다. 학교 성적에 따라 일부 장학금을 받지만 남은 학비나 생활비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인도네시아어는 물론이고 영어와 한국어 등 3개 국어에 능통하다. 그 외국어 실력 덕에 지난 번에는 서울에서 텔레마케팅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다.

한류를 보며 한국에 대한 막연한 꿈을 키웠던 사비안은 이제 한국에서 얻은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건축가로서의 진짜 꿈을 꾸고 있다.

 

▲ 경성대 토목공학과에 재학 중인 인도네시아 유학생 아디티아(사진 출처: 아디티아 카카오스토리)

경성대학교 토목공학과에 다니는 아디티아 마헨드라(Adytia Mahendra, 22) 역시 한류 바람을 타고 한국에 왔다. 그는 중학생 시절 풀하우스라는 한국 드라마를 처음 접했다. 한국 배우들과 한국인들의 생활 모습을 보며, 아디티아는 한국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갔다. 그는 처음엔 그저 궁금했는데 나중엔 진지하게 한국에 대한 책을 찾아보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2010, 아디티아는 한국 정부 초청 장학생으로 국비를 지원을 받고 부산에 왔다. 정부 초청 장학생은 우리 정부가 각 나라의 우수 학생들을 선발해 모든 학비와 생활비를 지원하는 유학 제도이다. 인도네시아에서 뛰어난 학교 성적을 얻었던 아디티아는 우리 정부의 초청 장학생으로 뽑혔고, 자카르타에 있는 경성어학원이 아닌 부경대학교 어학원에서 1년 간 한국어를 배웠다.

경성대 국제교류팀의 김봉주 씨는 “(아디티아는) 굉장한 엘리트다. 인도네시아 최고 대학의 수석 정도로 생각해야 한다고 아디티아를 소개했다. 그는 또 인도네시아에서도 공부를 잘했지만 한국에 와서도 한국 학생들과 경쟁해 1등을 한 것을 보고 대단하다고 느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디티아는 학과 공부는 물론 대외 행사에도 열심이다. 그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한국어 말하기 대회나 시 낭송 대회 등에 꼬박꼬박 참가해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팔방미인인 그에게도 남 모를 고충이 있다. 바로 한국 음식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국민 대부분이 돼지 고기를 먹지 않는 이슬람 교도인데, 그가 묵고 있는 기숙사 식당에는 돼지 고기 반찬이 자주 나오기 때문이다. 이것은 이슬람 교도가 적은 한국 사회에서 예상치 않게 부딪친 문제였다.

그가 겪는 또 다른 어려움은 한국 사회의 심각한 문제점 중 하나인 학벌주의다. 그는 한국에서는 지방대를 무시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어떤 사람이든 자신이 노력만 한다면 학교와 상관 없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그 신념에 따라, 아디티아 역시 더 좋은 삶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작년 겨울방학에 포항 포스코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인도네시아 근로자들을 교육하는 현장에서 통역을 담당했다. 한국어, 영어, 인도네시아어가 능통한 아디티아는 회사에 큰 도움이 됐다. 돈을 벌기 위한 시작한 아르바이트였지만, 아디티아 역시 한 달여 동안 친구들을 사귀고 건설현장에 대해 배우는 뜻 깊은 시간을 가졌다.

아디티아는 졸업 후 한국 기업에 입사할 계획을 갖고 있다. 그는 한국의 기술이 뛰어나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해요라며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취직해 한국 회사에서의 경력을 바탕으로 인도네시아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경성대학교 국제교류팀은 현지에 있는 홍보팀을 통해 인도네시아 유학생 유치에 적극 힘 쓰고 있다. 이를 통해 사비안과 아디티아 같은 뛰어난 인도네시아 학생들이 매년 20에서 40명 씩 경성대학교로 유학을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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