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마트는 거지 천국? 공짜 양파 쓸어담고 과일 상자서 내용물만 슬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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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마트는 거지 천국? 공짜 양파 쓸어담고 과일 상자서 내용물만 슬쩍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7.07.07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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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 거지' '인형 거지' '체리 거지' 등 행태도 다양..."잘못인 줄 모르는 게 더 큰 문제" / 정인혜 기자
창고형 마트 '코스트코'를 이용하는 일부 소비자들이 '거지'라는 별칭으로 불리고 있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거지: 남에게 구걸한 것으로 겨우 먹고 사는 사람들.

창고형 마트인 코스트코에는 유난히 '거지'들이 많다는 말이 있다. 일반 마트와 달리 연회비를 지불한 회원들만 출입할 수 있는 코스트코가 ‘거지 천국’이라는 오명을 쓰게 된 이유는 뭘까?

코스트코에는 다양한 종류의 '거지'가 있다.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양파 거지’다. 코스트코 매장 내 푸드코트에서는 고객이 원하는 만큼 양파를 가져갈 수 있는데, 비닐 팩이나 밀폐 용기를 가져와 양파를 뭉텅이로 담아가는 얌체족들이 있다. 이들이 바로 그 유명한 ‘양파 거지’다. 

이에 코스트코에서는 ‘양파는 핫도그 구매 고객만 이용할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내걸기에 이르렀다. 코스트코 관계자에 따르면, 이는 전 세계 코스트코 매장 중 한국에만 붙어있는 것이라고 한다.

6일 찾은 코스트코 매장. 그다지 붐비지 않는 시간이었음에도 양파는 동이 나 있었다. 양파 기계 앞에 선 한 여성은 ‘에휴’라는 짧은 탄식과 함께 발걸음을 돌렸다. 그는 여태껏 코스트코에서 3번이나 핫도그를 먹으면서도 양파를 함께 먹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푸념했다. 양파가 동이 났던 건 이 날이 처음이고, 이전 두 번은 기계 앞에서 양파를 받아가는 사람들이 몰려선 바람에 시간이 너무 지체됐기 때문이라고.

그는 “진짜 여기 푸드코트에서 별의별 사람을 다 봤다”며 “저번에는 양파를 받으려고 핫도그를 들고 기다리는데, 앞에 선 사람이 락앤락 통에 양파를 쓸어 가길래 너무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뭐하시는 거냐’고 항의해도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양파를 담아 가더라”며 “핫도그를 포장해 가는 사람처럼 보이진 않았는데, 그 양파 들고 가서 어디에 쓰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혀를 찼다.

코스트코에서 양파를 포장해왔다는 한 여성이 남긴 블로그 글(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양파 거지뿐만이 아니다. 시식 코너 음식이 아닌 완제품을 뜯어서 맛보고 구매하지 않는 ‘자체 시식 거지’도 있다. 매장 직원 최모 씨는 “과일이나 대용량 과자 같은 것들을 카트에 담고 봉투를 찢어서 먹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며 “제지하려고 해도 ‘계산할 건데 뭐 어떠냐’고 대꾸한다”고 설명했다.

이 중에는 계산하는 사람도 있지만, 계산대 앞에서 물건을 빼놓고 도망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최 씨는 “이런 분들께 한마디 하려고 하면 시치미를 떼거나 되레 서비스 정신을 운운하며 항의를 한다”며 “발생하는 손해는 직원이나 업체 측이 배상해야 한다는 점을 좀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 달에 한 번 가량 코스트코를 찾는다는 주부 강주영(42) 씨는 “코스트코 올 때마다 몰상식한 사람들을 꼭 한 번씩은 보는데 보는 내가 다 부끄러울 지경”이라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도 '코스트코 거지'를 목격했다는 무용담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 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코스트코 다양한 거지충들’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글에는 양파 거지 외에도 마트 내 판매용 인형을 아이 장난감으로 사용하고 계산은 하지 않는다는 ‘인형 거지’, 과일 상자를 카트에 싣고 내용물을 빼먹은 후 다시 자리에 가져다 놓는다는 ‘체리 거지’, 제품을 사용하고 환불을 받아가는 ‘환불 거지’ 등에 대한 설명이 담겼다.

글쓴이는 “‘코스트코 후기’라며 블로그에 이런 내용을 포스팅한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다”라며 “가장 큰 문제는 이것이 잘못됐다는 자각 자체를 못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글은 게시된 지 하루 만에 조회 수 31만을 훌쩍 넘기는 등 많은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었다.

게시글 밑에 달린 댓글 440여 개 대부분은 개탄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네티즌은 “정말 창피하다”며 “무서워서 담요나 인형 같은 건 사지도 못하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코스트코에 대한 환상이 있었는데, 가보니까 거지 천국이더라”라며 “질서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고 제품 상자들은 개봉 자국이 있고 다른 건 말하기도 싫다. 그 이후로 다시는 안 간다”고 말했다.

코스트코 측을 비판하는 의견도 있다. 분쟁 발생을 우려해 이런 문제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유야무야 넘어가는 태도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주부 김모 씨는 “몰상식한 사람들이 저지른 민폐는 고스란히 선량한 소비자들이 입게 되는데 이걸 그냥 내버려 두는 코스트코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내가 산 제품도 진상들 손을 거치면서 오염됐을지 어떻게 아나”라고 불만을 내비쳤다. 

이어 그는 “제대로 된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해서라도 이런 진상 고객들에 대한 확실한 대책이 따라야 한다”며 “계속 이런 식으로 가면 손님들은 다 떠나고 거지들만 남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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