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어린이대공원 매점 철거 소식에 상인들, "어떻게 먹고 살라고" 항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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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어린이대공원 매점 철거 소식에 상인들, "어떻게 먹고 살라고" 항의
  • 취재기자 한유선
  • 승인 2017.05.22 20:55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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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어린이대공원 새 단장 일환으로 매점 철거 계획 / 한유선 기자

부산시가 초읍 어린이대공원 내에 있는 매점을 철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매점 상인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부산 초읍 어린이대공원 내 매점, 조리된 음식과 주류를 판매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한유선).

지난 15일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부산시가 어린이대공원을 새 단장하기 위해 술과 조리음식을 파는 판매 시설을 올해 말까지 철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어린이대공원에 있는 매점에서는 파전 등의 조리 음식과 술을 불법 판매했으며 주위 벤치를 무단 점유하는 등 민원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기 때문에, 오는 12월 사용기간이 끝나면 철거를 진행하겠다는 것.

어린이대공원 입구에 걸려있는 현수막, 매점 내 음식물 및 주류 판매가 금지된다고 적혀있다(사진: 취재기자 한유선).

이같은 부산시의 입장에 대해, 어린이대공원 내 매점 상인들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공원 입구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빙그레’ 매점 주인 김연옥(72) 씨는 언론 보도를 통해 매점을 철거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김 씨는 “그동안 도로 정리한다고 장사 멈추고, 이런저런 공사한다고 영업을 중단한 적도 많았지만, 이 일이 아니면 생계를 유지할 수 없어서 계속 장사했다”며 “조리 음식과 술 때문에 철거한다는 건 너무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2002년 당시 부산시는 어린이대공원 내에 매점 재건축을 진행했다. 상인들이 사비를 들여 가게를 재건축하는 대신 15년 동안 사용료를 받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계약을 했다. 재건축 비용이 15년 치 매점 사용료에 해당하는 셈이다. 상인들이 매점을 건축하는데 적게는 8000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이 넘게 들어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싸라기’ 매점 주인 박순복(65) 씨는 15년 전에 1억 3000원을 들여서 가게를 지어서 지금까지 장사를 해왔다. 박 씨는 자신도 언론 보도를 통해 철거한다는 사실을 접했다며 “조리 음식 파는 게 문제라고 했는데, 조리 음식을 안 팔면 하루 일당도 채 안 나온다”고 말했다. 음식을 팔지 않으면 하루 1만~2만 원 정도의 수입밖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 박 씨의 주장. 박 씨는 “시의 방침이 그렇다면 우리 같은 상인들은 따르는 수밖에 없다”며 “그래도 시에서 적절한 보상을 해주든지 좀 더 장사를 할 수 있도록 계약을 연장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호반의 벤치’ 주인 김점순 씨는 “술이랑 음식 만들어 판다고 철거하라는 건 부산시의 핑계”라며 “손님들이 술을 가지고 오는 경우가 훨씬 많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공원 관계자를 통해 매점이 철거될 수도 있다는 소식을 듣고 부산시를 직접 찾아갔다. 상인들은 “당시 부산시 관계자는 '확실하게 정해진 것이 없다. 기다려달라'는 이야기만 했다“고 입을 모았다. ‘수원지하우스’ 매점 주인 박곤현(54) 씨는 ”아직 구체화된 건 없는 것 같은데 행정 집행을 하는 과정에서 상인들의 생존권을 보호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부산시의 철거 소식이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상인들도 있었다. ‘5호 센터’ 매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연수(71) 씨는 ”어떻게 지어서 지금까지 장사를 해왔는지 아느냐. 일방적으로 나가라는 건 말이 안 된다“며 ”15년 전에 계약할 때는 15년 후에도 장사할 수 있을 거라는 식으로 말해놓고 이제 와서 나가라하니 억울하다“고 말했다. ‘공원 쉼터’ 주인 김맹자(68) 씨는 ”철거하라고 하니 막막하다“며 ”기간 연장을 해주지 않으면 상인들은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어린이대공원 내 매점 철거 문제에 대해 아직 확실시된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성지곡 수원지 활성화, 모노레일 설치 등 어린이들이 찾을 수 있도록 공원을 탈바꿈하려는 것은 맞지만 매점 철거 문제에서는 아직 계획 단계에 있다는 것. 부산시 관계자는 ”오래된 곳이 많고 그동안 조리 음식 판매나 술 판매에 많은 민원이 들어와서 시 입장에서도 곤란했다”며 “철거 예정인 것은 맞지만, 아직 구상하고 검토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상인들과 좋은 방향으로 조율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인들은 공원 내 매점 철거에 대한 부산시의 입장을 직접 확인할 예정이라고 했다. ‘오늘같이 좋은날’ 식당을 운영하는 박선릉(60) 씨는 “내일 모레쯤 대표자들끼리 모여서 부산시의 입장을 들으러 갈 계획”이라며 “원래는 부산시 관계자가 시장 보고 후 결과를 알려주겠다고 했지만 철거한다는 기사가 나왔으니 정확하게 확인을 해봐야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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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주민 2017-08-06 13:21:07
얘들 데리고 공원에 산책가면
항상 등산객 및 동네주민들의 술판입니다.
건강한 공원 문화를 만들기위해서라도
업주들에게 계약연장을 하면 안된다고 봅니다.

부산사나이 2017-05-30 13:06:01
어렸을 적, 어린이 대공원은 저에게 좋은 기억의 장소였고, 지금도 고향에 내려가면 한번씩 들릴 수 있는 부산의 명소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어린이 대공원의 역사와 같이한 상인들의 노력과 헌신도 대단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분들의 생존권과 헌신을 져버리면서까지 어린이 대공원이 탈바꿈을 한다는 것이 진정한 발전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나쁜 어른들의 습관과 행위를 금지하면서 어린이 대공원이 변화를 하는 방향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찾아뵐 수 있는 정든 상인들의 생존권은 마땅히 유지해줘야 한다고 봅니다.

이쁜줌마 2017-05-25 21:16:36
주말에 애들 데리고 파전 먹고 공원 한바퀴 도는 것이 낙인데 매점이 없어지면 이제 무슨 재미로 살꼬~~~ㅜ.ㅜ

고향 2017-05-24 12:26:00
상인철수는 심한것 같다. 명색에 어린이 공원인만큼 예전처럼 이용자를 많이 늘려 명성을 되찾을려는건 좋지만 그래도 그동안 이용객이 많든 적든 그자리에 장사하며 생계 유지하시던 분들 쫓아 내는건 아니지 않나 사비 들여가며 장사하시던분 쫓아내고 애들에겐 꿈과 희망을 준다 하는것도 웃긴듯 현명한 조정이 있으면 좋겠고 한편 어린이공원이트렌드에 맞춰 너무 큰 변화가 없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