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는 나의 사랑, 내 취향대로 산다”...'덕후'들, '덕후당'으로 뭉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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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는 나의 사랑, 내 취향대로 산다”...'덕후'들, '덕후당'으로 뭉쳤다
  • 취재기자 김유진
  • 승인 2016.11.28 22:05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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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한 취미로 남과 교류하고 건강한 생활 즐기는 청소년들 증가세
덕후 워크샵의 참가자를 모집하고 있는 포스터(사진: 덕후당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부산 지하철 3호선 남산정역 5번 출구로 나와서 10분 정도 걷다 보면 특이한 청년들의 아지트가 숨어있다. 얼핏 보면 낡아 보이기까지 하는 유리문에는 “‘덕질’하고 놀자”라는 포스터가 붙어있다. 그 문을 열면 가지런히 놓인 신발들이 있다. 그 틈을 지나면 방 한편에서 한 청년이 사람들을 향해 자신의 취미를 자랑하고 있다.

‘덕후’란 일본어인 오타쿠에서 한국식 발음으로 파생된 단어다. 이는 마니아 이상의 열정을 가지고 특정 분야를 취미 생활로 즐기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어떤 분야의 덕후가 됐다는 뜻인 ‘입덕,’ 특정 분야를 취미생활로 즐기는 모든 행위를 뜻하는 ‘덕질,’ 성공한 덕후의 줄임말인 ‘성덕,’ 자신이 덕후임을 밝힌다는 뜻인 ‘덕밍아웃’ 등의 신조어들이 줄줄이 등장했다. 덕후는 이제 젊은이들의 문화다.

그 동안 덕후들은 자신의 방에서만 덕질했다. 이러한 덕후들을 소통하게 하는 곳이자 덕후들의 아지트가 바로 ‘고치’다. “덕후야 놀자”란 포스터가 붙어 있는 청년들의 아지트의 명칭이 바로 고치다. 고치란 ‘배움과 실천의 공동체 고치’라는 비영리 단체가 운영하는 청소년과 청년들을 위한 인문학 활동 공부방이다. 이 장소에서 5월부터 격주 토요일마다 덕후들이 와서 자신들의 덕질을 설명하고 자랑했다. 이 모임은 ‘덕후당’이라고 불린다.

덕후들을 불러 그들의 취미를 자세히 들어 보는 모임인 덕후당 프로젝트의 담장자인 이승희(29) 씨는 “주변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이 좋아서 하는 일을 열정적으로 해내는 청년들을 당당하게 공개적인 장소로 이끌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승희 씨는 ‘상상편집소 피플 ’소속이다. 상상편집소 피플은 부산 남구 우암로에 위치한 ‘감만창의 문화센터’에 입주해있는 단체로 부산에서 각종 문화 관련 일을 기획하고 수행한다. 상상편집소 피플은 이곳 고치로 와서 부산 문화 재단이 지원을 받아 ‘덕후들의 장’을 기획하게 됐다.

고치에서는 격 주 토요일마다 다양한 주제로 덕후 워크숍이 진행된다. 워크숍은 덕후의 소개, 취미에 대한 이야기 등을 주제로 한 시간 동안 자신의 덕질을 자랑한 뒤 다른 청년들과 덕후가 함께 덕질하는 시간으로 구성된다. 이승희 씨 등은 주제를 정하고 덕후를 직접 초빙하거나 신청을 받아 섭외한다. 덕후 뿐만 아니라 덕후를 체험하고 싶은 사람들은 페이스북 ‘덕후당’ 페이지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신청자는 15~20명 정도로 소규모로 받고 있다.

덕후당 워크숍은 축구 덕후, 리듬게임 덕후, 애니메이션 덕후 등 다양한 분야의 취미를 맛볼 수 있는 자리다. 함께 덕질하는 시간에 참여자들은 다양한 경험을 한다. 축구 덕후가 왔을 때는 함께 온라인 축구게임을 즐겼다. 퍼스널 컬러(자신의 피부에 맞는 색채를 찾아 주는 일) 덕후 때는 본인의 얼굴에 맞는 메이크업을 종이에 시연해서 그린 사람과 그 메이크업이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을 덕후가 뽑기도 했다. 이처럼 고치는 누군가의 취미를 함께 공유하며 공감하고 즐기는 자리로 발전하고 있다.

축구 덕후 박현우 씨가 축구에 대해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유진).
축구 덕후와 참가 청년들이 온라인 축구게임을 진행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유진).

덕후 워크숍에 사람들 대부분이 흥미로워했다. 애니메이션 덕후 박성원(24) 씨는 덕후당 워크샵을 진행하는 선생님들의 권유로 참여했다. 그는 “2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좋았어요”라며 그때를 회상했다. 오용택(28, 부산 수영구 광안동) 씨는 덕후당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축구 덕후가 소개되는 날에 고치에 왔다. “전에 리듬게임 덕후 때 와서 선물을 받았거든요. 그때 이 모임에 재미를 느꼈어요. 그리고 저는 하나에 집중하지 못하는 성격인데, 이렇게 하나에 집중하는 덕후들에게 흥미를 느꼈어요”라고 했다.

김철훈(30, 부산 북구 화명동) 씨는 아는 동생의 소개로 축구 덕후 때 처음 참여했고 그 후로 자주 ‘덕후당’ 행사를 찾았다. 김 씨는 “덕후 워크숍은 건강한 공동체라는 생각이 들어요”라며 “앞으로도 이러한 덕후 프로젝트가 활발해졌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했다.

‘덕후당’ 청년 프로젝트는 격주로 모임을 갖고, 상반기와 하반기 총 2번의 ‘전당대회’를 마지막으로 끝이 난다. 덕후당은 올헤 10월 29일 ‘강아지’를 주제로 고치에서 마지막 모임을 가졌으며, 11월 12일 서면 놀이 마루에서 소셜 다이닝 형식의 하반기 ‘전당대회’를 진행했다. 또 이승희 씨는 12월 10일에는 경성대학교에서 한 분야가 아닌 여러 분야에 걸쳐 덕질하는 청년들을 모아 ‘청년 잡덕 대회’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기가 좋아 하는 일에 푹 빠져 보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무의미하게 게임, 폭력, 도박 등에 빠지는 것보다 자기 취미에 몰입하는 일은 훨씬 생산적이고 바람직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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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맛소나기 2016-12-18 23:03:43
덕질청년들이 모인 '덕후당' 이름부터 너무 재밌네욤~ㅋㅋㅋ
저도 이것저것 호기심도 많고 좋아하는것들도 많은 잡덕인데..
덕후들끼리 모여서 덕질자랑도 하고 정보도 공유하는 모임 진짜 응원합니다!!

대학생 2016-12-14 22:40:24
덕질의 끝은 양덕이라는데.. 언젠가 꼭 서양으로 떠나리라!:)

러브온더비치 2016-12-14 20:59:22
덕후라는 단어가 조금 낯설고 어색하지만 한가지에 집중하고 몰두해야만
그분야에서 최고가 될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덕후는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하는 단어애요 하지만 집에서도 덕질을 하기보단 함께 모여서 이야기하도 하고 소통을 하면 너무 좋을거 같아요 덕후당 매력있네요

경이 2016-12-14 14:31:43
어머나 부산에 이런일이^^ 개성이 강한시대잖아요~ 그에맞추어 변하고있는 사회를 고대로 반영하는 실상이네요...!! 의미있고 너무 쪼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