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노인이 독거노인 돌본다...'노노(老老)케어'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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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노인이 독거노인 돌본다...'노노(老老)케어' 눈길
  • 취재기자 박신
  • 승인 2016.11.28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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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이 노인에겐 일자리, 독거 노인에겐 말동무...부산 동구 등 전국 3만여 명 참여 / 박신 기자

2014년 OECD 국가 중 한국의 70세 이상 노인 평균 자살률은 10만 명 당 116.2명으로 다른 나라 노인 자살률 평균에 비해 20배 정도 높은 수준이라고 한다. 역시 2014년 OECD 국가 중 65세 이상의 노인 빈곤율도 49.6%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반영하듯, 가족들과 떨어져 홀로 살면서 생을 마감한 사람들의 시신이 며칠이 지나서 발견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점점 고령화되어감에 따라 독거 노인 문제와 노인 일자리 문제 해결이 숙제가 됐다. 부산시 동구에 위치한 동구노인종합복지관도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치된 노인복지관 중의 한 곳이다.

이곳에서 시행되고 있는 대표적인 사업이 바로 ‘노노케어(老老 care).’ 노노케어란 건강한 노인에게는 독거 노인을 돕는 일자리를 주고, 독거 노인은 자신과 비롯한 연배의 노인으로부터 돌봄 서비스를 제공받는 제도를 말한다. 미국, 독일, 일본 등의 국가들이 먼저 노노케어를 노인복지 향상을 위한 제도로 활용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이를 받아들였다. 지난 3월부터 노노케어 활동을 하고 있다는 김순례(78, 부산시 동구) 씨는 “가만히 집에 있는 것보다 여기저기 다니면서 나와 비슷한 연배의 노인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돈뿐만 아니라 얻어가는 것이 많다”고 말했다.

부산시 동구 수정동에 위치한 동구노인종합복지관(사진: 취재기자 박신)

노노케어는 노인 일자리 사업이 시작된 이듬해인 2005년부터 '노노 간병 사업'으로 전국적 차원에서 처음 시작됐다. 한국보건의료원에 따르면, 2013년 기준 노노케어 참여자는 전국적으로 3만 1,862명이고, 수혜자는 3만 3,932명이라고 밝혔다. 현재 부산 동구에서는 80명의 노인이 노노케어에 참여하고 있다.

동구의 노노케어 참여자 선발 기준은 65세 이상의 노동이 가능한 건강한 사람이어야 하며, 소득, 건강상태 등을 고려해서 선발한다. 선발된 사람들은 6시간의 소양 교육과 8시간의 직무교육받는다. 교육 내용은 강의과 현장실습으로 이뤄져 있다. 노노케어 사업에 참여 중이더라도 두 달에 한 번씩은 복지관을 찾아 보충교육을 받아야 한다.

노노케어 활동 중 돌봄 서비스는 건강한 노인이 2인 1조로 짝을 이루어 활동한다. 남녀 노인을 분리해서 운영하지는 않지만, 주로 남남, 여여로 짝을 이뤄 활동한다. 근무 시간은 하루 3시간씩 한 달에 10회 정도. 몸이 불편한 노인들을 돌보는 노인 돌봄이의 임금은 한 달에 20만 원. 짝을 이룬 2명의 노인 도우미들은 자신의 집 근처에서 거동이 불편하거나 혼자 살고 있는 독거노인이 있는지를 찾아 다니며 확인한다. 이 활동을 ‘발굴 활동’이라고 한다. 발굴 활동 역시 근무의 일종이다. 동구 노노케어 담당자 안주아(23) 씨는 “발굴 활동이 쉽지 않을 때는 복지관에서 직접 주위에 노인들을 매칭해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노노케어에서 실시하는 또 다른 활동으로는 도시락 배달이 있다. 도시락 배달차가 지정된 장소로 가면 돌봄이 노인들이 도시락을 받아 독거노인들에게 배달한다. 단순히 도시락 배달 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독거 노인들의 말벗 역할까지 해준다. 노노케어 수혜자 최갑선(71, 부산시 동구) 씨는 “노노케어를 통해서 나랑 비슷한 연배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적적함을 잊는다. 전에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지만 이젠 덜 외롭게 됐다”고 말했다. 노노케어 돌봄이 참가자 전모 할아버지도 “참가자들 역시 노인이다 보니 여기저기 왔다갔다 하는 게 쉽지 않지만, 나보다 더 힘들어 하는 분들을 도와주면서 그 분들이 고마워하는 것을 보면 보람되고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부산 동구의 초량 전통시장 상가 안 ‘실집’에서 노노케어 활동으로 만난 어르신들이 서로 안부를 주고받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박신).
노인 공익활동 일지. 노노케어 참가자들은 독거노인 돌봄 활동을 인증받기 위해서는 복지관에 노인 공익활동 일지를 제출해야 한다. 일지에는 참여 날짜와 시간, 그리고 참여자와 방문자의 서명이 필요하다(사진: 취재기자 박신).

동구의 노노케어 담당자는 활동이 정상적으로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친절하게 서비스를 제공하는지를 일일이 독거노인들을 방문해 확인한다. 특히 동구 노노케어 담당자들은 다른 구에 비해 바쁘다. 담당자 안주아 씨는 동구가 다른 구에 비해서 독거노인들이 몰려있기 때문에 노인 돌봄 서비스나 노인 일자리 사업이 활성화되어 있다고 말했다. 안 씨는 “이런 서비스가 있다는 것 자체를 모르는 분들이 많은데 이런 서비스가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 앞으로 이 사업을 더 발전시켜서 많은 어르신들이 혜택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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