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버티기에 맞서 '하야 정국' 장기전에 대비해야"
상태바
"청와대 버티기에 맞서 '하야 정국' 장기전에 대비해야"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6.11.27 06: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민들, "백만 집회에도 귀닫는 대통령 답답"...전문가, “생활 속 하야 운동 확대를” / 정인혜 기자
제5차 촛불집회가 전국 190만 명을 동원하며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된 가운데, 향후 촛불 정국 방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정인혜).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제5차 촛불집회가 전국 190만 명을 동원하며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된 가운데, 향후 사태의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 파문 초반 박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하며 당혹스러워하던 모습과는 달리 청와대는 전열을 정비하며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다.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 한 박 대통령을 사퇴시킬 방법은 탄핵밖에 없다. 하지만 여야가 탄핵안을 의결하기까지 과정도 순탄치 않거니와, 탄핵을 추진하더라도 헌법재판소 심판에 최장 6개월이 걸린다. 이를 의식한 듯 청와대는 시간에 기대어 여론이 수그러들기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시민들은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촛불 정국이 향후 어떻게 이어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집회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향후 집회 방향을 속히 가다듬고, 장기전 준비에 돌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5주째 집회에 참가한다는 회사원 박민기(36) 씨는 “친구들과의 모임, 데이트도 접고 매주 집회에 나오고 있다"면서도 "생각보다 오래가는 것 같아서 힘들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직도 별 반응이 없는 것 보면 앞으로도 달라질 것 같지 않다"며 "집회 주최 측이나 야당이 박 대통령을 압박할 새로운 방법을 강구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자영업자 정태봉(51) 씨는 “생각보다 더 생각이 없는 대통령 때문에 예상치도 못한 장기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며 “참 황당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생업 등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우려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3주째 집회에 나오고 있지만,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집회에 장사를 제쳐놓고 매주 나올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박 대통령을 빨리 끌어내릴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점점 추워지는 날씨도 시민들의 참여 당락을 가를 변수 중 하나다. 이날 서울에는 올 겨울 들어 첫눈이 내렸다. 최저기온 0도, 최고기온 3도를 기록하면서 추위가 이어졌다. 점퍼와 목도리로 중무장한 시민들은 촛불에 손을 쬐며 추위를 녹였지만, 날씨가 더 추워지면 집회를 이어가는 데 무리가 있지 않겠냐는 의견이 잇따랐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주부 윤미혜(32) 씨는 목도리를 머리까지 감고 있었다. 윤 씨는 “매주 아이를 데리고 광화문에 나왔는데, 날씨가 점점 더 추워지면 참여하기 힘들 것 같다”며 “(박 대통령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 건지...”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듯 청와대의 ‘버티기’로 집회가 장기 국면에 들어서면서, 전문가들은 다양한 집회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서울 나눔청년 정치연구소 관계자는 “사상 초유 규모의 촛불집회가 매주 진행되고 있지만, 이 같은 분위기가 계속 이어지기는 어렵다. 시민들도 생업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각자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의 집회 방식을 고안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광화문 광장에 모이지 않는다고 집회가 축소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주말,’ ‘광화문광장’이 아닌 일상생활 속 하야 운동이 좀 더 대중화돼야 한다는 의미다.

일부 시민들은 벌써부터 이 같은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역사 강사 심용환(39) 씨는 "하야가 민심이다"라는 현수막을 각 가정집 베란다에 걸어놓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해 큰 호응을 얻었다. 

심 씨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집회에 참여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생계 등 다른 사정 때문에 집회에 못 나가는 시민들도 많다”며 “생활 속에서 쉽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현수막을 떠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출퇴근 시간이나 여가 시간을 활용해 1인 시위를 이어가는 시민들도 있다. 포털 네이버 정치 게시판에서는 “출근길 1인 릴레이 시위를 진행한다”는 글에 50여 개가 넘는 답글이 달리는 등 동참하겠다는 시민들이 줄을 이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