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마시고 싶지만 사람이 싫어"... 혼밥족 이어 '혼술족'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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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은 마시고 싶지만 사람이 싫어"... 혼밥족 이어 '혼술족' 등장
  • 취재기자 손아주
  • 승인 2016.11.24 16:3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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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술집 찾는 젊은 세대 갈수록 증가..."단절된 인간 관계 표상" 우려도 제기 / 손아주 기자

저녁 7시 30분 경 부산시 금정구 구서동에 있는 일본식 주점인 한 이자까야에는 손님들로 북적하다. 삼삼오오 둘러아 이야기 꽃을 피우는 사이로 눈에 띄는 한 여성이 있다. 그녀는 안주와 소주 한 병을 시켜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은 채 천천히 술을 마신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연신 웃으면서 즐겁게 술을 마시는 그녀의 모습은 전혀 외로워 보이지 않는다. 매력적인 외모 탓에 남자 손님들이 힐끗힐끗 쳐다보거나 다가와서 말을 걸지만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 

일주일에 한 번은 퇴근길에 ‘혼술’을 한다는 그녀는 직장인 성민지(28, 부산시 금정구) 씨다. 성씨는 술을 좋아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술을 마시면 시끄럽기도 하고 가끔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는 불쾌한 경험이 있다. 그녀는 “그러나 혼술을 하면 술의 맛을 천천히 음미할 수 있고,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아요”라고 말했다.

요새는 음식을 잘 차려놓고 혼술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사진: 성민지 씨 제공).

‘혼술’이란 혼자 술을 마신다는 것을 뜻하는 신조어다. 혼자 밥을 먹는 ‘혼밥’을 넘어서 혼술을 하는 사람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혼자하는 것이 개인의 차원을 넘어 사회적인 현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경성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정태철 교수는 혼술이 늘어나는 이유로 인간 관계의 변화를 꼽았다. 정 교수는 “옛날에는 열이 풀풀 나도 의리를 생각해서 같이 술을 마셨는데 요즘은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이해타산을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준형(22, 부산시 금정구) 씨는 매주 일요일마다 집에서 혼술을 하기로 정했다. 그는 “살아 가다 보면 인간관계가 제일 힘든 것 같아요. 그래서 일요일마다 맥주 한 캔 하면서 생각을 정리하곤 해요”라고 말했다.

직장인 김혜연(28, 부산시 중구) 씨 역시 혼술족이다. 퇴근한 후 혼자 와인 바 가는 것이 낙이라는 그는 “온종일 직장 상사들에게 시달리고 나면 너무 힘들어요. 그때마다 와인 한 잔 하는 것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요”라고 말했다.

부산시 연제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신모(32) 씨는 평일에도 혼술 하러 오는 손님들이 많다며 “그런데 전혀 외로워 보이지 않고, 오히려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아요”라고 말했다.

방송에서도 혼술 트렌드를 어렵잖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10월 종영된 TVN <혼술남녀>는 드라마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드라마에서는 등장하는 캐릭터마다 각각의 애환을 가지고 혼술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TVN 드라마 <혼술남녀>에서 혼술을 하는 남녀 주인공(사진: TVN 드라마 캡쳐).

부산시 해운대구 소재 심리상담센터 심모(32) 씨는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혼술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또, 인간관계에서 힘들어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혼술이 늘어나는 경향도 있다"며 “혼자 마시면 주량이 자제가 되지 않아 위험할 수 있는 만큼 혼술하더라도 적정량을 만시도록 스스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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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좋을까 2016-12-04 23:11:09
가끔씩은 혼술도 좋을 것 같아요^^

양양 2016-12-02 14:38:08
혼술...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생각을 정리할수도 있고, 제 마음을 달랠수도 있기에 차갑고 기계적인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위로가 되는것 같네요.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