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 3사 무작위로 여론조사 기관에 가상번호 제공... 개선 필요
직장인 최모(25) 씨는 모르는 번호로 계속해서 걸려 오는 전화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평소 스팸 전화라 생각하고 모르는 번호는 받지 않는 최 씨는 반복되는 전화를 받자마자 짜증이 났다. 기계음으로 시작하는 여론조사였다. 자신의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고 전화했을까, 불편함에 전화를 끊었지만 이후로도 계속 전화가 울렸다.
4.10 총선을 앞두고 출마 예정자의 홍보 수단으로 쓰일 수 있는 문자 메시지나, 여론 조사 전화가 잦아지는 탓에 많은 시민들이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공식 선거법에 따르면 수신자 20명을 초과하는 단체 메시지는 선거마다 유권자 한 명당 8번까지 보낼 수 있다. 그러나 20명 이하를 대상으로 수신하는 메시지는 발송 횟수에 제한이 없다. 때문에 문자 발송 대행업체들은 20건씩 나누어 ‘무한 발송’을 한다는 것이다.
전화도 마찬가지다. 공식 선거법에 따라 이통 3사(SKT, KT, LG U+)는 개인정보인 전화번호를 무작위로 선정한 뒤 번호가 직접 노출되지 않게 050으로 시작하는 가상번호로 바꿔 여론 조사 기관에 제공한다. 이뿐만 아니라 여론 조사 기관 측에서도 무작위로 번호를 선정하여 전화를 걸기도 한다.
최 씨는 “선거철이라 여론조사 전화가 많이 오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도가 지나치게 바빠서 번호 차단을 못하면 같은 전화번호로 몇 번씩 오고, 차단하면 뒷자리만 교묘하게 바꿔 또 전화가 온다”며 “지금 여론조사 전화번호로 부재중함이 마비가 된 상태”라고 불편함을 호소했다.
최 씨는 이용하고 있던 이동통신사에 직접 전화 문의를 넣었다. 자신의 번호가 혹시 여론 조사 기관에 제공되었는지 재차 확인하기 위해서다. 돌아온 답변은 바로 확인이 ‘불가’하다는 것이었다. 이동 통신사 측에서도 무작위 선정에 최 씨의 전화번호가 제공됐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최 씨는 통신사 측으로 연락을 받을 수 있었다. 통신사 측은 "여론조사 기관 측에서 임의로 전화를 건 것 같다. 통신사에서 번호 제공은 거부처리 등록을 했기 때문에 걱정은 덜어도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여론조사 전화가 불편하다면 차단하거나 통신사에 이처럼 요청할 수 있다.
최 씨는 "제공이 아니라 무작위로 여론조사에서 전화를 거는데 저렇게 많이 오는 거라면 그게 더 문제라고 생각한다. 정치 선진화 차원에서 하루 빨리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