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만 오면 고층빌딩 걱정, 사람이 만들어낸 ‘빌딩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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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만 오면 고층빌딩 걱정, 사람이 만들어낸 ‘빌딩풍’
  • 취재기자 손현아
  • 승인 2023.08.10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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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고층건물에는 ‘풍혈’과 ‘풍력발전기’ 설치해 빌딩풍에 대비하기도
전문가들 “고층빌딩만 무턱대고 지을 것이 아니라 빌딩풍 대책 세워야”

오늘(10일) 오전 태풍 6호 ‘카눈’이 강한 비바람을 동반해 부산에 북상하면서 곳곳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태풍만 오면 걱정이 앞서는 지역은 고층빌딩이 있는 일대다. 부산 엘시티는 이번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나무가 뽑히고 파도가 도로를 넘을 정도로 강하게 쳤으며 센텀시티 고층 주민들은 천장 인테리어가 흔들릴 정도로 영향을 받았다. 과거에도 고층 빌딩 중 일부에서 강풍에 의해 유리창이 깨질 정도로 많은 영향을 받았다.

고층 아파트에서 이토록 강풍이 부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빌딩풍’ 때문이다.

태풍이 휩쓸고 간 자리에 나무에서 떨어진 잎과 가지들이 널브러져 있다(사진: 취재기자 손현아).
부산지역에 태풍이 휩쓸고 간 뒤에 나무에서 떨어진 잎과 가지들이 도로에 널브러져 있다(사진: 취재기자 손현아).

지식백과에 따르면 빌딩풍은 도심의 고층빌딩 사이에서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돌풍으로, 고층 빌딩에 부딪힌 도심 상공의 강한 바람이 지표면으로 급강하한 뒤 소용돌이처럼 위로 솟구치거나 좌우로 빠르게 흐르는 현상을 말한다. 쉽게 말해 넓은 곳에서 불던 바람이 고층 빌딩 사이의 좁은 틈으로 들어오면서 영향이 몰려 속도가 굉장히 빨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빌딩풍은 일반적인 태풍의 풍속을 2~3배 더 강하게 느끼게 한다. 태풍 자체로도 위력이 있는데 그 위력에 배가 되는 풍속이라면 피해를 보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다. 이러한 빌딩풍은 사람이 만들어 냈다고도 볼 수 있다. 급속한 도시화로 점차 아파트의 높이는 높아지고, 아파트를 지을 자리는 부족하여 공간만 나면 아파트를 세우다 보니 하늘에서 보면 네모난 아파트가 빼곡하게 밀집돼 있다. 고층 빌딩이 붙어 있을수록 빌딩풍으로 인한 피해도 증가하고 있다. 

해운대 고층에 살고 있는 이모(24) 씨는 “집이 안전해야 하는데, 태풍만 오면 불안에 떨면서 밤새 창밖을 보느라 잠을 못 잔다. 이번 카눈 태풍에 샷시가 으스러지는 지지직 소리가 나는 데 너무 불안했다”며 빌딩풍에 대한 피해를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80층, 100층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으면 빌딩풍의 피해는 더 커질 것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빌딩풍의 위험을 알고 대책들이 시행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건물 설계를 할 때 빌딩풍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외에서는 빌딩풍을 대비해 고층 빌딩을 세운 사례가 많다. 영국 런던의 ‘스트라타 SE1 빌딩’에서는 건물 꼭대기에 풍혈(바람 구멍)과 풍력 발전기를 설치했다. 또 일본 도쿄의 ‘NEC 슈퍼타워빌딩’도 건물 중간에 3층 높이의 ‘풍혈’, 즉 건물에 구멍을 뚫어 바람길을 만들어 빌딩풍을 줄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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