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위해 나는 뛰어가지’...자신의 노래말처럼 편견을 밑거름으로 성장하는 래퍼 지망생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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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위해 나는 뛰어가지’...자신의 노래말처럼 편견을 밑거름으로 성장하는 래퍼 지망생의 꿈
  • 취재기자 하미래
  • 승인 2022.05.02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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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나의 노래, 단 하나의 무대로 래퍼라는 꿈에 첫발 디뎌
중학생 때 덜컥 시작한 랩 작사가 래퍼로서 경험으로 이어져
진심 어린 피드백으로 타인에게 평가받는다는 두려움 이겨내
응원과 박수로 성장한 래퍼 지망생, 부정적인 눈초리 극복해
남들을 위로하며 힙합의 안 좋은 인식을 바꾸는 래퍼를 꿈꿔

햇볕이 강했던 2011년 여름, 탈탈 돌아가는 선풍기 소리와 휴대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가 한 아이의 방을 가득 채운다. 아버지의 전화기를 만지작거리며 노래를 듣던 꼬마는 어느 노래에 푹 빠진다. 그 노래는 MC몽의 ‘서커스’. 사랑 노래가 만연하던 시절,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겠다는 메시지가 담긴 노래는 어린아이에게 좋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더불어 중독성 있는 박자와 리듬, 말장난처럼 딱딱 들어맞던 라임(랩에 운율을 더해주는 기술)은 ‘힙합’이라는 장르를 처음 들었을 꼬마의 관심을 끌기 충분했다. 힙합과 랩의 개념도 잘 몰랐던 때였지만, 본능적으로 주야장천 힙합을 찾아 듣던 아이는 어느새 래퍼를 꿈꾸는 고등학생이 됐다.

김강현(18, 전북 군산시) 군은 래퍼를 꿈꾸는 고등학생이다. 어렸을 적 우연한 계기로 들었던 노래 하나가 강현 군 꿈의 시작점이 됐다. 강현 군은 힙합 장르였던 그 곡이 기존의 음악과 다르게 자기 생각을 담았다는 점이 특별하게 들렸다고 말했다. 강현 군은 “힙합에 빠진 것은 꼭 운명 같았다”며 웃었다.

고등래퍼 김강현 군이 집에서 랩 녹음을 하고 있다(사진: 김강현 군 제공).
고등래퍼 김강현 군이 집에서 랩 녹음을 하고 있다(사진: 김강현 군 제공).

힙합은 대중음악의 장르 중 하나로, 1970년대 후반 미국 빈민가 흑인들로부터 전해진 음악이다. 랩은 힙합을 구성하는 요소이며, 하나의 보컬 기술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랩 음악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을 ‘래퍼’라고 말한다.

우연히 접한 힙합 무대 하나가 열세 살 평범한 초등학생의 인생 바꿔

강현 군이 본격적으로 힙합과 랩에 열중하기 시작한 건 열세 살 때였다. MC몽의 ‘서커스’를 듣고 힙합을 접했지만, 당시에는 나이가 어렸기에 힙합이라는 장르도, 랩이라는 개념도, 래퍼라는 직업도 몰랐다. 강현 군은 “그러다 열세 살 때, 내가 직접 랩을 해보고 싶게 하는 무대를 만났다”고 얘기했다.

2017년 Mnet에서 방영했던 래퍼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6’이 초등학교 6학년 강현 군의 눈을 사로잡았다. 그중 강현 군의 마음을 들뜨게 만든 건 래퍼 행주의 ‘Red Sun’ 무대였다. 강현 군은 “자기의 경험과 대중에게 말하고 싶은 메시지를 노래에 담고, 퍼포먼스까지 완벽하게 해내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며 “그 무대를 보고 힙합과 랩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게 됐다”고 그때의 벅찬 감정을 떠올렸다.

‘Red Sun’은 열세 살 강현 군의 행동력에 불을 지폈다. 강현 군은 “그 무대를 본 후, 노래를 듣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곡을 만들고 랩을 써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고등래퍼 김강현 군이 집에서 자신이 작업한 곡을 들어보고 있다(사진: 김강현 군 제공).
고등래퍼 김강현 군이 집에서 자신이 작업한 곡을 들어보고 있다(사진: 김강현 군 제공).

강현 군의 랩 입문기는 무척 투박했다. 열정 가득했던 초등학생은 랩을 써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무작정 책상에 앉아 노트를 펼쳤다. 강현 군은 “지금 생각해보면 참 조촐하게 시작했다”며 “단순하게 노래를 많이 듣고 가사를 많이 쓰면서 랩을 배웠다”고 멋쩍은 웃음을 보였다.

당시에는 전문적인 장비도, 주위의 조언도 없었지만, 강현 군은 랩 가사에 자신을 표현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그렇게 연필을 잡았던 강현 군은 “처음 썼던 랩이 아직도 기억난다”며 “나를 소개하는 가사와 함께 이제 시작이라는 희망적인 내용을 담았었다”고 설명했다.

희망과 열의가 전부였던 래퍼 지망생은 중학생이 되고 그럴싸한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중학교 3학년이 되던 해, 강현 군은 마이크를 마련하고 녹음하며 작업물을 만들어냈다. 강현 군은 “마이크를 설치하고 나서 드디어 래퍼로서 첫걸음을 내디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항상 곡을 구상해놓고 녹음을 못 해서 아쉬웠는데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굉장히 기뻤다”고 기억을 상기시켰다.

고등래퍼 김강현 군의 작업물이 올라오는 사운드클라우드 계정이다(사진: 사운드클라우드 캡처).
고등래퍼 김강현 군의 작업물이 올라오는 사운드클라우드 계정이다(사진: 사운드클라우드 캡처).

사람들의 반응을 무서워했던 강현 군, 타인의 피드백이 그를 변화시켜

강현 군이 녹음해 작업한 곡은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인 ‘사운드클라우드’에 업로드된다. 노래를 업데이트한 후에는 강현 군이 직접 SNS에 홍보하기도 한다. 하지만 강현 군이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결과물을 남에게 들려준 것은 아니다. 강현 군은 “지금과 다르게 예전에는 사운드클라우드에 몰래 올렸다”며 “그때는 남들에게 내 목소리를 들려주는 게 무서웠다”고 토로했다.

그랬던 강현 군이 지금은 많은 사람에게 노래를 들려주며 피드백을 환영하게 됐다. 강현 군의 첫 외부 공연에서 조언을 해준 어떤 형을 만난 게 계기였다.

강현 군은 당일 같이 무대에 선 친구들의 실수로 완성도 떨어지는 무대를 만들어 아쉬웠다. 하지만 강현 군에게 그날은 절대 잊을 수 없는 날이 됐다. 누군가에게 인생 첫 피드백을 받은 것. 강현 군은 “초청공연으로 왔던 래퍼 형이 내 무대를 보고 피드백을 해줬다”고 얘기했다. 강현 군은 “형이 내 무대의 아쉬웠던 점과 좋았던 점을 이야기해줬는데, 그게 크게 와닿았다”고 회상했다.

피드백을 두려워하던 중학생에게 진심이 담긴 조언은 강현 군을 더욱 성장시켰다. 강현 군은 “공연 다음 주에 같은 곡으로 무대 했는데, 지적된 단점을 전부 고쳐 형의 칭찬을 받았다”고 말했다. 강현 군은 피드백을 받고, 그 피드백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그때는 내 랩을 듣고 피드백을 해준 사람이 없었는데, 첫 피드백이어서 기억에 남는다”고 강현 군이 덧붙였다.

고등래퍼 김강현 군이 2021 청소년어울림마당 ‘군산에서 놀면 뭐하니?’에서 마이크를 잡고 랩을 하고 있다(사진: 군산시청소년문화의집 유튜브 영상 캡처).
고등래퍼 김강현 군이 2021 청소년어울림마당 ‘군산에서 놀면 뭐하니?’에서 마이크를 잡고 랩을 하고 있다(사진: 군산시청소년문화의집 유튜브 영상 캡처).

날카로운 시선이 줬던 고난 앞에서 묵묵히 노래하며 이겨내

자신의 꿈을 향해 꿋꿋하게 나아가는 김강현 군. 그에게도 진통을 겪었던 시간이 있었다. 한국에서 래퍼의 이미지는 좋지만은 못하다. 가사에 쓰이는 욕설과 비속어, 일부 래퍼들의 논란이 사람들의 인식에 잠재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현 군은 가족이나 친구들과 장래 희망을 말할 때면 늘 “래퍼요”라고 당당하게 답한다. 강현 군의 확고한 이정표에 어떤 이들은 손가락질했다. 강현 군은 “내가 래퍼를 한다고 말하면 나를 욕하던 친구들이 있었다”며 “지금 생각하면 시기와 질투였던 것 같은데, 몇몇 애들이 앞에서 내 실력과 꿈을 깎아내리기도 했다”고 하소연했다.

래퍼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를 강현 군에게 투영하는 사람, 그리고 강현 군의 꿈의 가치를 마음대로 평가하는 사람들 때문에 그는 상처받곤 했다. “그때는 나를 안 좋게 평가하는 말들이 다 진짜 같았다”며 “나에게 향하는 욕설과 괴롭힘에 힘들었다”고 강현 군이은 말했다.

강현 군은 마음에 멍울이 생겼던 과거를 담담하게 풀어냈다. 지금은 그런 시선을 의식하지 않기 때문. 강현 군은 고등학생이 되고 새로운 인연들을 만나 과거를 극복했다. 강현 군은 “고등학생이 되고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났다”며 “사운드클라우드에 곡을 올렸을 때 고등학교 친구들이 잘 들었다는 연락을 많이 해준다”고 미소 지었다.

가슴이 짜릿했던 순간도 있었다. 중학생 때 강현 군의 꿈을 비웃던 친구들이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 연락을 해 온 것. 강현 군은 “중학생 때 놀리고 괴롭혔던 친구들이 ‘랩을 계속하는 것을 보니 정말 멋있더라’며 연락이 온 적 있다”고 말했다. 강현 군은 “친구들한테 응원받으니 내가 틀리진 않았구나 싶어 조금 뿌듯했다”고 얘기했다.

고등래퍼 김강현 군이 2022 자몽(군산청소년자치배운터) 겨울 음악회 ‘악몽’에서 노래하고 있다(사진: 자몽tv 유튜브 영상 캡처).
고등래퍼 김강현 군이 2022 자몽(군산청소년자치배움터) 겨울 음악회 ‘악몽’에서 노래하고 있다(사진: 자몽tv 유튜브 영상 캡처).

생각을 바꾸는 래퍼가 되겠다는 꿈, 사람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언제나 같아

강현 군은 자기의 경험을 가사에 녹여내는 데 익숙하다. 그런 강현 군이 가장 좋아하는 작업곡은 ‘어제, 오늘, 내일’이라는 노래다. 강현 군은 “이 곡은 비트 선택부터 작사, 그리고 녹음까지 처음으로 혼자 해낸 곡이라 의미가 남다르다”고 자부심을 보였다.

강현 군의 노래 ‘어제, 오늘, 내일’은 힘들었던 어제를 위로하고 오늘을 열심히 살아 완벽한 내일을 만들자는 내용이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위해 나는 뛰어가지, Run way’, ‘어제 넘어졌다 해도 오늘까지 좌절할 필요는 내겐 없잖아’, ‘앞을 바라봐 또 뭐가 있는지 어제보다 더 좋아진 나’ 등의 가사가 인상적이다. 강현 군은 “예전에 내가 힘들었던 감정을 가사로 많이 승화했다”며 “사람들을 위로하고 감싸주는 노래를 만들자는 메시지가 가장 뚜렷하게 담긴 곡”이라고 설명했다.

강현 군의 목표는 오로지 하나다. ‘인식을 바꾸는 래퍼’가 되는 것. 강현 군은 “힙합과 랩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바꾸고, 남녀노소 다 좋아하고 즐겨 듣는 노래를 만드는 래퍼가 되고 싶다”고 얘기했다.

“랩을 잘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노력을 잘하는 사람”. 강현 군은 자신을 이렇게 표현했다. “내가 하는 음악이 언젠간 사람들에게 이로운 영향을 줄 것이고, 나는 현재 그런 음악을 하고 있다고 자부한다”고 강현 군은 자신했다.

강현 군은 자신의 삶이 마치 사람이 다니지 않는 산길에 등산로를 만드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고, 그를 말리는 주변의 목소리에도 꿋꿋하게 자신만의 ‘정상’을 설정하는 것. 상처받으면서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 그의 끈기와 언제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노력하는 강현 군의 눈빛은 식을 줄 모른다. 사람들에게 따뜻한 음악을 선보이겠다는 강현 군. 그의 꿈이 이뤄져 언젠간 많은 사람들에게 힘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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