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홍보영상 또 흥행 대박... 왜 사람들은 '머드 맥스' 등에 열광하는가?
상태바
한국관광공사 홍보영상 또 흥행 대박... 왜 사람들은 '머드 맥스' 등에 열광하는가?
  • 취재기자 허시언
  • 승인 2021.09.07 19: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관광공사 ‘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 시즌 2 공개
최대 조회 수 140만 회... ‘범 내려온다’를 이을 흥행
민요와 힙합의 조화... 옛 것과 새로운 것의 만남

작년 한 해, 우리나라를 ‘범 내려온다’로 중독되게 만들었던 한국관광공사가 새로운 홍보영상으로 돌아왔다. 지난 3일 공개된 ‘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Feel the Rhythm of Korea)' 시즌 2가 공개된 지 4일 만에 최대 조회 수 140만 회를 기록하며 또 다른 흥행을 기록하고 있다.

그저 한국의 각 지역을 홍보할 뿐인 영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왜 한국관광공사의 홍보영상은 이렇게나 많은 인기를 끌고 있을까?

 

가장 ‘한국적인 것’을 표현해내고 있다

서울과 대구 홍보영상 속에서는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장소와 풍경, 생활방식을 끊임없이 보여주고 있다. 관광공사의 영상에서는 쟁반을 머리에 이고 시장 골목을 누비는 할머니, 평상에 앉아 부채를 부치는 할아버지, 좌판 위에서 달고나를 만드는 아저씨, 바둑 내기를 하는 어르신들, 가파른 계단 중간에 앉아 잠시 숨을 돌리는 할머니, 네온사인이 반짝이는 밤의 길거리, 별의별 것을 다 파는 시장의 가게들, 왁자지껄한 시장의 모습 등을 끊임없이 보여준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한국의 모습이다. 영상으로 일부로 연출해야 볼 수 있는 것이 아닌, 당장 길거리에 나가도 볼 수 있는 풍경인 것이다.

관광공사는 우리의 삶 자체를 관광자원으로 발전시켰다. 그동안 관광자원으로써 활용할 생각을 하지 못했던 한국인의 삶 자체가 홍보영상을 쓰인 것은 의미가 깊은 일이다. 순천 편은 아예 한국인의 전통적인 삶의 방식을 영상 속에 녹여냈다. 쪼그려 앉아 세수를 하고, 믹스커피를 타마시며, 호미를 들고 밭일을 하러 나간다. 잔치가 있으면 마을 사람들끼리 둘러앉아 전도 부치고 막걸리도 마신다.

경운기를 타고 갯벌로 일하러 가는 모습을 영화 ‘매드맥스’로 패러디해 큰 관심을 받고 있다(사진: 한국관광공사 유튜브 캡처).
경운기를 타고 갯벌로 일하러 가는 모습을 영화 ‘매드맥스’로 패러디한 '머드맥스'가 큰 관심을 받고 있다(사진: 한국관광공사 유튜브 캡처).

서산 편은 서해안 갯벌 주민의 생활 모습을 각색해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마을 주민이 갯벌로 일하러 가는 모습을 영화 ‘매드맥스’를 패러디해 재미있는 영상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경운기 엔진을 데우며 마을 주민들끼리 옹기종기 모여 경운기를 타고 줄지어 갯벌로 일하러 가는 모습이 빠른 템포와 경쾌한 리듬으로 이루어진 배경음악을 깔고, 현란한 카메라 구도와 연출이 결합하자 세상 ‘힙’한 영상 하나가 탄생했다. 갯벌 주민에게는 일상이지만 재밌게 연출된 영상이 우리들의 웃음을 불러일으켰다.

이는 관광지와 랜드마크, 한국의 전통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던 기존의 한국 홍보영상과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다. 관광공사의 홍보영상은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보여’준다. 영상 속에서 노출되는 우리의 생활, 우리의 문화, 우리의 전통은 삶 속에서 항상 볼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에 부담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영상을 통해 새로운 시각으로 우리나라를 다시 볼 수 있게 됐기 때문에 더 새롭고 신선하게 느껴진다.

 

옛 것과 새로운 것의 어우러짐을 보여준다

어르신들에게 익숙한 민요를 젊은 세대에게 익숙한 힙합으로 재해석한 ‘옹헤야’, ‘아리랑’, ‘늴리리야’, ‘강강술래’, ‘새타령’, ‘사랑가’, ‘쾌지나칭칭나네’, ‘뱃노래’는 사람들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스치듯 듣기만 하면 평범한 힙합 노래 같지만, 귀를 기울여 들으면 민요인 것이다.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못했던 민요와 힙합의 조화는 우리에게 과거의 것과 현대의 것이 얼마나 잘 어우러질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한국관광공사의 홍보영상 속에서는 어르신들이 자연스럽게 등장한다(사진: 한국관광공사 유튜브 캡처).
한국관광공사의 홍보영상 속에서는 어르신들이 자연스럽게 등장한다(사진: 한국관광공사 유튜브 캡처).

홍보 영상 속에서는 끊임없이 어르신들이 등장한다. 서산 편에서는 아예 어르신들이 영상이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미래와 현대를 강조하며 젊은 사람을 위주로 홍보영상을 찍던 기존과는 다른 모습이다. 나이를 불문하고 영상에 등장하는 어르신들은 기존 홍보영상에서 느껴지던 딱딱하고 단조로운 느낌을 없앴다. 그 대신 편안하고, 유쾌하며, 뭉클한 느낌을 가져다준다.

잘 만든 문화콘텐츠가 얼마나 큰 파급력을 보여주는지는 ‘범 내려온다’를 통해서 이미 깨달았다. 변화에 발맞춰 항상 새로운 느낌의 홍보영상을 제작하는 한국관광공사의 기획력에 다시 한 번 감탄할 수밖에 없다.

누리꾼들은 “동북공정으로 말이 꾸준히 나오는 시국에 강강술래, 한복 등과 같은 동북공정의 대상이 되는 한국의 문화를 소재로 영상을 제작한다는 점에서 엄청난 의의가 있다고 본다”, “한국에 사는데 한국에 가고 싶다”, “한국인도 한국을 여행하고 싶게 만든다”며 찬사를 보냈다.

대학생 최수빈(22, 경남 양산시) 씨는 한국관광공사의 새로운 홍보영상 완성도에 놀랐다. 범 내려온다로 한국관광공사의 이름을 알리고 그것으로 끝날 것이라 생각했지만 더 발전한 영상미와 기획력, 연출력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최 씨는 “앞으로의 관광공사가 기대된다. 더 좋은 영상을 많이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사 오충섭 브랜드마케팅팀장은 “이번 홍보영상은 국내 유명 힙합 뮤지션들과 협업을 통해 음악으로 지역을 연상시키는 ‘소닉 브랜딩(Sonic Branding)’ 관광 마케팅을 최초 시도하는 것”이라며, “각 지역의 전통과 현대가 조화된 매력적인 콘텐츠를 영상으로 제작해 지역의 로컬 브랜딩을 강화함으로써 코로나 이후 지역 관광산업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