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배터리, 겨울철엔 수시 방전..."고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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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배터리, 겨울철엔 수시 방전..."고장인가?"
  • 취재기자 최은진
  • 승인 2016.02.03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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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가 온도에 민감해서 생기는 일시적 현상...보온하면 정상으로 회복

며칠 전, 휴학생 방민영(22, 부산시 동래구 명륜동) 씨는 친구들과 함께 목포로 여행을 갔다. 방 씨가 목포에 갔을 당시 많은 눈이 내리고 온도가 영하로 내려갔다. 방 씨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사진을 찍기 위해 휴대폰을 꺼냈다. 휴대폰을 꺼낸 순간, 방 씨는 휴대폰 배터리가 10%도 남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휴대폰은 잠시 후 완전히 방전됐다. 그는 “분명 가득 충전하고 나왔는데, 사진을 찍으려고 꺼내니, 배터리가 방전되어서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대학생 예서영(22, 부산시 금정구 부곡동) 씨는 해운대에 새로 개장한 야외 아이스링크장을 찾았다. 신나게 스케이트를 타고 잠시 휴식을 취하러 나온 예 씨는 여느 때와 같이 휴대폰을 체크하기 위해 주머니 속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예 씨가 꺼내든 휴대폰은 이미 방전되어 있었다. 예 씨는 분명 스케이트를 타기 전에는 배터리가 80% 이상 충전돼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는 “분명히 충분한 배터리가 있었는데 스케이트를 타고 오니 배터리가 방전되어 있어서 불편했다”고 덧붙였다.

▲ 추운 날씨에 방전되어 버린 휴대폰(사진: 취재기자 최은진).

배터리가 방전된 두 경우의 공통 원인은 바로 ‘추운 날씨’다. 추운 날 자동차가 쉽게 방전되어버리는 것처럼 휴대폰 역시 방전된다. 실제로 낮은 온도에서 휴대폰의 배터리는 더 빠르게 방전된다.

▲ 20~21℃와 -5~-1℃에서 배터리가 얼마나 빠르게 줄어드는지 보는 실험이다. 이 실험은 20~21℃보다 -5~-1℃에서 배터리가 3배 빨리 방전되는 것을 보여준다(사진: KBS뉴스 화면 캡처).

경성대 전자공학전공과 김성만 교수는 기본적으로 배터리를 포함한 대부분의 전자회로는 온도에 민감해서 따뜻할 때 가장 활발하게 작동하고 추울 때는 느리게 작동한다고 한다. 그래서 온도가 낮을 때는 배터리 안의 전자들이 음극에서 양극으로 이동하는 속도가 느려져 배터리 작동이 둔해진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 현상이 실제로 배터리가 방전된 것이 아니라, 온도가 낮아짐에 따라 휴대폰 배터리의 작동이 일시적으로 원활하지 못한 것이라 설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운에는 배터리가 빨리 소모되고 방전된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그는 “다시 온도가 높아지면 방전되었던 휴대폰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라고 덧붙였다.

아이폰 공식 수리 센터에서 일하는 오주명(24, 울산시 남구 신정동) 씨도 한파로 인해 배터리가 방전되는 현상은 일시적인 것이며 배터리의 기계적 결함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오 씨는 아이폰 기계 자체의 온도가 0℃ 이하로 떨어지면 자동으로 기계를 보호하기 위해서 자기방어 기능인 셀프 디펜스 기능이 작동한다고 밝혔다. 그는 “방전이 되는 것은 기계가 셀프 디펜스 기능으로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이다”고 덧붙였다.

예비 중학생 조시호(14, 부산시 수영구 광안동) 군은 추운 날씨에 휴대폰이 방전된 경험이 있다. 조 군은 영하의 날씨에서 휴대폰을 사용하던 도중 휴대폰이 방전됐다. 그는 실내로 들어와 꺼진 휴대폰을 켜보았고, 휴대폰의 배터리는 0%에서 58%로 바뀌어 있었다. 조 씨는 “따뜻한 실내로 들어오니 휴대폰 배터리가 늘어났다”며 놀라워했다.

직장인 김정미(47, 부산시 금정구 부곡동) 씨도 집으로 가는 길에 휴대폰이 방전되었지만, 버스를 타고 가던 중 다시 휴대폰이 켜졌다. 김 씨는 “휴대폰도 추위를 타는 것 같다. 추울 땐 방전되어 작동하지 않았지만 따뜻할 때는 다시 작동이 잘 되는 것을 보니 그런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렇듯 배터리는 추운 날씨, 낮은 온도에서 빠른 속도로 방전되는 것처럼 나타나고, 몇몇 사람들은 이것이 추운 날씨 탓이 아닌 휴대폰 단순 고장으로 보기도 한다. 부산의 대학생 오지혜(22) 씨는 휴대폰의 배터리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어 방전되었을 때, 휴대폰에 이상이 생긴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오 씨는 예전에 사용하던 휴대폰이 갑자기 꺼졌다가 켜지는 상황을 반복했던 적이 있다. 그는 “예전 폰이 고장났던 것처럼 이번에도 고장난 것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고 덧붙였다.

대학생 김나영(22, 부산시 금정구 부곡동) 씨는 휴대폰이 갑자기 꺼진 것이 휴대폰을 오래 써서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보았다. 김 씨는 추운 날씨에 급격히 줄어들던 배터리가 방전 상태까지 이르는 상황이 여러 번 계속되자 휴대폰의 단순 고장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휴대폰을 들고 서비스센터를 방문했고, 서비스센터에서는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결과를 받았다. 김 씨는 “1년 정도 이 휴대폰을 사용했는데 벌써 고장난 줄 알았다”고 말했다.

애플 서비스센터의 한 관계자는 낮은 온도에서 빠른 배터리 소모와 방전이 이루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은 결코 배터리 수명이 다 되었거나 고장이 난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일시적 배터리 방전 상태의 해결방법은 휴대폰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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