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문어발, 폰 액세서리 시장에도 "슬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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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문어발, 폰 액세서리 시장에도 "슬금"
  • 취재기자 권경숙
  • 승인 2013.06.18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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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력 앞세워 앞다퉈 진출.. 정부 보조금 규제로 중소기업 이중고
▲ 부산시 북구 화명동 폰 액세서리 매장에서 고객들이 스마트폰 케이스를 구경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권경숙).

중소기업 영역인 스마트폰 액세서리 시장에도 대기업의 문어발이 뻗치고 있다. 스마트폰 사용자의 폭발적인 증가로 액세서리 제조 판매 사업이 상당한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나타나자, 일부 대기업이 막강한 자본을 배경으로 이 사업에 진출, 시장을 큰 폭으로 잠식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한국 스마트산업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현재 우리나라 스마트폰 사용자는 약 4000만명. 국민 1명에 1대꼴로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액세서리 사장 규모도 덩달아 급팽창해  지난해 1000여 업체의 총 매출이 1조 6000억원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 액세서리는 케이스와 액정보호필름에 이어폰, 배터리 등 각종 부속품과 주변기기 등이다. 그 중에서도 케이스와 액정보호필름은 전체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규모가 1조원에 달하는 케이스 시장의 경우, 휴대폰 제조사 팬택이 자사 스마트폰 전용 액세서리 매장을 운영하더니 최근 제작에도 직접 나섰고, 제일모직, 아이리버 등도 자사 브랜드를 내놓았다. 얼마 전 삼성전자는 갤럭시 S4를 출시하면서 'S 뷰 커버'라는 전용 플립 커버를 내놓기까지 했다. 게다가 이동통신사는 스마트폰을 구입하면 해당 회사의 ‘정품 케이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나서, 대기업들이 액세서리 제조뿐만 아니라 유통망까지 장악해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스마트폰 액세서리 제조 중소기업인 M사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에 납품을 전혀 하지 않는 중소기업이나 소매업자들은 지금 큰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본격적으로 대기업이 액세서리 시장을 잠식하면 중소기업이 줄도산해 국내 경제 전체에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게 분명하다”면서 "이는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 민주화에도 역행하는 것"이라며 볼멘소리를 했다.

액정보호필름 전문 생산업체 S사 관계자는 “액정보호필름 시장은 해외에 수출하지 않는 내수 시장만 출고가 기준으로 400억 원 규모에 달할 것”이라며 “(우리도) 처음에는 국내에서 시작했으나 몇몇 대기업에 납품하는 업체들만 독점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 미국, 유럽 등 시장이 큰 해외로 눈을 돌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대기업이 출시하는 액세서리는 중소기업 제품보다 50% 정도 가격이 낮은데다 소비자들에게 정품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게 돼 중소기업이 제품을 생산하는 것 자체를 어렵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의 시장 진출로 매출이 약 30% 줄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다,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폰 보조금 규제 정책도 스마트폰 액세서리 시장을 위축시키고 있다. 

P사 관계자는 “보조금을 규제하게 되면 휴대폰 교체 주기가 길어지기 때문에 폰 판매량이 줄어들고,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소비자들의 액세서리 구매량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또 “스마트폰을 다른 기종으로 교체할 때까지 액세서리를 바꾸는 고객이 그리 많지는 않다”며 “사실상 교체 주기가 짧고 새로운 스마트폰이 자주 출시되다 보니 그에 맞춰 액세서리 시장도 활기를 띠어 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 북구 화명동 지하상가에 입점한 한 오프라인 매장 직원은 “최근 들어 손님이 준 것은 사실”이라며 “아무래도 스마트폰이 예전만큼 잘 안 팔려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매장을 관리하는 S사 관계자는 “대기업 진출, 보조금 규제 등으로 상승세를 이루던 스마트폰 매출이 주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중소기업들은 저마다 해외로 눈길을 돌리고 있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다.

P사 관계자는 “미국, 네덜란드, 타이완 등으로 진출해 어느 정도 성과를 보고 있다”며 “가격, 품질, 신제품 출시일 등에서 우리가 월등히 앞서기 때문에 앞으로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반면, M사 관계자는 “많은 중소기업들이 해외 시장을 노리고 있지만 이미 시장에 인지도 높은 해외 기업들이 많다”며 “국내 브랜드 가치가 높은 대기업들도 곧 해외로 진출하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그는 “중국이 최근 저가형 짝퉁 제품을 만들어내기 시작했고 미국은 인지도 높은 기업들이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스마트협회 오세기 사무총장은 “액세서리 시장이 계속해서 성장하려면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총장은 “디자인, 품질이 떨어지고 규격에도 맞지 않는 저가형 제품을 출시하는 기업은 퇴출되어야 하고, 중소기업이 우수한 제품을 생산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기업에 대해서는 “시장 유통권을 갖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우수한 중소기업들이 진입할 수 있는 길을 가로막는 일은 스스로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특히, 스마트폰을 사면 케이스, 이어폰, 배터리 충전기 등을 무료로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오 총장은 또 보조금 규제에 따른 시장 축소 우려에 대해 “국내보다 해외 시장 규모가 더 크기 때문에 하루빨리 해외로 진출하는 것이 답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해외 시장 규모가 50조원에 달하는데, 그 중 벨킨 사가 5조원을 차지한다”며 “우리도 벨킨과 같이 전 세계인을 상대로한 시장을 모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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