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남북축구 논란, 평양에서 무슨 일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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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남북축구 논란, 평양에서 무슨 일 있었나
  • 취재기자 김강산
  • 승인 2019.10.18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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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서 소지품 종류와 수량 전부 종이에 적게 해...사소한 '트집' 잡아 3시간 소요돼
미디어센터 내 인터넷 가능한 컴퓨터 '단 한대' 마저 느려터져 국내 연락 불가능해
"경기를 하는 게 아니라 싸움하러 나온 것 같더라"...알아 들을 수 없는 욕 계속 해
15일 열린 남북 월드컵 예선전, 관중과 중계진을 찾아 볼 수 없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15일 열린 남북 월드컵 예선전, 관중과 중계진을 찾아 볼 수 없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사상초유의 ‘무관중, 무중계’ 방식으로 진행된 2022 카타르 월드컵 2차 예선 남북전. 15일 경기를 치른 뒤 17일 새벽 귀국한 선수단과 관계자들은 “문제점은 그 뿐만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2박 3일의 체류기간 중 대표팀이 겪었던 황당하고 부당한 일들을 시간 순으로 정리했다.

<공항 탈출에만 3시간 소요>

14일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대표팀은 북측 공항 관계자로부터 “소지품 종류와 수량까지 빠짐 없이 적어서 제출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통상적인 출입국 심사시 소지품 확인은 X-ray 투시기를 통해 진행한 뒤, 더욱 자세한 확인을 요하는 물품이 있을 때 육안으로 확인한다. 물론 소지품 검사를 육안으로 정밀하게 실시하는 국가도 있으나, 북한의 방식은 ‘트집’에 가까웠다. 북측 관계자는 선수들이 제출한 소지품신고서를 “이게 잘못됐다”, “저건 숫자가 틀리지 않냐” 등 이유를 들며 붙잡았다. 그렇게 평양에 도착한 선수단은 공항을 빠져나오는 데만 ‘3시간’을 소비했다.

<FIFA 규정에 맞지않는 경기장>

이후 경기가 치러질 ‘김일성 경기장’을 미리 방문한 축구협회 관계자들은 또 다시 충격에 빠졌다. FIFA 규정에도 제시되어있는 ‘홈팀은 경기장에 국제 전송이 가능한 속도의 인터넷 회선을 설치해야 한다’는 규정이 전혀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 김일성 경기장 미디어 센터에는 인터넷이 사용 가능한 컴퓨터가 단 ‘한 대’ 있었고, 이마저 이메일을 보내기도 어려울 만큼 느렸다. 어쩔 수 없이 축협 관계자는 숙소에 돌아와서야 국내에 연락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내용마저 북측 관계자가 지켜보며 ‘감시’했다.

<‘감옥’같은 숙소>

대표팀에게 제공된 숙소 역시 ‘감옥’에 가까웠다. 훈련을 마치고 숙소(평양고려호텔)에 돌아온 대표팀은 주변 산책은 물론, 호텔 내부의 기념품 매장도 이용할 수 없었다. 심지어 호텔 직원들마저 필요한 말 이외에는 대답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쟁’같았던 경기>

많은 불편을 견디며 15일 오후 5시 30분 시작된 예선전, 경기는 험악했다. 한 선수는 “축구를 하러 온 게 아니라 싸우러 온 것 같았다”고 말할 정도였다. 거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경기는 욕설과 폭언으로 가득했다.

이번 경기에서 수비수로 그라운드를 누빈 김문환(24)은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선수들은 벤치에서부터 기합을 엄청 넣더라. 운동장에 사람이 없어서 울리는데 북한 선수들이 하도 소리를 질러서 크게 들렸다. 욕을 엄청 하더라. 대부분 알아들을 수 있는 욕이었는데 조금 다른 것 같기도 했다. 간나XX라는 단어가 기억난다. 스로인을 하려고 하면 옆에서 계속 뭐라고 하더라. 제가 황당해서 웃었더니 다 같이 몰려 나와서 싸우려고 하더라. 웃지 말라고 하기도 하고, 살벌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표팀이 겪은 2박3일의 평양 일정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한국과 같은조에 속한 북한이 월드컵 예선을 통과하게 된다면 다시 평양에서 경기를 치를 가능성이 있는만큼, 이번과 같은 사태의 재발을 막기위한 대책이 필요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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