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살 소녀 와즈다는 자전거 타기가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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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살 소녀 와즈다는 자전거 타기가 꿈이다
  • 부산광역시 이원영
  • 승인 2015.12.16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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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최초의 영화 <와즈다>를 보고

열 살의 소녀 와즈다는 이웃집 남자 아이 압둘라가 타고 다니는 자전거가 항상 부러웠다. 그러던 중 마침 단골 가게에 아즈다의 마음에 쏙 든 초록색 자전거가 새로 들어 왔다. 집으로 가 엄마에게 졸라 봤지만, 엄마는 “일하고 돌아 왔더니 자전거 사달라는 소리를 하냐”며 나무란다. 할 수 없이 스스로 자전거를 살 돈을 모으기 시작하는 와즈다. 팔찌를 만들어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팔기도 하고, 몰래 연애편지를 전달하며 돈을 모았다. 하지만 자전거는 비싼 800리얄. 턱없이 부족하다. 그런 와즈다는 학교에서 무려 1000리얄이라는 어마어마한 상금이 걸린 코란 경전 퀴즈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는다. 과연 와즈다는 대회에서 우승해 상금으로 자전거를 탈 수 있을까?

바로 영화 <와즈다>의 이야기다. <와즈다>는 영화가 금지된 나라 사우디아라비아에 제작된 최초의 영화다. 특히 하이파 알 만수르라는 여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제작 단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여성에게 운전, 여행, 투표 등 기본적인 권리조차 금지된 이슬람 국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모든 장면이 촬영되었는데, 감독은 현장에 있지만 차량 안에 숨어서 모니터를 통해 지시를 내리는 등 수없이 많은 난관에 부딪히며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 영화는 6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3관왕을 차지했고, 국내에선 14회 전주 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소개된 후, 작년에 정식 개봉되어 관객을 만났다.

와즈다에게 자전거를 타는 것이 꿈인 이유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여성이 자전거를 타는 것이 금기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자가 자전거를 타면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이유라고 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슬람 국가 중에서 가장 엄격하게 이슬람 율법을 따르는 국가다. 여성들은 더운 날씨에도 외출할 때 히잡으로 얼굴을 모두 가려야 한다. “여성의 목소리는 벗은 몸과 같다”고 해서 여성은 목소리도 크게 내선 안되며, 이성과 대화하는 것도 금기시된다.

평소 팝송을 즐겨 듣는 와즈다는 학교에서 혼자 검정색 단화가 아닌 스니커즈를 신고 있다. 또, 히잡으로 얼굴을 가리지 않는다. 와즈다의 모든 행동은 그 사회의 관습과 규율에 어긋난 행동이다. 와즈다는 교장 선생님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학교에서 문제아로 여겨지고 있다. 그런 와즈다가 자전거를 사기 위해 코란 경전을 외우는 것은 역설적이다. 와즈다는 순수하게 혹은 순진하게 어머니와 교장 선생님 앞에서 “자전거를 타고 싶다, 자전거를 사겠다”고 말한다. 그 모습이 마치 보수적인 이념에 과감하게 “여자는 왜 자전거를 탈 수 없냐?”는 질문을 던지는 것 같다.

영화 <와즈다>는 여성 인권을 위해 투쟁하는 스토리는 아니다. 사회적 문제를 다룬 영화가 무거워지는 건 메시지 전달에만 치중하기 때문이다. <와즈다>는 제법 담백하게 사우디아라비아의 현재 모습을 비춘다. 그저 어린 아이의 일상을 통해 그 사회의 모습이 투영될 뿐이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어떤 환경과 사상 속에서 자라고 있는지를 말이다. 영화 <와즈다>는 국가와 사회가 덧씌운 여러 가지 차별과 규제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와즈다처럼 사회적 금기에 의문을 표하는 젊은 세대가 있고 또 그런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려 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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