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의 그릇 바닥 드러낸 한국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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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의 그릇 바닥 드러낸 한국 청년들
  • 부산광역시 임동균
  • 승인 2015.12.16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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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취업 시장에서는 청년들의 열정을 강요하기 바쁘다. 토익이며 자격증이며 다양한 스펙들은 기본이고, 취업을 위해 꼭 필요한 스펙을 쌓기 위해 열정페이도 견뎌내야 한다. 그것도 모자라 면접 과정에서 응시자에게 모욕적인 질문을 하거나 사상을 검증하는 등의 ‘갑질 면접’까지 생겼다. 이젠 취업을 위해 모욕까지 참아내야 하는 열정(?)이 요구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청년들이 이렇듯 마른 수건을 짜듯이 열정을 짜내고 있음에도, 여전히 ‘열정이 부족하다’는 눈총을 받고 있다. 5개월 전이었을까? 경영학부 수업을 듣던 중 있었던 일이다. 당시 쪽지 시험이 끝나고 전체적으로 시험 점수가 좋지 않자, 교수가 학생들에게 폭언을 쏘아 뱉었다. 그 교수의 말을 요약하자면, 요즘 젊은 애들은 열정도 없고, 패기도 없으며, 그런 식으로는 취업할 수가 없다는 식의 이야기였다. 큰 학문을 가르친다는 대학에서조차 청년들은 열정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멸시를 당한다.

언젠가 서울대 독어독문과 1992년과 2014년 졸업생을 비교한 글을 SNS 상에서 본 적이 있다. 92년 졸업생은 평균 학점 2.7에 토익 점수가 없는 것은 물론 자격증이라곤 운전면허에 불과했지만, 입사 추천으로 대기업에 합격했다. 반면 14년 졸업생은 학점 3.6에, 각종 어학 점수며, 자격증, 그리고 교환학생까지 다양한 스펙에도 불구하고 지원서를 수 십 곳을 넣었지만 모두 불합격했다는 글이었다. 이 글을 봤을 때, 어느 누가 봐도 열정적인 대학생활을 한 것은 14년도 졸업생이지만, 열정이 없다는 소리를 듣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14년도 졸업생이다.

국가 경제 성장률이 1% 상승하면 일자리가 10만 개 늘어난다고 한다. 그렇다면 80~90년도 당시, 경제성장률이 10~20%에 육박했으니 매년 일자리가 약 100만 ~200만 개가 창출됐을 것이다. 사회로 쏟아져 나오는 청년의 수보다 취업할 자리가 더 많으니, 열정을 보이지 않아도 자연스레 취업이 쉽게 됐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2015년 현재 경제성장률이 3% 언저리를 맴돌고 있으니 신규 일자리는 약 30만 개에 불과하다. 반면 매년 대졸자는 50만 명 넘게 쏟아지고 있는 데다 임금피크제로 명예퇴직조차 늦어졌으니 청년들이 들어갈 일자리가 턱없이 부족한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결국, 청년 실업의 문제는 사회적, 구조적 문제이지, 청년들의 열정 부족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의 청년들은 많이 지쳐있다. 기약 없는 구조적 문제 속에서 열정을 몽땅 쏟아내도 보상받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 보니 그들의 ‘열정의 그릇’은 텅텅 비어, 도리어 열정이 없어 보일지도 모르겠다. 청년들이 ‘열정의 그릇’을 다시 채우는데 필요한 사회적, 제도적 노력이 있어야겠고, 또 청년들이 와신상담하는 동안 따가운 눈총이 아닌, 지쳐있는 그들을 따듯하게 보듬어주는 감싸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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