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명 바람이 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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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명 바람이 불고 있다
  • 최윤영
  • 승인 2013.01.16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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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주위에 법률상으로 이름을 바꾸는 일, 즉 개명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전국의 개명 신청 건수는 2004년 5만 349건인 것이 2005년에는 4월까지만 2만 620건을 돌파해 개명 신청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개명은 허용되지 않지만, 법원이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나이, 성별, 직업, 결혼 여부 등과 관계없이 개명을 허가해주고 있다.

얼마 전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TV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극중 주인공 삼순이가 절실히 원하던 개명에 성공한 내용이 방영되기도 했는데, 실제로 한 개명 절차 대행업체 대표는 ‘내 이름은 김삼순' 드라마 방송이 나간 후 개명을 원하는 사람들의 문의가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박민준(24, 부산시 금정구 장전 2동) 씨는 부모님이 자신이 아들이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름을 지어주었는데 부모님 몰래 개명 신청을 해본 적이 있다며 “어린 마음에 공주 같은 이름을 갖고 싶었어요”라고 말했다.

개명 신청은 개명하고자하는 당사자가 직접 하거나, 개명 대상자가 의사 능력이 없는 미성년자인 경우에는 법정 대리인이 대리 신청하고, 의사 능력이 있는 미성년자는 자신이 직접 개명 허가 신청을 할 수 있다.

개명 사유는 특별히 정해진 것은 아니고 생활에 지장이 있다면 어떠한 것이든 사유가 될 수 있다.

주된 사유로는 발음상 또는 각종 이유로 놀림감이 되는 경우, 남녀의 성별 구분이 어려운 이름, 호적에 있는 이름과 집에서 사용하는 이름이 다를 경우, 친족 중에 동명인이 있어 혼동이 되는 경우, 범죄자의 이름과 똑같아서 사회생활에 불편을 느끼는 이름, 일본식 이름, 순 한글 이름, 기타 사회활동에 지장을 주는 이름의 경우가 있는데, 이와 같은 여러 가지 이유 중 어느 한 가지라도 해당되면 개명 사유가 된다고 한다.

위의 사유를 유형별로 말하자면 발음상 놀림감이 되어 ‘박도치'에서 ‘박도호'로, ‘박경숙'에서 성별 구분을 위해 남성적 느낌이 강한 ‘박광현'으로, ‘최윤경'에서 집에서 사용하는 이름인 ‘최윤영'으로, 친족과 이름이 같아 ‘김민정'에서 ‘김정현'으로, 범죄자 ‘신창원'과 이름이 같아 ‘신정원'으로, 일본식 이름이라 ‘서미자'에서 ‘서미지'로, 한글 이름이라 ‘김초롱'에서 ‘김수민'으로 개명한 사레가 있다.

1994년 법원 행정처 발행 ‘개명 및 호적정정 사례집'에 의하면, 개명허가 신청 사유별 비율은 미성년자인 경우 성명학 32%, 놀림감 28%, 다른 이름 사용 24%, 기타 16%였다. 그리고 성인의 경우 놀림감이 60%, 다른 이름 사용이 23%, 성명학이 15%로 나타났다. 여기에서 성명학이란 미신과 비슷한 의미이지만 미신이라는 전통적 사고에서 벗어나 학문적으로 사람의 이름, 운명, 길흉을 판단하는 학문을 뜻하는데 이러한 성명학적 이유로 개명하는 사례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연령별 개명 허가 비율은 미취학이 신청 건수의 86.3%, 중고생이 신청 건수의 84.5%, 초등생이 신청 건수의 83.8%, 성인이 신청 건수의 69.9%였다. 이를 토대로 어릴수록 개명이 허가된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개명 신청을 하고 결정문을 기다리고 있는 이하나(21, 부산시 해운대구 재송동 센텀 파크) 씨는 평소 이름을 바꿀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어머니가 사주에 맞는 이름이라고 다른 이름을 가져왔다며 “그때 한참 일도 꼬이고 짜증나서 개명하기로 확 결정했죠”라고 말했다.

개명 절차는 먼저 개명 신청지를 작성하고 관할 법원에 개명 신청지를 접수한 후, 개명 허가 판결 및 결정문이 발송될 때까지 그 결과를 기다리면 된다.

이때 개명 허가 여부에 따라 ‘허가시'와 ‘기각시'때 할 일이 달라진다. 법원에서 송부된 결정문에 ‘허가한다'라고 기재되어있으면 개명이 허가된 것이고, 결정문에 ‘기각한다'라고 되어있으면 개명이 허가되지 못한 것이다. 허가되었다면 결정문을 가지고 본적지 또는 주소지 시청(구청), 면사무소에 허가 결정문을 송달받은 날로부터 1개월 내에 신고해 호적 변경을 하면 된다.

하지만 기각되었다면 다른 법원에 다시 신청해 항고장을 작성하여 일정기간이 경과한 후에 동일한 법원에 재신청해야한다.

부산 가정지원의 한 관계자는 이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고 개명절차가 과거와 같이 복잡하지 않기 때문에 개명신청이 증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법원으로부터 좀 더 쉽게 허가받을 수 있는 경우는 어떤 것이 있을까?

개명 허가 전문 업체인 ‘개명가이드' 사이트는 개명 사유에 따라 소명 자료가 개명허가를 결정하게 된다고 말한다. 그래서 소명 자료는 많으면 많을수록 개명 허락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최대한 많이 자료를 모으고 전문가와 상담을 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여기에서 소명자료란 개명 신청시 법원에 제출하는 서류로 호적상 이름 외에 다른 이름으로 쓰고 있을 경우 이를 증명할 자료를 뜻하는데 편지, 통장, 각종 등록증, 직장 소견서, 담임선생님의 소견서등이 그 예이다.

인터넷상에서도 개명관련 카페가 많아지면서 회원들끼리 개명허가를 위한 노하우를 공유하며 서로 적극적으로 이름 바꾸기를 도와주고 있다.

중학교 때 처음 개명 신청한 최윤영(21, 부산시 금정구 부곡1동) 씨는 담임선생님의 소견서와 반 친구들의 손도장을 찍은 자료를 제출했었다며 “그땐 30명이 넘는 친구들의 손도장을 일일이 다 찍느라 너무 귀찮아했어요”라고 말했다.

개명한 사람들은 개명한 결과 이름으로 인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자신감 있게 활동할 수 있어서 생활의 변화를 느낄 수 있고, 새 삶을 시작하는 기분이 들어서 개명한 것을 만족한다고 말하고 있다.

반면, 개명의 문제점을 꼬집는 사람들은 미신이나 성명학에 현혹되어서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을 바꾸는 것이 좋지 않게 보인다고 말한다. 개명관련 사이트에 아이디 ‘dnfl79' 씨는 “호박에 줄긋는다고 수박되나요?”라고 말했다.

한편, 사람의 이름은 물론 이제는 기업이나 작은 가게들도 좋은 이름을 짓기 위해 이름지어주는 업체에 문의를 많이 한다고 한다.

최근 가게 오픈을 준비 중인 이남진(46, 부산광역시 남산동) 씨는 가게 이름도 사람 이름처럼 중요한 것 같다며 “돈을 약간 들여서라도 처음에 이름 잘 지어서 돈 잘 벌면 장땡이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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