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로 전락한 ‘오포 공유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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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물단지로 전락한 ‘오포 공유자전거’
  • 취재기자 이성혁
  • 승인 2019.07.09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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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가 학교 등 곳곳에 방치...사유재산이라 무작정 폐기도 안되

경성대학교 후문 부근 골목에 노란 자전거가 방치돼 있다. 학생들은 지나다니면서 각자 마시던 커피를 자전거 앞 바구니에 버리고 간다. 방치된 것도 모자라 노란 쓰레기통으로 전락하기에 이르렀다.

경성대학교 후문 부근 방치된 오포 자전거의 모습(사진: 취재기자 이성혁).
경성대학교 후문 부근 방치된 오포 자전거의 모습(사진: 취재기자 이성혁).

부산의 한 대학교, 여러 자전거들 사이에 노란 자전거가 함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정작 자신의 자전거를 보관하려는 사람들은 방치된 노란 자전거 때문에 주차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자전거 보관소에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오포 자전거의 모습이다(사진: 취재기자 이성혁).
자전거 보관소에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오포 자전거의 모습(사진: 취재기자 이성혁).

지난해 10월 부산에서 철수한 중국의 공유 자전거 '오포(ofo)'의 미회수 자전거들이 주택가, 학교 등 곳곳에 방치돼 문제가 되고 있다. 부산시는 오포 자전거가 사유재산이라 무작정 폐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난감한 입장이다.

글로벌 중국 기업 오포가 제공하는 자전거 공유서비스 오포는 지난해 1월 부산에 시범 도입됐다. 그해 10월 31일 서비스 중단하기 전까지 3천 대 가량을 부산에 배치했다. 서비스 중단 전후로 오포 측이 자전거 수거에 나섰으나, 현재는 국내 서비스를 담당하던 업체는 물론 담당자도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자전거 보관소를 기반으로 하는 다른 자전거 공유 서비스와는 달리 오포는 곳곳에 흩어져 있어 회수하는 데 어려움이 따랐다. 오포 자전거 내부에는 위치추적 장치가 설치돼 있어, 사용자는 자전거 보관소가 아니라도 도로나 주택같이 자전거를 세울 수 있는 어느 곳에서든 자전거를 반납할 수 있다. 하지만 회사가 철수하면서 위치추적용 애플리케이션도 작동을 멈춰 현재는 남겨진 자전거가 어디에 보관돼 있는지도 확인할 수 없는 실정이다.

회수되지 않은 자전거들이 인적이 드문 골목이나 주택가, 학교 근처에 방치되고 있다. 부산 남구 대연동에 거주하는 김 모(25) 씨는 “자전거가 방치돼 통행에 방해를 주고 보기에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골목에 전봇대에 기대어 있는 오포 자전거의 모습(사진: 취재기자 이성혁).
골목에 전봇대에 기대어 있는 오포 자전거의 모습(사진: 취재기자 이성혁).

이처럼 방치된 자전거로 시민들의 불편이 발생하고 있지만, 부산시는 오포가 남기고 간 정확한 자전거 수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부산시 공공교통정책과 담당자는 "오포가 철수한 후 오포코리아 부산지역 매니저와 연락했을 때 회수되지 못한 자전거가 약 500대라고 들었다"며 "그 이후에 시의 요청으로 몇 대 더 철수하긴 했을 텐데 몇 대가 남아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끝을 흐렸다. 이렇게 방치된 자전거들은 고스란히 지자체의 몫이 되었다.

다른 일반 자전거라면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에 따라 '무단방치' 자전거로 분류돼 관할 지자체가 수거해 처분할 수 있으나 오포 자전거에 이 법을 적용하기가 어렵다. 서비스는 중단됐으나 소유자는 오포라는 것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해 가을부터 도로나 주차장 등 도심 곳곳에 방치된 오포 자전거를 수거해달라는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남구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이후 방치된 자전거를 수거해달라는 민원에 따라 수거한 오포 자전거 10대를 구청 창고에 보관하고 있다"며 "직권으로 처분할 수가 없는 데다 공간 여유가 안 돼 계속 보관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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