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직 대신 시집간다"...'취집' 가는 여성 '증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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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직 대신 시집간다"...'취집' 가는 여성 '증가세'
  • 취재기자 신수진
  • 승인 2015.09.14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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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 선택이다," "현실 도피다"... 찬반 논란은 '백중세'

올해 4월에 발표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실업률이 10.2%로 전년 대비 0.2% 상승해 사상 최대의 실업률을 나타내고 있다. 고용률 또한 60.3%로 전년 대비 0.3%로 하락했다. 그 중에서 여학생들은 아직도 높은 취업문에 낙담하는 경향이 있다. 이처럼 꽉 닫힌 취업문을 두드리다 지친 여성들이 취직 대신 시집, 일명 ‘취집’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대학원생 차윤이(27,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 씨는 공부하면서도 문득 취업의 어려움을 생각하면 공부하기가 싫어진다. 차 씨는 “이 나이에 아직 공부하는 학생이라는 것이 취업이 잘 안 되는 현실에서 굉장히 불안하다”며 “좋은 남자 만나서 편한 삶을 사는 건 어떨까 생각하곤 한다”고 말했다.

여성 취업준비생 조모(25, 부산 동래구 수안동) 씨는 취업을 위해 스피치 학원을 다니고 있다. 그는 학원의 매주 스피치 평가에서 안 좋은 결과를 받을 때마다 취집을 생각한다. 조 씨는 “학원까지 다니면서 취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학원에서 원하는 결과를 받지 못할 때마다 그냥 취집이나 가는 게 편하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성 취업준비생 김모(27, 부산 진구 당감동) 씨는 취업준비를 위해 토익학원을 다닌다. 그는 이번에 친 토익시험에서 700점을 넘지 못해 큰 좌절감을 느꼈다. 그는 “취업준비를 하면서 의지할 때 없이 혼자만의 싸움이 되니 지친다”며 “이렇게 외롭고 힘들 바에 빨리 남자 잘 만나서 지친 마음을 힐링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같이 취업의 문이 현저히 좁아진 요즘 취업에 지친 여성들은 취집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결혼정보회사 가연은 미혼여성 회원 25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0명 중 7명이 취집을 생각해본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년 전에 주부가 된 강모(31, 부산시 서구 대신동) 씨는 취직이 힘들어 취집을 선택했다. 그녀는 “취직하려고 별의별 짓을 다 해 봤다. 그러나 취직의 문이 너무 좁았다. 그래서 취직을 포기하고 지금 남편을 만나 아이 키우면서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직장을 가지지 못하고 결혼한 것에 대해 후회가 없느냐는 질문에 그는 “지금 내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 취직하는 것만큼 여자에게는 결혼도 중요하다고 본다”며 “남편이 열심히 돈을 버는 만큼 나도 집안 살림을 꼼꼼히 하면 되기 때문에 취직 못 해서 결혼했다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녀의 어머니 한모(59, 부산시 서구 대신동) 씨는 취집한 딸에 굉장히 만족한다. 그는 “딸이 사회에 나가 고생하는 것보다 시집가서 편한 생활하기를 바라는 건 모든 부모의 마음인 것 같다”며 “취집에 대해 전혀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딸 키우는 입장에서는 좋은 남편감이 있다면 바로 결혼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취집에 대해 좋지 않게 보는 시선도 있다. 대학생 노모(22, 부산 남구 용호동) 씨는 취집이라는 말 자체가 여자를 얕보는 말 같아 기분이 나쁘다. 그녀는 “자신의 능력도 펼치지도 않고 남자 잘 만나 편안한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은 안일하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모(24, 부산 북구 화명동) 씨도 취집에 대해 좋지 않은 의견을 가지고 있다. 그는 “남자 입장에서 맞벌이하지 않고 나 혼자 돈을 번다면 정말 부담스럽다. 취집이 힘들어 시집간다는 것은 남자에게 의지하려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모(25, 부산 연제구 연산동) 씨는 “여자들만 취직이 안 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 남자들도 똑같이 취직이 안 된다. 그런데 '난 취직 안 되니까 네가 돈 벌라는 심보'는 아닌가? 같이 취직해서 가정을 꾸릴 생각을 해야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취집하는 여자들은 좀 무책임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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