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축구에 8인제 전면 도입...넓은 공간에서 드리블과 패스 등 기본기 다지라는 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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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축구에 8인제 전면 도입...넓은 공간에서 드리블과 패스 등 기본기 다지라는 취지
  • 취재기자 류효훈
  • 승인 2019.02.12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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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축구 선진국들은 7인제, 9인제도 연령별로 시행 중...선수나 코치들은 넓어진 공간에서 '뻥축구' 해프닝 / 류효훈 기자
대한축구협회가 유소년 선수들의 기술향상을 위해 8인제 경기방식을 올해부터 도입했다(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여기는 제주도 한 축구 경기장. 초등학교 축구선수들이 열심히 축구 경기에 몰두하고 있다. 자세히 보니, 가장 눈에 띄는 점이 하나 있다. 양팀 선수들이 11명씩이 아니다. 이 경기는 올해부터 유소년 선수들의 기술 향상을 위해 초등학교 축구에 도입된  8인제 경기다.

8인제는 인원수가 줄어든 만큼 넓어진 공간에서 패스와 드리블 등 기본기 위주이 축구를 연마하라는 취지로 유럽에서 먼저 시행됐다고 한다. 그런데 처음 도입된 8인제 초등학교 경기에서 넓은 공간을 단순히 이기기 위한 ‘뻥축구’로 악용하는 등 본래의 취지가 바랜 장면이 속출했다.

8인제 축구는 기존의 11인제에 비해 공간이 넓어지면서 볼터치, 패스, 슈팅 기회가 많아져 기본기나 기술 습득이 필요한 유소년들에게 적합한 제도로 주목받아 축구 선진국인 유럽에서 먼저 시작됐다. 넓은 축구장 공간에서 자유롭게 기술을 연마하라는 취지의 8인제는 7인제, 9인제 등으로 다양하게 진화했다. 지금은 연령별대로 적합하게 축소된 인원수의 축구가 활용되고 있다. 

U-12/13 단계에서는 9인제, U-10/11 단계에서는 7인제가 널리 활용된다. 이보다 어린 선수들은 5인제나 4인제가 활용된다. 포르투갈 역시 7인제와 9인제를 단계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일본도 이미 2011년부터 8인제를 도입했다. 한국은 8인제 도입이 학부모와 코치 등의 반대로 여러 차례 무산됐다가 뒤늦게 올해 도입됐다.

지난 11일, 제주에서 열리고 있는 ‘칠십리배’를 시작으로 처음 시작되는 8인제를 위해 대한축구협회는 새로운 경기 규칙도 마련했다. 체력 소모가 많은 8인제의 특성을 고려해 많은 아이들이 출전할 수 있도록 선수 교체 제한을 없앴다. 또한, 아이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경기할 수 있도록 지도자들의 경기 중 코칭 행위도 금지됐다.

8인제와 함께 새로운 룰이 도입된 첫 대회인 칠십리배에서 유소년 기술 향상이라는 본래의 8인제 목적과는 다른 경기 양상이 펼쳐졌다. 많은 팀들이 크고 빠른 선수를 전방에 배치하고 한 번에 수비의 뒷 공간으로 롱패스를 해서 득점을 쉽게 하려는 기습 ‘뻥축구’를 선택했던 것. 코치들은 넓은 공간을 활용해서 많은 볼 터치와 잦은 1대1 상황을 통해 기술을 습득하게 하기보다는 이기기 위한 수단으로 넓은 공간을 활용하는 경기를 펼쳤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룰로 인해 경기 도중 편법까지 등장했다. 빌드업 능력 향상을 위해 골리는 골킥을 포함해 패널티 에리어 안에서의 모든 패스를 다른 선수의 터치 없이 하프라인을 넘길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 이번 경기 중 한 골리는 공을 페널티 에리어 밖으로 던진 다음 바운드된 볼을 그대로 차버려 한 번에 하프라인 넘어 갈 수 있게 했다. 이런 식의  패스로 단 번에 상대 골리와 1대1 찬스를 맞이한 공격수는 골망을 흔들었다. 패널티 에리어 안이 아닌 밖에서 공을 차 규정을 피했던 것. 많은 팀들이 이를 보고 곧 따라하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이 경기를 지켜봤던 한 초등학교 코치는 “11인제에 비해서 8인제는 수비의 뒷공간이 많이 생긴다. 이 공간을 크고 빠른 선수를 하여금 노리게 한 다음 롱패스를 몰아주는 단순한 플레이가 많았다. 8인제의 의미가 무색해졌다. 11인제의 축소판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번에 새로 추가된 룰로 인해 편법이 등장하는 경우도 있었다. 8인제에 대해서 찬성하지만 원래 축구와 별개로 생긴 룰은 없었으면 한다. 무엇보다 지도자들이 단순하게 이기려는 축구만 하는 마인드를 바꿀 수 있는 풍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2월 펼쳐지는 동계대회들을 시작으로 초등학교 경기에 8인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11일 제주에서 열린 ‘칠십리배’를 시작으로 14일 군산에서 열리는 ‘금석배’, 15일 대구에서 개최되는 ‘전국 초등학생 축구대회’ 등 각종 토너먼트 대회들이 모두 8인제로 진행된다. 3월부터 시작되는 초등리그도 8인제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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