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법 死角 영세사업장의 '꺾기,' 알바생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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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법 死角 영세사업장의 '꺾기,' 알바생 울린다
  • 취재기자 채정은
  • 승인 2015.05.15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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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시간 다 못채우게 강제 퇴근조치..부당해고에도 법적 대응 못해

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 적용이 제한돼 있어, 이를 잘 모르고 일하는 대부분의 아르바이트생들이 열악한 근무 조건과 부당 근로 요구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부산 대연동에 있는 한 술집에서 일했던 대학생 임동균(24, 부산 남구 대연동) 씨는 손님이 없을 경우 업주가 매번 조기 퇴근시켜 정해진 근로 시간을 다 채우지도 못하게 하고 임금을 깎는 이른바 ‘꺾기’를 당했다. 꺾기는 손님이 없는 시간대에 알바 노동자들을 조기 퇴근시키거나 늦게 출근시켜 그 시간만큼 임금을 떼고 주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관행은 명백한 불법이고, 근로기준법에 의해 구제받을 수 있으나, 문제는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에는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사진: 취재기자 채정은 )

근로기준법 제46조에 의하면, 사용자가 임의로 근무시간을 줄일 경우, 사용자는 근로를 하지 않은 시간에도 근로자에게 통상 임금의 70%를 지급해야 한다. 줄어든 근무시간만큼을 업주가 휴업수당으로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상시 근로자 수가 5인 이상의 사업장에만 적용돼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주로 근로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은 이 법의 보호를 받을 길이 없다.

문제는 또 있다.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근로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부당 해고를 당해도 구제신청을 할 수 없다. 하지만, 사업자가 해고 예고를 하지 않았을 경우에 근로자는 이에 따른 해고 예고 수당을 받을 수 있다. 근로기준법 제26조에 의하면, 사용자는 해고할 때 30일 전에 해고를 예고해야 하며, 30일 전에 예고를 하지 않았다면, 30일분의 통상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부산 구서동에 있는 음식점에서 일했던 대학생 채모(22, 부산 금정구 남산동) 씨는 4개월 동안 성실히 일했지만 업주로부터 어느날 다음 날부터 나오지 말라는 갑작스러운 통보를 받았다. 채 씨는 “당시 해고 예고에 대한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노동청에 신고도 못했다. 미리 알았다면 해고 예고 수당을 꼭 받았을 텐데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또 5인 미만 사업장은 법정 근로시간 제한이 없어 많은 아르바이트생들이 주 40시간 이상 노동을 강제당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50조는 ‘1주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으나,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근로자에게 주 40시간, 주 5일 근무제를 지키지 않아도 된다. 또한, 사업자는 최소 하루에 8시간 노동을 시켰으면 1시간은 휴식시간을 줘야 하며, 1주일 개근하면 주 1일을 쉬게 해야 한다.

대학생 김모(23, 부산 구서동) 씨는 학비에 보탬이 되고자 방학 동안 알바를 했다. 부산대 근처 PC방에서 일했던 김 씨는 주 40시간 이상 근로했지만 식사시간을 제외하고는 따로 휴식시간을 받지 못했다. 근로기준법을 잘 알지 못했던 김 씨는 이런 근로 형태가 불법인 줄 모르고 업주가 시키는 대로 일만 했다. 김 씨는 “공부하면서 학비를 버는 것도 힘든데 사장이 이러한 내 상황을 이용한 것 같다”며 “나는 일자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만약 불법인 걸 알았다고 해도 말 못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5인 미만의 소규모 업장에서는 법정 근로시간도 없어 아르바이트생들은 야간 근무나 초과근무 할증은 물론 주휴수당마저도 받기 힘들다. 부산 구서동에 있는 술집에서 일했던 대학생 이상현(21, 부산 금정구 범어사) 씨는 저녁 6시부터 새벽 2시까지 근무했지만 5인 미만의 사업장은 근로기준법 적용이 안 된다는 이유로 야간 근무수당을 받지 못했다. 근로기준법 56조에 의하면, 야간 근무수당은 야간근로(밤 10시~새벽 6시)에 해당하는 통상임금의 50%를 받을 수 있다. 이 씨는 “알바생들이 많은 곳에서 일하는 친구들은 새벽까지 일하면 임금을 올려서 받는데, 나는 그렇지 못 해서 억울하다. 법 적용이 안 되니 사장에게 건의도 못하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부산 해운대구에 있는 한 음식점에서 일했던 대학생 오윤정(21, 부산 해운대구 우2동) 씨는 손님이 많을 때에는 하루 8시간 이상 일했지만 초과 근무 수당을 받지 못 했다. 오 씨는 억울한 마음에 업주에게 초과 근무 수당을 달라고 했지만, 업주는 “초과 근무 수당을 안주는 것이 불법도 아니고 의무도 아니다”라고 잘라 말하며 오히려 오 씨를 나무랐다. 근로기준법 제56조는 시간외 야간 및 휴일근무에 대하여 사용자는 통상임금의 50% 이상을 가산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오 씨는 “사장에게 얘기를 듣고 근로기준법을 알아봤더니 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은 알바생들에게 너무 불리한 곳”이라며 “부당한 일이 있어도 그냥 참는 수밖에 없다”고 억울해했다.

정부에서는 영세한 사업장의 열악한 경영여건을 보호하고 근무 감독에 한계가 있다는 등을 이유로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들을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열악한 소규모 사업장 근로자들만 부당한 처우를 받고 있는 것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근로기준법이 5인 미만 사업장에는 많이 제한적이어서 현재 퇴직금, 해고예고, 휴게시간, 주휴일 등에서만 알바생들이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다”며 “근로자들이 조금이라도 더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근로계약 시 근로계약서를 반드시 작성하고 상시 근로자 수를 확인해 경우에 따른 통상임금에 대한 가산 여부를 따져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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