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양숙입니다" 피싱 문자에 윤장현 전 광주시장 4억 5000만 원 송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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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양숙입니다" 피싱 문자에 윤장현 전 광주시장 4억 5000만 원 송금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8.11.23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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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민주당 여성 선거운동원, 호남 유력인사 10여 명에 사기 문자...문 대통령 부인 사칭하다 덜미 / 신예진 기자

한 여성이 광주·전남 유력인사들을 상대로 전·현직 대통령 부인을 사칭해 돈을 받아 챙기다 구속됐다. 피해자 명단에 윤장현 전 광주시장도 이름을 올렸다.

23일 복수의 언론에 따르면, 전남지방경찰청은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을 사칭해 금품을 뜯어낸 A(49) 씨를 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A 씨는 지난 2017년 12월 광주·전남 유력인사 10여 명에게 돈을 빌려 달라는 휴대전화 메시지를 보냈다. A 씨는 자신이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인 권양숙 여사라고 속였다. 동아일보는 A 씨가 보낸 메시지에 "권양숙입니다. 잘 지내시지요. 딸 비즈니스 문제로 곤란한 일이 생겼습니다. 5억 원이 급히 필요하니 빌려주시면 곧 갚겠습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고 전했다.

대다수 인사들은 A 씨의 문자를 수상하게 여기고 무시했다. 그러나 직접 A 씨에게 전화를 건 사람들은 A 씨의 적당한 경상도 사투리에 속았다고 한다. 특히 윤 전 광주광역시장은 4차례에 걸쳐 4억 5000만 원을 송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시장은 노 전 대통령과 친분이 깊었다. 그가 지난 3월 신고했던 재산액은 총 6억 9480만 원이다. 신고액대로라면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기로 날린 셈이다. 이 모든 돈은 A 씨 딸의 통장에 쌓였다.

A 씨의 사기는 한 유력인사 B 씨가 보이스피싱을 의심하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막이 내렸다. A 씨는 B 씨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러나 B 씨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의 직업은 휴대전화 판매원. 사기 전과도 다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과거 민주당 선거운동원으로 활동하며 인사들의 휴대전화 번호를 캐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현재 A 씨와 관련된 계좌를 압수수색한 상태다.

40대 여성이 광주호남지방 유력 인사들을 상대로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영숙 여사를 사칭해 돈을 뜯어냈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윤 전 시장의 피해가 어떤 댓가에서 비롯됐다는 추측도 나왔다. A 씨가 사기를 벌였을 당시 지방선거 후보자 공천을 앞두고 있던 시기였다. 그러나 경찰 관계자는 복수의 언론을 통해 "돈을 뜯어내면서 공천과 관련된 내용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바른미래당 이준석 최고위원은 이날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건 언뜻 보면 그냥 보이스피싱에 낚인 어설픈 광주시장 같다”면서 “대통령의 전 부인을 사칭하기만 하면 4억 5000만 원 정도를 임금할 수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도대체 어떤 문화가 그들 사이에 있기에 이런 황당한 사건이 가능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최근 인사의 사칭 피해를 당부한 바 있다. 지난 10월 22일 청와대는 “대통령과 친인척, 청와대 인사 이름을 대고 돈을 요구하는 사람이 있으면 무조건 사기라 생각하고 신고해달라”며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는 이런 사례에 전혀 개입된 바 없으며, 향후에도 그 어떤 위법사례도 발생하지 않도록 춘풍추상의 자세로 엄정한 근무 기강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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