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잠을 팝니다" 이색 '낮잠 카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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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잠을 팝니다" 이색 '낮잠 카페' 등장
  • 취재기자 정혜리
  • 승인 2014.11.25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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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에 해먹 걸어놓고 직장인들에 잠시 휴식 제공
▲ 서울 종로구 계동에 위치한 낮잠카페 '낮잠'(사진: '낮잠' 제공).

서울 종로구 계동 인근 지하철 3호선 안국역에서 내려 주택가로 들어서면 계동길이 나온다. 시끌벅적한 근처 인사동 거리와는 다르게 고즈넉한 분위기의 동네인 계동길 입구에는 주목을 끄는 이름의 가게가 하나 있다. 상호명은 ‘낮잠’, 낮잠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낮잠을 파는 곳이다.

어떻게 낮잠을 판다는 것인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잠을 자는 곳이니 깜깜한 공간이리라 예상했지만 눈앞에는 상상과 전혀 다른 실내 풍경이 나타났다. 커다란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볕과 줄줄이 걸린 색색깔의 해먹. 거기에 코 끝을 간질이는 아로마 향기와 시끄럽지 않고 편안하게 깔리는 피아노 소리가 마치 휴양지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이곳은 음료도 마시고 낮잠도 자는 낮잠카페로 밤에 충분한 잠을 자지 못한 직장인들 사이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기존의 휴게텔이나 사우나에 비해 밝고 깨끗하기 때문에 일부러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있다. 이 카페는 1시간 동안 낮잠을 잘 수 있는 편안한 장소와 음료 한 잔을 단돈 5000원에 제공한다. 아침 7시부터 오후 7시까지만 이용할 수 있다.

낮잠 카페에는 평일 오전 시간인데도 이미 낮잠을 자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은 해먹에 누워 각자 잠을 자거나 음악을 듣거나 만화책을 보며 시간을 보낸다. 그 중 곤한 얼굴로 자고 있는 정장차림의 회사원들이 눈에 띄었다. 이 날 낮잠카페를 찾은 회사원 김상경(33,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씨는 지난밤 프로젝트팀 회식이 있었다며 3시간도 자지 못한 채 출근했다고 한다. 김 씨는 “회사에 숙직실이 있긴 한데, 거기서 자려니 아무래도 눈치가 보여서, 저는 사우나 간다고 하고 잠깐 나왔어요”라고 말했다.

일주일에 2~3회 이곳을 찾는 직장인 김세아(29,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 씨는 점심시간에 도시락을 먹고 낮잠카페에 왔다. 그녀는 “야근을 늦게까지 하는 날이 많은데 밥 먹고 30분 정도 낮잠을 자면 졸릴 수 있는 오후에도 쌩쌩하게 다녀요”라고 말했다.

이곳의 이용 고객은 개인시간을 보내기 위해 찾아온 학생부터 산책 나온 가족까지 다양하다. 다른 가게 아르바이트생들이 쉬는 시간에 들러 짧은 낮잠을 자기도 하고, 근처에 위치한 대기업 본사 직원들이 점심식사를 건너뛰고 이곳에서 와 쉬기도 한다.

▲ 실내에는 색색의 해먹이 걸려 있고, 한 샐러리맨이 노트북으로 무언가를 하고 있다(사진: '낮잠' 제공).

경복궁 산책을 나왔다가 들렀다는 한 중년부부는 첫 방문에 내부가 신기한지 이쪽저쪽 둘러보다가 공중에 매달려 있는 해먹에 몸을 누여보더니 이내 불편한 얼굴을 한다. “이거 무서운데 잠이 오긴 해요?”라고 묻던 이들도 어느새 잠에 빠졌는지 카페 안은 이내 조용해졌다. 그 모습을 본 카페 주인장은 "해먹에 누우면 누구든지 잠에 빠져들게 돼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카페 주인 정지은 씨는 한 기업체 영어강사로 일하면서 본 직장인들의 모습에 이런 가게를 구상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점심 이후 수업에서 많은 수강생들이 잠을 이기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직장인들이 상사 눈치를 보지 않고 편안하게 잘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라고 말했다.

낮잠의 효과에 대해, 신경정신과 전문의 김상진 씨는 “컨디션 회복으로 기억력 향상 등 일상 효율을 높일 수 있어 1시간 이내로 낮잠 자는 습관을 갖는 것은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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