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명주소 정착, 아직도 가물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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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명주소 정착, 아직도 가물가물
  • 취재기자 이광욱
  • 승인 2014.07.17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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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지번 모르면 각종 증명서 발급 못받기도

부산시 진구 연지동에 사는 이모(36) 씨는 얼마 전 이사할 집의 등기부등본을 발급받으러 갔다가 큰 불편을 겪었다. 정부의 방침에 호응하기 위해 새 주소를 잘 외워 갔으나, 등기소에서는 옛 지번 주소를 모르면 등본을 발급 받을 수 없게끔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씨는 뒤늦게 지번 주소를 수소문해서 가까스로 등본을 발급 받을 수 있었다. 이 씨는 “도로명주소가 시행된 지 반 년이 지났는데, 새 주소로 등본을 발급받을 수 없다는 게 이상하다”고 말했다.

도로명주소란 도로에 이름을 붙이고, 주택, 건물에는 도로를 따라 순차적으로 번호를 매겨 건물주소를 알기 쉽게 하도록 올해부터 도입된 새로운 주소 체계를 말한다. 도로명주소로 바뀜에 따라, 공문서부터 주민등록증까지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주소는 모두 도로명주소로 변경됐다. 하지만 도로명주소는 사람이 거주하는 건물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사람이 살지 않는 토지, 건물이나 인접한 도로가 없는 토지 등은 옛 지번으로 관리한다. 그래서 부동산 매매나 임대차 등 법률관계에서는 지번을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새 주소만 알고 있을 경우, 등기부등본이나 토지대장을 떼는 것이 어렵다. 이러한 상황이 시민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는 것이다.

이뿐이 아니라 새 주소의 문제점은 상세주소가 없다는 것이다. 새 주소는 한 건물에 여러 가구가 있어도 하나의 주소만 부여돼 있기 때문에 그런 곳에 사는 가구들 사이에서 우편물이 분실되는 등 혼란이 생기고 있다. 이를 위해 부산시는 ‘상세주소 부여 신청’을 받고 있다. 하지만 상세주소 신청은 건물주가 귀찮으면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신청률이 저조한 편이다.

부산진구 전포동에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김모(51) 씨는 “상세주소 신청이 강제성이 없고 번거롭기 때문에 하지 않았다”며 “건물에 입주한 가게들의 실상, 즉 건물 내 불법 분할 등이 노출돼 건물주에게 세금이 부과될 우려가 있어 상세주소 신청을 꺼린다”고 말했다.

우체국에 있는 우편번호부 책자도 문제다. 부산시 사하구에 사는 최모(27) 씨는 얼마 전 택배를 보내러 갔다가 우체국 우편번호부 책자가 아직도 과거 주소로 돼 있어 새 주소를 찾기 어려웠다. 최 씨는 새 주소를 인터넷에서 찾아 변화시키는 바람에 5분이면 보낼 택배를 15분이나 걸려서 보냈다. 우체국 측은 우편번호부를 새로 제작하는 데 힘든 면이 있다고 한다. 기존 우편번호부는 200쪽이면 제작할 수 있지만, 도로명주소를 적용하면 2000쪽이 넘기 때문이다.

새 주소의 불편함은 자동차 운전자들에게도 나타난다. 경남 김해에 거주하는 김모(29) 씨는 지난주 새 주소만 알고 부산을 찾았다가 큰 불편을 겪었다. 그의 내비게이션에 새 주소를 입력하니, 업데이트가 되어있지 않아 목적지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도로 옆에 설치된 도로명판을 보고 목적지를 찾아가려 했으나, 명판이 너무 작아 운전 중 보기가 힘들었다. 김 씨는 “잘 보이지 않는 표지판은 있으나마나 한 무용지물”이라며 “타 지역 사람들은 잘 모르는 지역에 오면, 도로표지판을 보고 길을 찾으려 헛수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불편에 대해, 부산진구청 도로정보과 관계자는 “토지와 등기부등본은 이원화 체계로 실시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지번과 혼용해서 써야한다”며 “도로명주소는 건물을 쉽게 찾고 우편물 배달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 실시된 것인데, 고쳐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에, 예산이 확정되는 대로 단계적으로 바꿔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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