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기사 울리는 '지옥의 생수’ 배달...“제발 주문 좀 자제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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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기사 울리는 '지옥의 생수’ 배달...“제발 주문 좀 자제해 주세요"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8.01.06 05:34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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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수 묶음 들고 계단 오르내리면 허리 끊어질 듯" 호소...소비자들 "배달시키지 말자" vs "비용 냈는데 왜 눈치를 보나" / 정인혜 기자
생수 배달에 고충을 토로하는 택배 기사들이 늘고 있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생수 한 번 배달하고 나면 다른 일을 못 해요. 온몸에 안 아픈 구석이 없고 땀범벅이 된다니까요.”

점심시간을 막 넘긴 시간이었음에도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택배기사 김모(42) 씨의 목소리엔 피로가 가득했다. 새벽 6시 30분에 집을 나서 오후 2시까지 점심도 못 먹고 배달 중이라고 했다. 올해로 4년째 택배 일을 하는 그를 가장 괴롭히는 것은 다름 아닌 ‘생수’다. 탑차 안을 열었을 때 생수 묶음이 여럿 보이면 ‘오늘은 죽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란다.

김 씨는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생수를 배달시키는 집은 엘리베이터 없는 빌라가 대부분”이라며 “배달이 우리 일이라고 하지만, 20kg 되는 생수를 4층까지 배달하고 보면 솔직히 좋은 말이 안 나온다”고 말했다.

생수 배달에 고충을 토로하는 택배 기사들이 늘고 있다. 다른 물품에 비해 지나치게 나가는 무게 때문이다. 2L짜리 생수 12병만 해도 무게가 24kg에 이르는 데다 운반도 불편하다. 업계에 따르면, 이렇듯 무거운 생수를 배달하고 기사가 손에 쥐는 돈은 700~800원 수준. A4 용지 한 묶음을 배송할 때나 24kg짜리 생수를 배송할 때나 배송 수수료는 똑같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둘로 나뉜다. 생수까지 배달시키는 건 ‘매너’가 아니라는 의견도 있는 반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받는 서비스인 만큼 문제될 것 없다는 의견도 있다.

직장 인근 원룸에서 거주 중인 최모(29) 씨는 늘 인터넷 마트에서 생필품을 주문한다. 생수도 예외는 아니다. 경비 아저씨가 24시간 상주하는 오피스텔에서 살았던 과거에는 택배 보관함에 생수를 맡겨달라고 했지만, 지금 사는 원룸은 그럴 수도 없다. 현재 거주 중인 원룸은 5층짜리라 엘리베이터가 없다.

최 씨는 “택배 기사님들이 수고하시는 건 알지만, 업체에서 배송할 수 있다니 주문하는 건데 그걸 두고 소비자에게 ‘매너 없다’고 비판하면 안 된다”며 “아예 생수 택배 주문을 받지 말든지, 무게에 따라 배송 수수료를 올려 받으면 될 일 아니냐”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도 이를 주제로 한 논쟁이 자주 펼쳐진다. 특히 주부들이 많이 이용하는 카페에서는 단골 소재다.

모 카페에 올라온 '택배기사의 하소연'이라는 제목의 글(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지난해 모 카페에는 ‘택배기사의 하소연’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가 첨부한 사진에는 ‘제발 부탁합니다. 물은 힘드네요’라고 적힌 비닐에 쌓인 생수 묶음의 모습이 담겨 있다. 해당 문구는 택배기사가 쓴 것으로 보인다. 글쓴이는 “대체 뭘 부탁한다는 건지? 물 먹지 말란 거냐”며 “저런 멘트는 불편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나 해당 글을 접한 일부 네티즌들은 택배 기사의 편에 섰다. 댓글 창에는 “양심 없는 인간”, “얼마나 힘드셨으면 저런 글을 남기셨을까”, “엘리베이터 없는 빌라에 저 생수 배달하고 나면 허리고, 다리고 다 골병난다”, “그냥 정수기를 사라” 등의 댓글이 올라왔다.

이렇듯 택배 기사들의 고충이 알려지자, 생수 주문 개수를 제한하는 업체들도 생겨났다. 택배 기사들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한 조처다. 인터넷으로 생수를 주문할 때 이마트는 2L 6개 묶음 3개까지, 킴스클럽 마트는 2개까지만 주문할 수 있다. 롯데마트는 온라인과 매장 모두 2L 6개 2묶음까지만 가능하다.

다만 실제 택배 기사들의 체감 정도는 미미하다. 일부 소비자들의 꼼수 주문이 성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한 사람이 여러 아이디를 동원해 같은 주소로 주문하면 문제될 게 없다. 롯데마트에서는 1인당 생수 2묶음까지만 주문할 수 있지만, 4인 가정 기준 4명이 2묶음씩 같은 날 주문하면 택배기사는 8묶음을 날라야 한다.

택배기사 김 씨는 “배달 개수 제한한다는 방침이 나오면 뭐하나. 아이디 돌려가면서 주문하면 그걸 제지할 방법이 없다”며 “그냥 제발 생수를 ‘적당히’ 배달시켜주셨으면 좋겠다. 사실은 주문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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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마음이지.. 2018-01-25 07:24:54
소비자가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사유로 구매한
물품받겠다는데.
무겁다는 이유로 배송못할거면
본인에게맞는 직업을 다시 찾을수있게
도와드리는게 맞다고봅니다

뭐래 2018-01-25 07:23:15
저렇게 말투자체가 저렴한거보니
못배운티가 나네요.
소비자가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사유로 구매한
물품받겠다는데.
무겁다는 이유로 배송못할거면
본인에게맞는 직업을 다시 찾을수있게
도와드리는게 맞다고봅니다.

이이무개 2018-01-07 10:40:55
정당한 대가를 주고받는 서비스라??? 마트나 슈퍼에 비해 택배비 포함 가격 비슷하거나 싸니까 주문하지 마트가격에 묶음당 배송비 2~3천원 낸다면 돈 아깝다고 직접 사먹을것을 정당한 대거에 서비스래?? 어디서 여인숙잡아놓고 호텔서비스를 바라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