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 있어야 취업 성공"... 대학생들 이색 스펙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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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 있어야 취업 성공"... 대학생들 이색 스펙쌓기
  • 취재기자 구성경
  • 승인 2013.10.02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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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일명 '오디션 채용'으로 노래, 춤 학원에 취준생 몰려
▲ ‘2013 바이킹 챌린지’에 참가한 지원자들 사진 출처 : SK

대기업들이 사원을 채용할 때 학력이나 스펙을 보기보다는 끼와 재능을 중시하는 경향이 나타나자, 대학생들은 보컬 레슨이나 댄스 학원로 몰려가는 등 취업 준비 내용이 바뀌고 있다.

취업 준비생 최수연(25) 씨는 최근 댄스와 보컬 레슨을 받고 있다. 최 씨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하려는 것이 아니다. 얼마 전까지 토익이나 토플을 준비하던 취업 준비생 최 씨가 댄스와 보컬 레슨을 받는 이유는 ‘오디션 채용’이라는 기업의 새로운 인재 채용 방식에 맞춰 새로운 경쟁력을 찾기 위해서다.

오디션 채용이란 그동안 학교, 학점, 영어 성적에 갇혀 다양한 끼와 재능을 발굴하지 못했다는 기업들의 판단에 따라서 프리젠테이션이나 UCC 동영상 제작, 1박 2일 미션 과제 수행 등을 통해 끼와 창의력을 보는 방식으로 신입 사원이나 인턴을 선발하는 제도다. 이 제도로 인재를 뽑는 회사는 KT, SK, 롯데, 기아차등 국내 대기업들이 있다. 이들 대기업 신입사원의 10~12%는 이런 방식으로 채용된다.

기업이 채용 제도를 바꾸자, 취업 준비생들의 취업 준비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그동안 토익, 토플, 학점에만 매달렸던 학생들이 성적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신의 끼를 발굴하고 다양한 경험을 통한 자기발전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부산시 남구  대연동에 위치한 M실용음악학원에는 요즘 방송 댄스와 보컬을 배우기 위한 취업준비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방송 댄스와 보컬 수강자 10명 중 2~3명은 오디션 채용을 대비하는 취업준비생들이라고 한다.

방송 댄스 수강자 김수림(26) 씨는 “학교를 졸업하고 작년 처음 치러진 오디션 채용에 낙방한 것이 차별성이 부족한 것 같은 생각에 방송 댄스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말하며 “이번에는 꼭 오디션 채용에 합격하기 위해 그 분야에서 색다른 것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부드러운 인상과 안정된 프레젠테이션을 위해서 스피치 학원을 등록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스피치 학원에서는 부드럽게 미소 짓는 법, 떨지 않고 대중 앞에서 연설하는 법, 심지어 표준어를 유창하게 하는 방법까지 가르치고 있다.

스피치 학원생 지우진(27) 씨는 “다소 투박해 보이는 부산 사투리와 대중 앞에서 불안해 하는 내 모습이 오디션 채용에 감점이 될까봐 다니게 되었다”고 말했다.

스피치 학원장 차영화(43) 씨는 “요즘 스펙을 보지 않는 오디션 채용이 늘어나면서 다른 부분까지 세심하게 신경 쓰는 학생들이 늘었고, 아나운서나 성우 등 스피치를 전문으로 하는 직업을 가지려고 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표준어나 발표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학원을 많이 찾는 추세다”라고 밝혔다.

대학교 졸업반 김철환(26) 씨는 “스펙보다 다른 것에 중점을 둔다고 하니 지방 대학생이나 성적에 갇혀 정작 자신의 개성을 발휘할 기회조차 갖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다시 찾기 힘든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김진희(24) 씨는 조금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이젠 하다하다 별것을 다해야 취업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 같다”고 말하며 “학교, 학점, 토익, 토플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닌 상태에서, 이제는 거기에 춤과 노래도 잘해야 하는 사람을 뽑겠다는 심산 아니냐”며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취업 전문가들은 “새 것을 요구하는 경향은 아직 시작 단계로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지만 틀림없이 좋은 변화인 것은 사실”이라며 “스펙보다는 사람의 가능성을 보는 채용이 더욱더 활성화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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