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 견뎌낼 수 있었던 힘은 ‘검소한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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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 견뎌낼 수 있었던 힘은 ‘검소한 생활’
  • 취재기자 차여경
  • 승인 2013.08.19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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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설계사 윤보영 씨가 전하는 삶의 이야기

“삶을 뜻하는 영어 단어 ‘life'에는 ’if'가 들어 있다. 삶은 언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날마다 만약을 대비하며 살아야 한다.”

오늘도 그녀는 도시락을 싸와서 회사에서 점심을 먹고, 한 시간 간격으로 촘촘한 약속일을 본 후, 저녁은 퇴근 후 10시가 다 돼서야 먹을 수 있다. 그래도 그녀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하고, 카카오 스토리로 고객들과 일상을 나누는 것이 즐겁다. 하루가 마지막인 것처럼 열정을 다해 즐겁게 살아가는 그녀의 이름은 보험설계사 윤보영(40) 씨.

윤 씨는 사내에서도 젊은 후배들에게 인정받는 19년차 보험설계사이다. 그 어느 후배도 그녀의 열정을 따라잡기엔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녀가 이 일을 접하게 된 계기는 정말 우연에서 비롯됐다. 윤 씨는 서양화를 전공하고, 마네킹 메이크업 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지금도 마네킹 회사가 별로 없지만, 그 당시에도 이 직업은 생소한 직종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가 부도 났고, 그녀는 더 이상 갈 곳이 없었다. 윤 씨는 그 때를 회상하며 “집이 부유하지도 않았고, 다른 곳에 손 벌릴 수가 없었다. 정말 죽을 생각까지도 했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그림을 그려서 팔기도 했다. 그러다가 지인으로부터 보험설계사 일을 소개받았고, 그 당시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지만, 몇 명만 가입시키면 TV를 준다는 소리에 솔깃해서 시작했다고 한다.

금방이라도 보험일을 그만 둘 것 같았던 윤 씨가 19년 차가 되고, 지금은 그 어렵다던 MDRT 회원이기도 하다. MDRT 회원은 '고객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최고의 직업윤리를 갖춘 생명보험 전문가'를 의미한다. MDRT는 60여개 국가의 450개 정도의 회사를 대표하는 약 2만 1,000명의 회원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생명보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최고의 권위를 가진 협회이다.

그녀가 삶에 열정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는 예전에 어려운 시절을 겪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어려움을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어려서부터 몸에 익힌 검소한 생활 때문이었다.

윤 씨는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돈이 없어서 남자만 고등학교를 보내려고 했다. 그래도 나는 공부를 하고 싶어서 고등학교 때부터 자급자족하는 법을 스스로 터득했다”고 말했다. 윤 씨는 고등학교 때는 학교 매점에서 빵을 파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육성회비를 냈고, 장학생으로 뽑혀서 무료로 미술학원을 다녔다고 한다. 그리곤 “그 당시 어머니 아버지는 고물상을 하셨는데, 나는 그 때부터 고물을 얼마만큼 모아야 돈이 얼마가 되는지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절약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덧붙여 말했다. 이런 환경들이 그녀의 잡초 같이 질긴 지금의 성격을 만든 것이다.

그녀의 검소한 삶은 지금도 계속 되고 있다. 전기불 끄기, 사용하지 않는 코드선 빼기, 점심은 도시락 싸서 들고 다니기, 카드 별로 혜택을 알아두어서 용도에 맞게 쓰기, 주말에 한꺼번에 마트 장보기, 옷은 시민단체가 운영하는 재활용 가게인 '아름다운 가게'에서 사기 등이다.

그녀는 단돈 1만 원으로 가족 여행을 갔던 에피소드를 말해주었다.

“운전하면서 부산항 축제 광고를 얼핏 봤다. 선착순으로 무료 입장할 수 있는 이벤트가 있었다. 그걸 캐치하고는 이벤트 당일 날 시간을 기다렸다가 클릭해서 당첨이 되었다. 집에서 7인분의 주먹밥을 싸고, 과일과 이것저것 챙겨서 갔다. 배도 공짜, 점심도 공짜로 축제를 다녀온 것이다. 아, 아이스크림 사먹는다고 1만원 정도만 썼다.”

이 모습을 보고 자라는 아이들 또한 검소하게 용돈을 쓰고, 나머지는 스스로 모은다고 했다. 또 아이들이 어렸을 땐 케이블 방송을 끊어야 해서 공중파 방송만 나왔다고 한다. 그러니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텔레비전보단 책을 더 많이 읽어서 공부를 잘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자녀에겐 도움이 되었다. 윤 씨는 “초등학생인 첫째 딸아이는 요즘 설탕을 사러 가면 용량 대비 가격이 얼마인지 비교하며 산다”며 웃음을 지었다. 약간 부족하게 사는 것이 자녀 교육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그녀는 말한다.

돈 관리에서 꼼꼼한 만큼 윤 씨는 고객 관리에도 철저하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고 고객에게 무엇이 필요할지 함께 고민하고, 최선의 선택을 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그녀는“나는 한 명의 고객 뒤에는 150명의 고객이 더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현재 맡고 있는 고객에게 감동을 받게끔 최선을 다해서 대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보험 상담 이외에도 자주 고객과 연락하며 어떻게 지내는지 아픈 곳은 없는지 체크한다. 그런 윤 씨의 정성과 마음을 아는 고객들은 병원을 가기 전이나 작은 사고가 나도 바로 윤 씨를 찾는다. 그러면서 그들의 병을 윤 씨와 함께 고민한다. 그러면 윤 씨는 어떤 보험이 유용한지, 병원에서는 얼마나 있어야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등을 알려주는 것이 보험설계사인 그녀의 역할이다.

요즘 그녀는 SNS도 활발하게 이용한다. “SNS를 잘 이용하는 것도 고객을 관리하는 한 방법인 것 같다. 카카오스토리에 나의 일상과 나의 생각과 경제 자료들을 올리면 관계하는 고객들이 댓글을 단다. 고객을 오랜만에 만나도 SNS 때문에 바로 어제 만난 것처럼 관계할 수 있어서 좋다”고 윤 씨는 말했다.

어느 정도 안정적인 수입과 직업을 갖고도 아직도 열정적으로 일을 하고 있는 그녀는 미래의 목표를 이렇게 당당하게 말한다. “이미 성공했다, 나는. 지금은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하고 있고, 날마다 재미있고 즐겁게 살려고 한다. 하루를 마지막인 것처럼 사는데, 그 하루에 최선을 다했다면 성공한 삶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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