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이 거창하다고 행복이 그만큼 커지나요”
상태바
“결혼식이 거창하다고 행복이 그만큼 커지나요”
  • 취재기자 김진아
  • 승인 2013.07.29 09: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느 초등학교 교사의 소박한 결혼식과 알뜰한 생복찾기

요즘은 결혼식이 연중무휴다. 무더운 복중인데도 여기저기서 결혼 준비로 바쁜 예비부부들이 많이 보인다. 하지만 이들이 기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엄청난 결혼 비용 걱정 때문이다. 번듯한 직장이 있는 예비부부들도 부모에게 손을 벌릴 수밖에 없는 것은 유달리 한국의 결혼 비용이 그 어떤 나라와 비교해도 많이 들기 때문이다.

작년 한 미국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1만 7500쌍의 미국 예비부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신혼부부가 결혼하는 데 지출한 비용은 평균 약 3127만원이다. 이에 반해, 한국결혼문화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 신혼부부 한 쌍의 평균 결혼 비용은 2억 808만원으로 나타나 미국의 6배에 달했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의 신혼부부들에게 결혼과 동시에 많은 빚을 떠안게 만든다. 결혼식 후유증으로 빈털털이가 되는 이들은 '허니문 푸어(honeymoon poor)'라고 불린다.

지난 5월에 결혼한 부산시 동래구 남산동의 김지영(29) 씨도 허니문 푸어가 될 뻔했다. 물론 결혼 이후 경제적으로 충분히 누리며 살지는 못하지만 결혼식 후폭풍으로 빚더미에 앉아 신혼의 행복을 잃는 신세는 면했다. 부산의 한 초등학교의 교사로 재직중인 김 씨는 1년 전에 결혼한 남동생과 올해 자신의 결혼과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차이점은 주저 없이 '돈'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혼수, 예물 비용을 남편과 공동으로 부담했다. 반면에 시 남동생은 원래 한국의 결혼 관례대로 집을 마련했고 올케네는 혼수를 마련했다. 그 비용을 다 합하면 김지영 씨 결혼 비용의 2배가 된다.

동생 결혼 비용의 반값으로 결혼을 치룬 김 씨는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았다. 결혼이 임박했을 때 김지영 씨와 남편은 당사자들끼리 알뜰하고 검소하게 결혼을 준비하고 모든 비용은 두 집이 함께 분담하자고 약속했다. 그리고 곧 결혼이 그렇게 간단하고 호락호락한 문제가 아님을 깨달았다. 바로 양가 부모가 걸림돌이었다.

한국의 결혼 관습은 남자가 집을 여자는 집에서 쓸 모든 것을 준비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양가 부모의 치열한 눈치작전이 오간다. 한 쪽에서 통상적인 절차와 다른 방법을 제안할 때 다른 한 쪽의 마음이 상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는 결혼 준비가 예비부부 당사자만 합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김지영 씨 양가 부모는 저렴한 결혼이 아니라 무난한 결혼을 바랐다. 그래서 부모들은 결혼 비용을 이유로 생길 나중의 문제들을 걱정했다. 김지영 씨와 남편은 마음을 합하여 양가 부모를 설득했고 결국 집, 혼수, 예물 비용을 함께 준비하고 그 규모나 수준도 남들과 달리 꼭 필요한 것만 준비하기로 합의에 도달했다.

하지만 김지영 씨는 실제 결혼 준비를 해나갈 때 생각만큼 일이 쉽지 않음을 알게 됐다. 그녀는 예식장과 소위 ‘스드메’라고 불리는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업체를 고를 때 가장 고민이 많았다. 사실 김지영 씨 부부는 스튜디오에서 따로 사진을 찍기보다 결혼식 당일의 사진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고 드레스, 예식장도 굳이 화려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부모들의 생각은 그렇지 않았다. 그녀는 “부모님 입장에서는 아들, 딸의 행복한 결혼을 하객들에게 보여주고, 식사 대접도 잘 하고 싶고, 또 어느 정도 격식을 갖춰야한다고 생각하셨나봐요”라고 말했다.

김지영 씨 부부는 ‘양가 부모님의 의견을 잘 수렴하면서도 과하지 않은 곳이 어디 있을까’를 생각했다. 이를 위해 남편이 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물어보고 직접 발품을 많이 판 끝에 결국 결혼식은 싸고 좋은 곳에서 좋은 옵션들로 잘 이루어졌다. 물론 부부가 원하던 만큼의 작은 결혼식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결혼 전 스튜디오 촬영에서 비용을 많이 줄일 수 있었다. 요즘은 스튜디오 촬영 대신 셀프 촬영을 많이 한다고 한다. 김지영 씨 부부는 업체에서 장비를 빌려 직접 배경, 옷 등을 준비해서 결혼사진을 찍었다. 김지영 씨는 “이런 알뜰한 결혼식 과정에서 비용도 줄이면서도 재미있는 추억까지 챙겼어요”라고 말하며, 그녀 주변에 있는 예비부부들에게 자기들의 방법을 추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혼식장, 예단을 제외하고 나머지 부분은 부부에게 맡겨졌다. 김지영 씨와 남편은 결혼 예산을 짤 때 항목을 나누고 남들에게는 필요하지만 자신들에게 필요 없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찾아보았다. 우선 예물에서 사치스러운 거품을 빼고 커플링 하나만 준비했다. 커플링은 18K로 약 80만원에 구입했다. 부부 모두 필요 이상으로 고급스러운 액세서리는 매일 하고 다니기 힘들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그는 깔끔한 스타일에 커플링으로 손색없는 반지로 예물을 대신했다.

부부의 새 보금자리인 신혼집은 남편 직장과의 거리를 고려해서 직장 근처 남산동 10평 남짓한 작은 원룸으로 정했다. 이곳은 에어컨, 세탁기, 냉장고, 침대, TV가 모두 갖춰진 ‘풀옵션 원룸’으로 별다른 혼수는 필요가 없었다. 가장 큰 비용이 든다는 신혼집도 전세 2500만원에 해결되었다.

그리고 신혼여행은 남편과 자신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국내 지역들을 돌아다니며 즐겼다. 김지영 씨는 “한 번뿐인 결혼이라 남들이 하는 모든 것을 하고 싶은 마음도 없잖아 있었죠. 하지만 남편도 그렇고, 저도 그냥 행복한 결혼식, 행복한 미래만 생각하니 불필요한 항목들은 자연스럽게 제외했어요”라고 말했다.

예비부부는 부부대로 양가 부모들은 그들대로 서로를 계산하고 마음 상하게 하는 일이 빈번해서 결혼은 이제 부담스러운 행사가 되어버렸다. 한 일간지의 간소한 결혼식 캠페인도 있었고 구청 결혼식 등 허례허식을 뺀 작은 결혼식 문화 운동도 있지만 소박한 결혼식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정착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김지영 씨는 예비부부들에게 이 한 마디를 꼭 하고 싶다고 했다. “결혼이 소박했다고 그 후 행복도 소박하지는 않아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