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방' 단속하자, 변종 '룸카페’가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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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방' 단속하자, 변종 '룸카페’가 퍼진다
  • 취재기자 조민지
  • 승인 2013.06.26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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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밀집지역에 새 탈선 무대로 '우후죽순'

노래방처럼 되어 있는 방에서 영화, 인터넷, 컴퓨터 게임, 노래 등을 '멀티풀'하게 즐길 수 있는 소위 '멀티방'의 청소년 출입이 법으로 금지되자, 청소년들이 '룸카페'라는 신종 업소로 발길을 돌려 모여들고 있다. 룸카페란 말 그대로 룸으로 된 카페로 일정한 돈을 내면, 여러 가지 먹거리를 골라 먹을 수 있는 푸드바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방에서 TV로 영화를 보거나 보드게임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지난해 8월 문화체육관광부는 2010년부터 급격하게 늘어난 멀티방이 당초 목적과 달리 청소년들의 탈선을 부추기는 장소로 변질된다는 이유로 만 19세 미만 청소년들의 멀티방 출입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한 ‘영화 및 비디오물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을 개정해 시행했다.

이후 멀티방에 출입하고자 하는 청소년들은 보호자와 동행해야만 출입이 가능하게 되어 대부분의 고객층이 청소년들과 젊은 20대였던 멀티방 업주들의 반발을 사고 있지만, 정작 청소년들은 이 법에 대해 별로 개의치 않아하는 눈치다.

이들에겐 멀티방과 비슷한 형태의 ‘룸카페’라는 대안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멀티방에 대한 규제법이 만들어진 후 ‘룸카페’가 빠르게 청소년 밀집 지역에서 퍼지고 있다.

룸카페는 멀티방과 마찬가지로 외부와 차단된 룸에 TV와 매트리스, 쿠션 등을 제공한다. 하지만, 룸카페는 멀티방처럼 청소년 출입을 규제하는 법에 저촉되지 않고, 일반음식점으로 분류돼 룸카페 객실도 잠금장치만 없으면 문을 설치해도 무방하다. 청소년들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탈선 행동을 할 수 있는 장소다.

친구들과 거의 매주 주말마다 멀티방을 찾았다는 부산의 고등학생 조모(18) 군은 멀티방 출입이 제한된 후 룸카페를 일부러 찾아다닌다. 조 군은 “멀티방에 가도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는 없었어요. 그냥 어른들의 눈을 피해서 놀 장소가 필요했을 뿐이라서 멀티방을 간거죠. 멀티방이 최적의 장소였는데, 이제는 아쉽긴 하지만 룸카페가 있어서 별 차이 없이 놀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고등학생 강모(18) 양도 “멀티방과 가격은 똑 같은데, 룸카페는 완전 밀실이 아니라서 방음이 안되요. 노래만 안 부르면 되니까, 그래도 이만큼 편한 곳 없어요”라고 말했다.

룸카페는 1인당 6000원만 내면 2시간씩 머무를 수 있어 용돈이 많지 않은 청소년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룸카페가 어른들의 눈을 피할 수 있는 합법적인 청소년들의 아지트로 탈바꿈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곳을 찾는 주 고객층은 10대 청소년들과 20대 초반 대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부산 경성대 앞의 한 룸카페 알바생 최모(23) 씨는 “주말에는 특히 청소년들이 몰려와요. 안에서 뭘 하는지 알 순 없죠. 술을 몰래 사오거나 애정 행각을 해도 터치 못해요. 보지 못하니까요. 솔직히 학생들이 나간 후에 치우러 들어가면 가관이에요. 몇 번 술병을 발견한 적도 있어요. 불쾌하지만 어쩌겠어요”라고 말했다.

또한 최 씨는 손님이 나간 걸로 착각해 치우려고 들어갔다가 낯뜨거운 장면을 목격한 적도 있다. “저희 카페는 문이 커튼으로 돼 있거든요. 제가 착각해서 들어갔는데, 교복입은 학생 둘이 진하게 애정 행각을 하고 있더라구요. 너무 놀라서 후다닥 나왔는데, 혹시 다른 손님이 룸을 착각해서 들어 갔다가 저같은 상황이 생기면 어떡해요”라고 말했다.

부산 서면에서 멀티방을 운영하고 있는 한 업주는 “솔직히 법으로 단속하기 전에는 룸에서 술병을 발견할 때마다, 내가 청소년 탈선을 부추기는 것 같아서 좀 그랬는데, 지금은 심적으로는 홀가분해요. 그래도 법 제정 이후 먹고 살기가 힘들어진 건 사실이에요”라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룸카페마저 법으로 규제해야한다는 의견에 대해, 한 청소년은 “우리는 그럼 어디서 놀아야 하냐”며 “탈선을 하는 아이들 때문에 단순히 놀 공간이 필요한 우리까지 피해를 봐야하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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