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면 대박, 실패하면 쪽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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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면 대박, 실패하면 쪽박
  • 취재기자 홍승호
  • 승인 2013.06.24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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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방의 선물’ 투자자가 말하는 영화 흥행 이야기

"예승아! 예승아! 금방 갈게. 아빠, 금방 갈거야!"
"언제 올 건데! 그냥 내일 와!"
이것은 올해 초 대한민국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던 영화, ‘7번방의 선물’의 한 장면이다.

▲ 영화 7번방 선물의 포스터

전 국민을 감동의 물결로 장식한 ‘7번방의 선물’이 영화로 탄생되기 위해서는, 먼저 시나리오가 있어야 한다. 그 시나리오를 중심으로 감독이 결정되고, 배우들이 섭외되고, 스텝들이 모인다. 그래도 영화 촬영은 시작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누군가 돈을 투자하지 않으면 영화 제작은 한걸음도 나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충무로에서는 영화 제작의 중심에는 영화 투자자가 있다고 한다. ‘7번방의 선물’ 투자자 중 한 명인 여한구 대표를 시빅뉴스가 만났다. 그는 영화 투자 전문 회사인 캐피탈원(Capital One)의 대표다.

사실 ‘영화 투자자’라는 직업이 일반인에게는 생소하다. 일반인들이 영화를 보고 떠올리는 사람들은 감독, 작가, 배우가 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정적인 투자가 이루어질 때, 영화는 순조롭게 만들어 질 수 있다. 그래서 영화 투자자의 역할이 영화제작자보다 더 중요해지고 있는 추세다. 여 대표는 “영화를 만드는데 제일 중요한 사람은 영화 제작자들입니다. 그런데 보통의 상업영화가 40억에서 50억원의 자금이 들어 가다보니, 투자도 정말 중요하죠”라고 말했다.

그는 흥행 가능성이 있는 영화에는 10억 이상을 투자하고, 가능성이 약한 영화에는 3억 원 정도를 투자한다. 영화 투자도 다른 투자와 마찬가지로 배팅이다. 성공하면 대박이고, 실패하면 쪽박이다.

그에게 남다른 투자의 감이 있을까? ‘7번방의 선물,’ ‘건축학개론,’ ‘은교,’ ‘반창꼬,’ ‘신세계,’ ‘몽타주’ 등의 한국 영화들은 전부 여 대표 회사가 10억 원 이상을 투자한 작품들이다. 서울대 경제과 출신이라는 영화계 최고 학벌이 혹시 치밀한 경제학적 계산에 의한 투자를 가능하게 한 것은 아니었을까? 하지만 그는 “관객이 공감하고 같이 즐기고 느낄 수 있는 이야기, 그리고 그런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의 실력, 감독, 배우, 제작자. 여기에 개봉 시기의 사회 분위기를 종합적으로 고민해서 결정하지요. 물론 이런 종합적인 사고를 ‘감’이라고 볼 수 있을지도 모르지요”라고 말했다.

그의 회사가 투자한 영화들 중, ‘7번방의 선물’은 처음에 영화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지 못했다. 왜냐하면 스토리가 비논리적이고 환상적인 점, 그리고 대중이 선호하지 않는 장애인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 대표 회사는 이 영화의 전체 예산 60억 원 중 15억을 투자했다. 그가 거금을 투자한 이유는 ‘눈물’이었다. 그는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눈물’이 흐르는 경우는 드문데, 이걸 읽고 가슴이 멍해지도록 울었어요”라고 말했다.

그가 잡은 감, ‘눈물’ 코드는 대성공이었다. ‘7번방의 선물’은 올해 한국 영화 중 1280만 명이라는 최고의 관객을 움직인 흥행 영화가 되었다. 이와 더불어 그의 회사는 50억 원이라는 거금의 수익금도 챙겼다. 여 대표는 “우리가 예상 외로 수익을 올리자, 동종 업계의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그런데 여 대표에게 성공적인 투자의 감은 결코 운이 아니었다. 그의 최근 약진 뒤에는 실패의 쓴 맛이 있었다.

여 대표는 2000년 5월부터 대우의 영화사업부 부장으로써 영화 투자 업무 책임자로 일했다. 2007년 말, 회사를 퇴직한 그는 업무 경험을 살려 영화 투자자로 나서기로 결심했다. 그가 투자한 첫 작품이 ‘노랑머리’다. ‘노랑머리’는 첫 작품치고 사회에 영화 검열의 논란을 일으키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첫 작품 성공의 자만심 때문이었을까? 그는 이후 여러 편의 작품에서 연달아 흥행에 참패했다. 여 대표에게는 뼈아프지만 값진 경험이었다. 그는 “쉽게 얻으면 쉽게 잃게 된다는 것, 고생 끝에 이루어진 것만이 성공할 수 있다는 것, 실패의 과정에서 그런 교훈을 얻었죠”라고 말했다.

그는 공포물을 제외한 모든 장르의 영화를 다 좋아한다. 특히, 그는 “사는 이야기, 함께 어울려 사랑하고, 다투고, 화해하고, 울고, 웃는 이야기. 그런 인간적인 이야기를 제일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의 최종 목표는 현역으로 80세까지 일하는 것이다. 여 대표는 “임권택 감독님도 70대 후반이고. 작년에 개봉된 ‘후궁’의 제작자인 황경성 사장님도 70대 중반이거든요. 내가 좋아서 택한 이 길에서 끝까지 일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무엇을 하든지 열심히, 그리고 성실하게 하다보면 기회는 온다고 봐요. 포기하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길을 갈 수 있다면 그것도 행운이겠죠?”라고 덧붙였다.

현재 여 대표는 영화계에서 대기업 자본의 횡포로부터 영화 창작가 집단의 이익을 보호하는 일, 영화 불법 다운로드 방지, 영화 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책 연구 및 집행 등 영화 산업 진흥을 위해 노력 중이다.

그는 ‘감’이 잡히는 개봉 예정작들인 ‘감시자들,’ ‘변호인,’ ‘숨바꼭질,’ ‘남자가 사랑할 때’ 등에 투자하고 극장이 무너져라 몰리는 관객을 보는 꿈에 젖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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