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퍼 모델 기술로 창업한 20세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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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퍼 모델 기술로 창업한 20세 청년
  • 취재기자 김영우
  • 승인 2013.06.21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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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디자이너 김도엽 씨, "남대문, 호랑이 등 표현 못하는게 없다"
▲ 김도엽 씨가 디자인한 늑대(사진: 김영우 취재기자).

왼쪽에 보이는 늑대는 무엇으로 만들었을까? 어린아이 상반신 크기의 모형이 서 있으려면 재료가 단단해야 할 텐데, 모형 안은 텅 비어있고 겉은 종이로 되어있다. 이렇게 동물원에서나 볼 수 있는 늑대를 종이만으로 실제 늑대처럼 입체감과 생동감 있게 만드는 공작물을 ‘종이모형’ 혹은 ‘페이퍼 모델’이라고 한다.

종이모형은 이처럼 동물이나, 건물, 사람 등을 종이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종이모형의 핵심은 아무리 복잡한 대상이라도 펼쳐진 전개도로 풀어서 디자인하고 일반인들이 그 전개도대로 접으면 근사한 종이모형 사물이 되게 하는데 있다. 이런 종이모형을 누구나 쉽고 재밌게 만들 수 있게 전개도를 디자인하여 이를 시중에 파는 사업과 연결시킨 스무 살 청년이 있다. 종이 디자이너 김도엽 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 김도엽 씨(사진: 김도엽 제공).

김도엽 씨가 종이모형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초등학교 3학년부

터라고 한다. 그는 “엄마가 사온 종이모형을 만들어 봤는데, 그 재미에 푹 빠졌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내가 직접 종이모형 전개도를 만들어 보는 것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종이모형에 대해 공부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종이모형 전개도를 만들려고 하다 보니 디자인 공부에 관심이 생겼고, 그러다가 컴퓨터를 공부할 필요도 생겨 점차 제대로 된 종이모형 전개도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김도엽 씨는 원래부터 종이모형뿐만 아니라 남들이 해보지 않았던 것에 대한 호기심이 강했다. 그래서 호기심이 가는 것은 가리지 않고 도전했다. 그 결과, 그가 취득한 자격증만 해도 초등학교부터 현재까지 스킨 스쿠버, 심리치료사 자격증 등 40여 개가 넘는다. 이런 그에게 대학 진학만을 위한 고등학교 교육은 맞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배우고 싶은 것들을 위해 대학 진학 포기라는 결정을 하게 된다. 그는 대학 공부가 오히려 자신의 가능성을 좁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고 생각한다. 그는 “남들 다 다니는 대학교에 다니고 싶지 않았어요. 저는 입시 공부나 대학 공부를 할 시간에 제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더 좋았어요”라고 말했다. 이렇게 호기심 가는 것에 흥미를 가지고 붙잡고 늘어지는 그의 근성이 그를 종이모형 창업으로 이끈 원동력이라고 한다.

그가 종이모형으로 창업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작년 8월 일본에 다녀오고 나서부터이다. 일본 사람들은 취미로 하던 일을 창업으로 연결한 사례가 많다고 한다. 취미로 커피를 만드는 사람이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하여 카페를 차리는 경우처럼 말이다. 오직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공부하고, 연봉 많은 직업을 가지려고 애쓰는 우리나라 사람들과는 다른 모습이다. 한번은 그가 종이모형으로 회사를 창업한 일본인에게 수입이 얼마나 되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일본인의 대답은 수입 액수가 아니라 그냥 ‘행복하다’였다. 여기에 느낀 바가 있어 그는 ‘나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수입을 초월하여 행복하다고 느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종이모형으로 창업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종이모형은 여러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전시 효과가 있어서 외국에서는 유명 영화나 만화의 캐릭터, 그리고 각종 국대 무기 종이모형이 마니아 층을 형성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종이모형을 자르고, 접고, 붙이는 것을 통해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들에게 창의성, 인내심, 집중력을 증진시키는데 효과적이라고 한다. 외국의 경우, 창의성을 중요하게 생각하여 종이모형에 대한 수요가 많지만,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종이모형 회사가 단 세 곳밖에 없을 정도로 종이모형 자체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창의성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점차 커지면서, 최근 그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종이모형이 국내외적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은 산업이라고 김도엽 씨는 말했다.

그는 현재 종이모형 회사의 대표 직함을 갖고 있다. 자신이 상품을 디자인해서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상품을 팔 곳을 찾아 직접 발로 뛰어서 거래처를 만들고 관리한다. 이 모든 것을 스무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듯하다. 그는 “대기업은 일 따오기는 상대적으로 쉽겠지만, 자신과 같은 1인 기업은 직접 발로 뛰어야 해서 부산에 있는 오만 유치원도 다 가보고, 박물관도 가보고, 고객이나 거래처가 될 만한 곳은 다 가본 것 같다”고 말했다.

▲ 김도엽 씨가 디자인한 나비(사진: 김영우 취재기자).

그가 제품을 만들 때 가장 고민하는 것은 제품의 설명서를 어떻게 만드냐는 문제이다. 종이모형 전개도 구입자는 한 작품에 여러 개로 나뉘어 준비된 여러 전개도롤 별도로 제공되는 설명서를 읽으면서 공작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전개도와 설명서는 종이모델 사업에서 항상 같이 붙여 있게 된다. 김 씨에게 종이 모형을 디자인하고 만드는 것은 어렸을 때부터 늘 해오던 것이기 때문에 별로 어렵지 않지만, 새로운 제품을 만들면 그것을 보고 조형할 수 있는 설명서를 만드는 일은 전혀 새로운 과제였다고 한다. 특히 초보 구입자들은 설명서를 따라서 전개도를 조립하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제품을 만들 때마다 가족이나 친구를 불러 설명서대로 전개도를 조립하게 시켜본 다음에 어려워 하는 부분을 찾아 설명서와 전개도를 수정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어린 나이에 사업을 운영하다 보니 에피소드가 많다. 또래에 비해 많은 돈을 만지다 보니, 학창 시절에 친하지도 않았던 친구가 돈을 빌려달라고 하는 일도 종종 있고, 제품을 팔아야 하는 을(乙)의 위치에 있다고 해서 무시를 당한 적도 많다고 한다.

한번은 그가 어떤 회사에 제품을 소개하러 간 적이 있는데, 그 회사 사장이 대뜸 반말로 “비싸서 안 사!”라며 자리를 뜨려고 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 말을 듣자마자, 그도 “나도 같은 사장인데 그쪽에게 무시당할 이유가 없다. 나도 이런 회사와 계약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말하면서 자리를 나오려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그 사장이 젊은 사람이 패기가 있다고 하면서 거래가 성사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는 이런 정신은 군수 업체를 운영하는 큰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 김도엽 씨가 디자인한 숭례문(사진: 김영우 취재기자).

그는 이제 막 사업의 걸음마 단계를 땐 상태이지만, 그의 꿈은 크다. 아직 병역 미필인 그는 앞으로 군대를 다녀오고 난 후에 유럽으로 종이모형 사업을 확장하려고 한다. 그는 “제가 하고자 하는 게 이거(종이모형 디자인)고 ‘김도엽’이라고 하면 종이모형을 떠올릴 수 있을 만큼 디자인계에서는 최고가 되는 것이 제 꿈이에요”라고 말했다. 그는 진로를 걱정하는 젊은이들에게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것을 해보라고 권한다. 그는 “무엇을 하든 간에 자신이 진짜 좋아해야 할 수 있다. 돈을 바라지 않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 복이 굴러들어올 확률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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