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희망을 나르는 파일럿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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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희망을 나르는 파일럿이 되고 싶어요"
  • 취재기자 신혜화
  • 승인 2013.06.21 0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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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최초 중국 항공사 여성 기장 조은정 씨 특별 인터뷰

중국 '지샹항공'의 에어버스 320이 활주로 바닥을 박차고 힘껏 하늘로 날아오른다. 이륙의 순간을 알리는 시끄러운 엔진 소리에 그녀의 가슴이 뛴다. 한국인 여성 최초로 중국 지샹항공사의 기장이 된 조은정(40) 씨. 그녀는 스물아홉의 늦은 나이에 파일럿 꿈을 꾸기 시작했지만 절대 안된다는 주변의 만류에 부딪혔다. 하지만 절대 안된다는 말은 절대 없었다. 그녀는 서른아홉에 꿈을 현실로 이뤘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해보였다. 그 반전 드라마의 주인공, 조은정 씨가 시빅뉴스의 인터뷰에 응했다.

‘최고의 조력자는 부모님?’ 그 선입견을 뒤집었던 어린 시절

▲ 지난 6월 10일 경성대학교 누리소극장에서 ‘꿈과 도전’을 주제로 강연하는 조은정 기장(사진: 신혜화 취재기자).

“부모님하면 뭐가 떠오르세요? 아버지는 돈, 어머니는 밥이죠.” 조 기장은 이렇게 강연을 시작했다. 보통 사람에게 최고의 조력자는 부모님이다. 아버지는 자식들을 위해 돈을 벌고, 어머니는 식구들을 위해 집에서 매일 밥을 지어주신다. 하지만 그녀의 부모님은 그런 선입견을 뒤집는 방법으로 그녀에게 최고의 조력자가 되어주었다.

“아버지는 구두쇠라서 경제적 능력이 있었지만 저에게 단 한 번도 학비나 학원비를 내주신 적이 없어요. 어머니는 초등학교 때 병으로 일찍 돌아가셨구요. 그런 환경 때문에 저는 남들보다 더 일찍 자립심과 독립심을 가졌었어요.”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일에 대해서 늘 못한다고 야단치고, 뒤에서 잡아당기기만 했던 아버지가 원망스러웠다고 한다.

“비행기의 엔진 추진력이 크면 클수록 뒤에서 잡아주는 역추진력도 함께 커야해요. 그래야 안정적으로 착륙할 수가 있거든요. 돌이켜보면 아버지의 저런 역추진력이 있어서 제가 오기로 더 열심히 살았었고 그 결과로 더 높이, 멀리 날게 된 것 같아요.”

잘할 수 있고, 스스로 행복하게 만드는 일?

▲ 강연이 끝난 후, 조은정 기장은 학생과 다정하게 사진을 찍었다(사진: 신혜화 취재기자).

선천적으로 미술의 재능을 지녔던 그녀는 미술이 곧 자신의 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미대에 갔지만, 막상 대학교에 가보니 남들보다 창의력이 부족하다는 한계에 부딪혔다.

“대학에 가보니 저보다 잘하는 친구들이 너무 많더라구요. 그래서 해외에서 미술을 배우면 훨씬 나아질거라 믿고 3학년 때 일본으로 유학을 갔어요. 그 당시의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무작정 도망치려고 했던 거죠.”

일본에 머무르던 친구의 집에서 생활하며 아르바이트를 하고 어학원을 다녔다. 그러다 일본 학교를 다니려고 했는데, 학비가 비싸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상황에 처해지자, 그녀는 자신에게 처음으로 진지하게 질문했다.

“'너는 정말 미술이 하고 싶니? 정말 잘할 수 있니?'라고 제게 물어봤더니, 결론은 '자신이 없다'였어요. 여태껏 미술을 해왔지만 그 길은 제 길이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죠.”

그녀는 자신에게 또 다른 질문을 했다.

“'지금 너 스스로 잘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것, 스스로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어떤거니?' 그때부터 저는 미술을 단호하게 접고 주위를 되돌아보기 시작했죠.”

그러다 자신이 언어에 능력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래보다 영어를 잘해왔고 일본어 학원을 다니면서 일본어 실력이 금방 늘어서 늘 남들로부터 칭찬을 받아왔다. 그래서 자신도 몰랐던 그 능력을 살리기 위해 과감히 미술을 버리고 다른 길을 선택했다.

두려움을 극복해야만 변화가 찾아온다

“취업을 앞둔 대학생이라면 더욱 변화가 두렵죠. 저 역시도 변화는 늘 두려워요. 하지만 변화가 두렵다고 겪어내지 않으면 지금과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호텔에서 일을 하던 스물아홉, 그 때 그녀는 호텔 고객이었던 한 여자 기장을 보고 반해 처음 파일럿의 꿈을 꾸었다. 그후 그녀는 호텔리어에서 미국대사관 비서 일로 전직하게 되었다.

“늘 두려웠고 막연했죠. 호텔리어에서 미국대사관의 비서로 일할 때도 파일럿의 꿈은 두렵고 막연했어요. 끊임없이 저에게 잘하고 있는 건지 질문을 했었죠. 하지만 미래를 위해 당연한 일이고 내 일이라고 생각한 순간부터 어렵지 않았어요.”

미국대사관에서 3년을 일해서 모은 돈으로 서른 다섯 살에 미국으로 파일럿 교육을 받으러 유학을 갔다. 미국에서 파일럿 교육을 받고 난 후에 중국의 항공 학교 비행 교관으로 가야겠다고 결정을 내린 그 순간에도 두려웠다. “중국에서 숙식 제공도 해주고 돈도 많이 준다니까 생계 때문이라도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주위의 만류가 있었지만 1년만 고생하겠다는 생각으로 갔죠. 그런데 내일은 어떻게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더니 정말 그랬어요.”

그녀가 중국으로 간 후에 중국 경제가 갑작스럽게 발전을 하면서 덩달아 중국의 항공 산업도 발전하기 시작했다. 변화를 위해 두려움을 극복한 그녀에게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지금 미국의 동기들이 저를 부러워해요. '그때 너 따라갈 걸' 하면서요. 아직도 항공 학교에서 교관하는 친구도 있어요. 분명한 건 아무도 미래를 모른다는 거죠. 나 자신을 믿고 내 의지대로 내 소신껏 했기 때문에 저에게 그런 운도 따랐던 것 같아요.”

그렇게 그녀는 중국의 항공 학교에서 비행 교관으로 지내다 중국 항공사에 입사하게 되었고 마침내 꿈을 이루었다.

“꿈은 누구나해서 쉽게 가질 수 있는 것이라면 꿈이 아니에요 꿈이라 부르는 자체가 어렵고 힘들다는 말인거죠. 꿈을 위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두렵지 않았어요.”

절대는 절대 없다

그녀가 예전 '김미경 쇼'에 나갔을 때의 강연 주제가 ‘절대’였다. 보통 절대 다음의 수식어는 부정적이다.

“절대 안돼, 절대 하지마 등이 그렇죠. 제가 파일럿이 된다고 마음 먹었을 때도 그랬어요. 주변 사람들은 절대 안된다면서 넌 나이도 많은 데다가 항공대나 공군 사관학교 나온 사람도 파일럿되기 힘든데 너가 어떻게 되겠냐는 반응이었어요. 그래서 파일럿에게 직접 물어보고 돌아오는 대답이 같으면 포기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그녀는 그 당시에 호텔을 방문하는 미국인 파일럿이라면 가리지 않고 물었다. 자신이 파일럿이 될 수 있을 것 같냐고. 그들의 대답은 이랬다.

“why not? 왜 안되겠니? 그러더라구요. 그 답에 나는 확실히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졌어요. 명심해야 될 것은 내 인생은 내가 살아가는 거에요. 시도해보기 전에는 모르는 일인거죠"라고 그들은 말한다. 또 다른 사람에게 함부로 안된다고 하지 않았다.

”절대는 절대 없는 거죠. 내가 해 본 뒤에만 내가 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거에요. 내 가슴이 하는 말이 뭔지 귀 기울여 보세요. 가슴을 설레게 하는 일이 있다면 그 꿈의 엔진에 시동을 직접 걸어야죠.“

준비되어있지 않다면 올인하지 마라

누구나 꿈이 생기면 마음이 급해진다. 요즘 대학생들은 준비도 하지 않고 급하게 나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녀는 그런 그들에게 “꿈 깨라”고 말한다. 그녀는 파일럿이 되겠다고 결심한 순간 한국 내의 비행기가 있는 모든 곳을 다 찾아갔다고 한다.

“최근에 ‘YTN 글로벌 코리안’의 인터뷰를 하기 위해 한국항공대에 갔었는데, 감회가 새로웠어요. 12년 전 처음 파일럿 꿈을 가졌을 때 찾아갔던 적이 있거든요. 막연한 그 시기에 찾아갔던 곳이었는데 지금은 유니폼을 입은 파일럿으로 인터뷰를 위해 간 거니까 신기했죠.”

그녀는 준비를 위한 과정도 직접 경험하고 발로 뛰어가며 정보를 얻는 게 값지다고 한다, 실제로 파일럿이 될 것 같냐는 질문을 호텔에서 할 때도 100여 명의 파일럿들에게 직접 물었다. “다다익선이죠? 내 꿈에 대한 정보 수집은 많이 하면 할수록 좋은 거에요. 또 한꺼번에 다 뛰어넘으려 하면 다칠 수도 있잖아요? 저는 파일럿이 되기 위해서 계단을 여러 개 만들었어요. 첫 번째 계단은 미국 대사관에 들어가는 거였는데, 오산에 미국 공군부대가 있으니까 비행기를 탈 기회를 얻기 위해서 였구요. 두 번째는 미국에 유학 가는 것, 세 번째는 항공 학교 교관, 네 번째로는 중국 항공사. 이렇게 차근차근 계단을 올라가야 포기하지 않아요.”

다른 사람의 꿈을 대신 꾸지는 마라

“요즘 대학생들은 수강신청을 스스로 할 줄 몰라 부모님이 대신 해주는 경우도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웃자고 하는 소리라고 넘겼어요. 책 출판 후에 이메일로 학생들의 진로상담을 많이 받는데 우스갯소리가 아니더라구요, 부모님에 의지하는 대학생들이 정말 많았어요.”

그녀는 모든 학생들이 자신의 인생에서 기장이 되었으면 하건만, 부모님의 꿈을 꾸고 있는 경우가 너무 많다는 지적을 했다.

“본인이 원하는 게 뭔지 알아야만 그 꿈에 대해서 간절한 마음도 생기는 거에요. 다른 사람의 꿈을 대신 해서 꾸고 있는 것만큼 안타까운 건 없는 거죠.”

꿈을 넘어선 꿈

▲ 조은정 기장이 받고 펑펑 울었다는 학생의 메일(출처: 조은정 기장 블로그).

“엊그제 받았던 메일인데 자기가 고3인데 성적도 안좋고 너무 힘들어서 자살을 결심했대요. 그 직전에 청소년상담센터에서 제 책을 추천 받고 읽었는데 그제서야 꿈이 생겼대요. 그래서 몇 년이 걸리더라도 그 꿈을 이뤄보겠다고 하면서 저에게 이런 좋은 책을 내줘서 고맙다고 하길래, 저는 펑펑 울었어요.”

그녀는 자신이 꿈을 이뤘더니 자신이 또 다른 누군가의 꿈이 되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녀에겐 새로운 꿈이 있다.

“파일럿은 승객을 나르거나 화물을 나르는 의무를 갖잖아요. 저는 앞으로 이런 의무에서 벗어나 꿈과 사랑도 함께 나르는 그런 파일럿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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