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2차 TV토론, 난상토론 아닌 난장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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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2차 TV토론, 난상토론 아닌 난장토론
  • 취재기자 정혜리
  • 승인 2017.04.20 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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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들, "첫 번째에 비해 수준 떨어져... KBS 토론방식에 문제 있다" / 정혜리기자
KBS 주최 TV토론회에 참석한 (왼쪽에서부터) 정의당 심상정·자유한국당 홍준표·바른정당 유승민·더불어민주당 문재인·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사진: 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두 번째 대선 TV토론회가 19일 오후 10시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려 KBS를 통해 생중계됐다. 이번 대선 토론은 공식 선거운동 시작 후 처음으로 열리는 토론회로 별도 원고 없이 120분간 스탠딩으로 진행됐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국민의당 안철수·자유한국당 홍준표·비른정당 유승민·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첫 번째 토론에 이어 우리나라 안보와 경제 문제를 놓고 공방을 이어갔다. 각 후보가 9분 동안 토론하는 '총량제 토론' 방식에 난타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먼저, 안보 문제 “북핵을 저지할 우리 정부의 외교적 지렛대는 무엇이냐?”에 관해 문재인 후보는 “북한이 6차 핵실험 강행시 다음 정부 남북관계 개선이 불가능해지고 북한 고립이 더 심해져 체제 유지가 어렵다는 것을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며 5당 대표와 5명의 대선후보에게 분명한 입장 표명을 제안했다. 안철수 후보는 중국이 적극적으로 대북 제재에 동참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 후보는 북한 도발 문제 이유 중 하나가 “(중국의) 미온적 태도”라고 말했다. 홍준표 후보 역시 중국의 역할이 크다고 봤다. 홍 후보는 “북한과 미국의 극단적 대결을 막기 위해 중국 역할이 제일 중요하다. 중국이 북한 도발을 억제할 수 있다면 미국의 선제타격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유승민 후보는 더 강한 제재와 압박이 필요하다는 입장. “중국을 설득해 중국이 석탄 수입금지와 원유공급 중단을 포함해 북한에 제재와 압박을 더 강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상정 후보는 북한의 전략적 도발을 관리해야한다며 “중국과 미국이 한반도 평화보장 원칙을 천명하도록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 주제는 경제 문제로 넘어가 “조세를 정의하고 어떤 세목을 조정할 것인가?”에 관해 후보자들이 토론했다. 문 후보는 “고소득자 과세강화, 자본소득 과세강화, 법인세 실효세율 인상, 과표 500억 원 이상 대기업에 대한 명목세 법인세 인상 등으로 증세가 이뤄져야 한다”고 답했다. 안 후보는 “첫 번째 소득 파악이 중요하다”며 “둘째 누진제 적용이 중요하다. 많이 버는 사람이 많은 비율의 세금을 내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유 후보는 단계적 증세를 말하며 “소득이 더 많은 사람, 재산을 더 많이 가진 사람이 더 내는 원칙을 확실하게 지키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 후보는 대선후보들이 비용이 드는 정책을 내면서 증세 얘기를 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심 후보는 형평성과 세정 투명성이 필요하다며 “내가 낸 세금만큼 뭐가 돌아와야 하는데 나가는 것은 많고 돌아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홍 후보만이 부자감세를 말했는데 “우리나라 국민 상위 20%가 전체 소득세의 93%를 낸다”면서 “차라리 법인세 같은 것은 감세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 대선후보들은 첫 번째 토론보다 더 적극적으로 상대방에 질문 공세를 펼쳤는데, 질문은 주로 문재인 후보에게로 향했다. 문재인 후보는 다른 후보들에게 총 18개의 질문을 받았고, 안철수 후보가 14개, 홍준표 후보가 7개, 유승민 후보가 4개인 반면, 심상정 후보는 하나의 질문도 받지 못했다.

유승민 후보는 안보 문제에 관해 질문을 주도했다. 유 후보는 사드 배치 문제에 관해 “문 후보는 북한의 5차 핵실험까지는 사드 배치를 반대하다가 6차 핵실험을 하면 사드배치에 찬성한다고 했다”며 무슨 말이냐고 질문했다. 이에 문 후보는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고 중국이 제어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사드를 배치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 이어 “백악관도 사드 배치는 다음 대통령이 결정할 문제라고 했다”며 “다음 정부가 현명하게 국내의 절차적 정당성을 거치면서 미국, 중국과 충분히 외교적 합의를 해 안보와 국익을 함께 지키는 합리적 결정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철수 후보에게는 김대중 정부의 대북송금, 햇볕정책 계승 여부에 관한 질문이 쏟아졌다. 유 후보가 “대북 송금이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안 후보는 “공도 있고 과도 있다”며 “여러 문제가 있었지만 의도는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홍준표 후보의 “햇볕정책을 계승하느냐”는 물음에도 안 후보는 “공과가 있다”며 “그 중에서 대화를 통해서 평화해결이라는 방향은 동의한다. 지금은 대북제재 국면이다. 우리가 대북제재를 왜 하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답했다.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다.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의 '적폐연대' 발언에 대해 유승민 후보에게 평가를 요청하기도 했다. 안 후보는 “문 후보가 국민을 적폐라고 하고 있다는 해석밖에 할 수 없다. 거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유 후보는 "그것을 저보고 묻는 것이냐"며 "문 후보를 디스하면서?"라고 되물었다. 유 후보는 “국민을 적폐라고 할 수는 없다. 저는 (적폐세력이) 정치권 안에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의당에도 있고 자유한국당에는 많다. 더불어민주당에도 있고”라며 “바른정당에는 없다”고 답했다.

홍준표 후보는 최근 여성 비하 논란이 인 ‘설거지는 여자가 하는 일’ 발언을 해명했다. 안철수 후보가 “얼마 전 (홍 후보가) ‘설거지는 여자 몫’이라고 했다. 너무 심한 여성 비하 발언이다.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하자, 홍 후보는 너털웃음을 지었다. 곧바로 심상정 후보가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여자를 종으로 보지 않으면 그렇게 이야기할 수 없다”고 말하자, 홍 후보는 “나를 ‘스트롱맨’이라고 하니까 센 척하려고 한 말이다. 실제 집에 가면 설거지한다. 웃으라고 한 소리”라고 설명했다. 유승민 후보까지 가세해 훙 후보에게 “빨래 안 하고 설거지 안 하고 라면 끓일 줄 모르는 게 스트롱맨이냐” 되물었다. 여기에 심 후보의 “확실하게 사과 한마디하라”는 요구가 더해지자, 홍 후보는 “말이 잘못됐다면 사과하겠다”고 말했다.

유권자들은 이번 토론이 영양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네이버 아이디 jyb9****는 “사회자가 역할을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음. 주제 뽑기 등 나름 앞으로 정치에 대해서 토론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했는데 서로 깎아 내리기 바쁘기만 하고... 주제에서 벗어난 얘기에도 아무말 안하는 사회자.. 아직 어리지만 정치에 관심 있어서 대선 토론 시작부터 챙겨봤는데 실망스러웠음..”이라고 소감을 남겼다. 네이버 아이디 crom****는 “스탠딩 토론이라고 해놓고 카메라는 상반신만 찍고 있네, 굳이 서서 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댓글을 남겼다.

직장인 정미리(24, 부산시 부산진구) 씨는 “토론방식이 마음에 안 들었다”며 “지난번 토론보다 난잡했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시완(34, 서울시 성동구) 씨는 “모두 문재인 후보에게 몰려가서 공격하고 문재인 후보는 대답만 했는데 9분이 다 가는 것을 보니 그저 웃겼다”고 말했다. 대학생 배현석(27,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다음 토론은 내용면에서나 진행방식에서나 좀 더 나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다음 토론 일정은 오는 23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초청 대상 후보자 토론회 1차, 24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초청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후보자 토론회 순으로 열린다. 25일에는 JTBC 주관 후보자 토론회, 28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초청 대상 후보자 토론회 2차, 마지막으로 5월 2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초청 대상 후보자 토론회 3차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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