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복도 패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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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복도 패션이다
  • 하봉우
  • 승인 2013.01.16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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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일상에서 등산복을 입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등하교, 출퇴근길의 모습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야외는 물론이고 대학 캠퍼스, 심지어 도서관에서도 이 같은 등산복 패션이 자주 눈에 띈다. 그야말로 ‘등산복 패션시대’다.

술집과 노래방 등 젊은 층을 겨냥한 부대시설이 많아 주말은 물론 평일 밤마다 대학생들이 몰리는 경성대 앞 번화가. 가을을 맞아 대학생들 사이에는 바람막이 등산복이 대세다. 한 무리에 한 명 정도는 바람막이 등산복을 입고 있다. 한국해양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이준섭(24) 씨는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상의 한 벌 정도는 등산복을 갖고 있다”며 “등산복은 하나의 트렌드”라고 말했다.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 여러 체육시설 등이 있는 부산의 명소 온천천. 서로 손을 잡고 산책을 하는 학생 커플, 각종 체육시설이 모여 있는 곳에서 턱걸이를 하고 있는 중년의 한 남성, 열심히 조깅을 하고 있는 한 할머니 등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많은 이들이 등산복을 입고 있었다. 온천장에 거주하는 박순자(65) 씨는 “딸이 등산복을 선물해줬는데 슈퍼를 갈 때나 운동을 할 때 등 다양하게 입고 있다”고 말했다. 박씨는 “나와 나이가 비슷한 세대들도 등산복을 많이 입는다”며 “등산복을 입으면 한층 더 젊어진 것 같다”고 즐거워했다.

사람들이 등산복을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편하기 때문이다. 등산이나 산책을 할 때뿐만 아니라 잠시 외출할 때, 약속이 있을 때도 등산복을 즐겨 입는다. 부경대 해양스포츠학과 3학년 손정인(24) 씨는 “청바지를 입고 장시간 강의를 들으면 불편할 때가 많은데 등산복은 그렇지가 않다”며 “편한 복장으로 강의를 들어서 그런지 집중도 잘된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기능성면에서도 탁월하다. 착용감뿐만 아니라 통풍성도 좋고 땀 배출도 잘된다. 색상 또한 일반 옷보다 다양해 개성을 드러내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남구 대연3동에 거주하는 이상민(31) 씨는 평소 등산복을 즐겨 입는다. 이 씨는 “여름용 등산복은 통풍이 잘돼 땀이 잘 마른다. 겨울용 등산복은 일반 옷보다 훨씬 따뜻하다”며 “츄리닝보다 신축성도 좋고 디자인도 알록달록해 선호하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연예인들의 등산복 패션도 이런 분위기를 만드는데 많은 일조를 했다. 방송인 김제동은 지난 2월 미국 하버드대 강연과 토크 콘서트를 위해 검은 등산복과 운동화 차림에 배낭까지 메고 공항에 나와 사진기자들의 플래시 세례를 집중적으로 받았다. 아이돌 그룹 빅뱅의 지 드래곤도 최근 후드형 등산복에 카고 바지, 오렌지색 등산화를 신고 공항에 나타나 네티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 출연한 탤런트 이민호, 소녀시대의 윤아도 등산복 패션을 선보인 바 있다.
 

등산복이 부자간의 단절 해소에 도움을 준 사례도 있다. 부경대 해양바오이신소재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하문수(23) 씨는 등산복 때문에 아버지와의 관계가 돈독해졌다. 하 씨는 “등산복은 나이에 관계없이 입을 수 있다. 때문에 내가 산 등산복을 아버지가 입는 경우도 자주 있다”며 “그런 것을 계기로 아버지와 말도 한 마디씩 더 한다. 같은 옷을 입음으로써 무언가 하나로 연결된 느낌이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같은 등산복 패션이 늘 좋은 반응을 얻는 것은 아니다. 이름을 밝히기 거부한 한 여학생은 "남자 친구의 등산복 패션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남자 친구가 자신을 만날 때마다 등산복을 입고 와 민망했다"며 "영화를 보거나 고급 식당에 갔을 때는 솔직히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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