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과 음악을 같이 즐기는 재즈보컬리스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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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과 음악을 같이 즐기는 재즈보컬리스트가 있다
  • 이선민
  • 승인 2013.01.16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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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음악을 시작한 지 4년 만에 재즈 보컬리스트의 반열에 당당히 오른 이주미 씨는 그녀의 재즈 인생 이야기를 풀어내었다.
어렸을 적, 이주미 씨의 꿈은 작가였다. 초등학교 시절 글 쓰는 것을 굉장히 좋아했던 그녀는 각종 글짓기, 작문대회에서 큰 상을 휩쓸어 글솜씨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가 열세 살 때 팝 가수 머라이어 캐리의 뮤직비디오를 본 후로 그녀의 인생은 180도 바뀌었다.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사람의 시선을 압도하는 머라이어 캐리의 모습은 어린 그녀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 후로 그녀는 머라이어 캐리의 테이프을 사기 위해서 얼마 안되는 용돈을 매번 모았고 테이프에 들어있는 가사집이 낡고 헤질 때까지 노래를 따라 불렀다. 그렇게 그녀는 가수의 꿈을 꾸었다. 그녀의 음악 인생은 이렇게 열세 살 때부터 시작되었다.

인생 최대 선택의 기로에서 재즈를 만나다
올해 스물아홉 살인 이주미 씨의 재즈 입문 과정은 아주 특별하다. 그녀는 가수의 꿈을 품은 열세 살 때부터 독학으로 자신만의 창법을 익혀, 10여 년 동안 꾸준한 연습과 노력으로 부산예술대학교 실용음악과에 진학, 졸업했다. 그리고 2007년, 그녀는 가수의 꿈을 접고 그녀의 인생에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2007년, 그녀는 인기 대중음악 그룹인 ‘씨야’와 ‘브라운아이드걸스’의 메인 보컬자리라는 특별한 제의를 받았다. 그녀가 꿈꿔온 가수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망설였다. 계약서를 받아 든 순간, 당시 몸이 편찮으셨던 어머님부터 그녀가 살아온 음악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스쳤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 때, 가수가 되는 것이 자신의 길인지, 자유롭지 못한 대중음악의 틀 안에서 과연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을 할 수 있을지 등 많은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이 진심으로 원하고 추구하는 음악이 무엇인지를 수없이 고민했고 결국 재즈라는 답을 찾았다. 그녀는 “음악을 해 온 10여 년 동안 우물 안 개구리처럼 팝이라는 한 장르만 고집했던 저를 깨닫고 재즈에 눈을 뜨게 된거죠. 그 때, 저는 자유롭게 내 감정을 표현하고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음악인 재즈가 내 길이라고 생각했어요”라고 말했다.
그 후로 그녀는 재즈 보컬리스트라는 새로운 꿈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재즈 인생 첫 고비
음악만을 바라보고 달려온 이주미 씨는 재즈 보컬리스트로서의 첫 무대를 갖고 재즈가 자신의 길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는 자신의 첫 무대를 재즈 보컬리스트 웅산 씨의 말을 빌려 관객들 앞에서 발가벗겨져 서있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무대에서 실수를 한 것도 아닌데 그녀는 사람들이 비웃고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한동안 무대에 오를 수 없었다. 그녀는 “재즈는 곡의 밑바탕부터 깊은 이해를 하지 않으면 꼭 어른이 동요를 부르거나, 아이가 트로트를 부르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는데, 내 첫 무대가 딱 그 느낌이었죠”라고 말했다.
첫 무대의 충격적인 느낌을 잊지 못한 그녀는 아직까지도 첫 무대 날짜를 기억한다. 그런 그녀를 더욱 힘들게 한 것은 재즈 보컬리스트들은 자신만의 프라이드가 너무 강해서 힘들어도 서로 조언을 구하지 않는다는 현실이었다. 이러한 환경에 그녀는 더욱 힘들었지만 그럴 때마다 재즈에 더 다가서고 부딪혔다. 그녀는 “아픈 만큼 성숙한다는 말처럼 큰일을 겪고나니 웬만한 어려움은 그냥 지나쳐지게 되더라구요”라고 말했다.

잊지 못할 일본 쿠마모토 공연
그녀는 현재 부산과 서울을 오가며 매주 재즈 클럽에서 공연을 한다. 또, 일본 후쿠오카, 쿠마모토 등의 재즈 클럽을 순회하며 3년 째 공연 투어를 하고 있다. 이미 일본의 재즈 매니아들 층에서 이주미 씨는 유명인사다. 일본의 ‘닛신신문’에는 그녀가 활동하고 있는 재즈 밴드의 기사가 실렸고, 일본 NHK방송에선 그녀의 재즈 공연 모습이 방영되기도 했다.
이런 그녀가 재즈 인생 중 잊지 못할 공연으로 쿠마모토 공연을 꼽았다. 쿠마모토는 마을사람들 대부분이 중장년층인 아주 작은 시골마을이다. 쿠마모토에서의 공연을 마치고 관객들과 함께하는 ‘잼’ 시간을 가진 그녀는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잼’은 재즈 공연에서 재즈 밴드의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이 즉흥적으로 악기와 노래를 연주하거나 부르는 시간이다. 쿠마모토 공연 당시 ‘잼’ 시간, 모자를 쓴 나이 지긋하신 할아버지의 콘트라베이스 연주와 아주 왜소한 아주머니의 힘찬 색소폰 연주가 흘러나왔다. 그녀는 “어떻게 그 작은 시골마을 사람들이 그런 악기들을 멋지게 연주할 수 있는지, 상상도 못했던 모습에 정말 깜짝 놀랐어요. 공연하러 갔다가 관객들 공연에 매료되긴 처음이었죠”라고 말했다.
한국에선 하지 못한 경험이라 흥분되고 놀라우면서도, 그녀는 한편으로 씁쓸함을 느꼈다. 그녀는 한국에서도 재즈 문화가 널리 알려져서 관객과 뮤지션 간의 자유로운 음악적 공유가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관객과 하나됨을 꿈꾸는 그녀
재즈 보컬리스트의 꿈을 이룬 이주미 씨의 또다른 꿈은 관객과 하나되는 공연을 하는 것이다. 그녀는 재즈의 여제라고 불리는 다이안 리브스의 공연을 보고 나서 이런 꿈을 꾸게 되었다. 그녀는 다이안 리브스는 관객과 100% 소통하는 재즈 보컬이며, 재즈음악에도 스윙, 보사노바, 펑키 등 다양한 장르가 있는데, 이 모든 분야를 소화해 낼 수 있는 유일한 재즈보컬이라고 설명했다. 화장이 다 번질 정도로 땀을 뻘뻘 흘리며 혼신을 다해 노래를 부르는 다이안 리브스의 모습에, 그녀는 존경심과 함께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녀는 “공연 때마다 노래를 잘하려고 했지, 관객에게 열린 마음으로 다가간 적이 없었어요. 관객들이 좋아하는 곡을 했을 때, 관객이 주는 에너지를 내가 즐기는 것도 짜릿하다는 것을 느꼈죠”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재즈는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장르가 아니다보니, 사람들은 재즈를 많이 어려워하고 쉽게 다가오려고 하지 않는다. 이것이 그녀가 앞으로 아프리카 음악과 브라질 삼바와 같은 음악을 혼합한 ‘아프로큐반’이라는 장르의 음악을 하고 싶은 이유다. 아프로큐반은 흥이 많이 나고 쉽게 리듬을 탈 수 있어 사람들도 재즈를 색다르게 또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프로큐반이라는 재즈 장르를 통해 관객과 소통하고 싶다는 그녀는 “관객의 수는 상관없어요. 관객이 많든 적든 저는 관객과의 소통을 최고로 여기고, 그들과 함께 호흡하고 에너지를 나누는 공연을 할 거에요”라고 말하며 앞으로의 목표를 다시 한번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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