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도 부담"...최순실 사태에 소비자 지갑 닫고 경제는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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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도 부담"...최순실 사태에 소비자 지갑 닫고 경제는 빨간불
  • 취재기자 박신
  • 승인 2016.12.17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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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심리지수,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최저..."경제 리더십 실종에 경기 실종," 상인들 한숨 / 박신 기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인한 국정 혼란이 장기화됨에 따라 우리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경기 침체가 계속되는 와중에 이번 사건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지갑은 더욱 굳게 닫혔다. 부산 남포동 먹자골목에서 장사하는 기유복 씨는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이후로 손님이 뜸하다. 다들 먹는 거나 옷 같은 걸 사는 데 신경 쓸 겨를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100이하로 떨어진 지난 11월 소비자심리지수(CCIS). 2003∼2015년 CCSI의 장기평균치를 기준값 100으로 해 100보다 크면 장기평균보다 낙관적임을,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임을 의미한다(자료: 한국은행, 본지제작).

한국은행이 지난 11월 25일 발표한 ‘2016년 11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1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 Consumer Composite Sentiment Index, 가구별 경기 관련 지표를 합성한 종합적 소비심리지표)는 95.8로 10월 101.9보다 6.1포인트나 떨어졌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2009년 4월 94.2를 기록한 이후 7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소비자심리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크면 낙관적인 전망이 많고, 그 이하면 비관적인 전망이 많다는 뜻이다. CCSI는 지난 7월 이후 100 이상을 유지해오다가 5개월만에 100 아래로 내려 앉았다. <아시아 경제>의 11월 25일 보도에 따르면, 주성제 한은 경제통계국 통계조사팀 과장은 "트럼프 후보의 미국 대통령 선거 당선과 최근 발생하는 국내 정치 상황 등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소비자심리지수가 대부분의 항목에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최근 시장의 분위기도 이 같은 수치를 반영하고 있다. ‘MK News’의 11월 28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 26~27일 롯데백화점 전체 점포 매출은 지난해 11월 28~29일(전년 같은 요일 기준)과 비교해 4.7% 감소했다. 촛불집회로 교통이 통제된 롯데백화점 서울 소공동 본점의 지난 26일 하루 매출은 지난해 11월 28일보다 11.1%가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26~27일 토·일요일 매출을 합산하면 전년 대비 8.2%가 빠졌다.

여러가지 세일행사를 진행 중인데도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영향으로 한산한 부산 서면NC백화점(사진: 취재기자 박신).

부산의 경우도 비슷하다. 부산경제진흥원 경제동향 분석센터 책임연구원 김혜림 씨는 “현재 전반적으로 부산 경제 상황이 좋지 않으며 향후 경제 전망 역시 밝은 편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부산 서면 NC백화점에서 남성의류를 판매하고 있는 김모 씨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이후로 매출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다. 특히 매주 토요일은 서면에서 집회가 진행된다. 그렇기 때문에 주변도로가 전부 통제되어 손님들이 더욱 없는 상황이다. 김 씨는 “백화점 내 분위기도 많이 침체돼 있다. 여기서 일하는 직원들도 국민이다 보니 일할 맛도 잘 나지 않는다”고 전했다.

NC백화점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김윤희 씨 역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이후로 매출이 줄어들었다며 “사건 이후로 백화점 내 유동인구도 많이 줄어들고 집회를 하는 토요일에는 다른 날과 비교하면 매출이 더욱 떨어졌다”고 말했다.

부산 남포동의 상황도 서면과 크게 다르지 않다. 롯데백화점 광복점에서 여성의류를 판매하고 있는 도모 씨는 메르스 때부터 계속 매출이 떨어져서 계속 안 좋은 상태였다며 이번 사건 이후로 매출이 작년 대비 50%정도 떨어졌다고 말했다. 도 씨는 “의류는 겨울이 단가가 세어서 겨울철 판매가 중요한데 최근엔 거의 점포만 지키고 있는 수준”이라고 혀를 찼다.

작년 메르스 때부터 떨어진 매출은 계속해서 회복이 되지 않고 있다. 지하쇼핑센터 상인들은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까지 거듭된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박신).

남포지하쇼핑센터의 분위기도 좋지 않다. 지하쇼핑센터에서 가방을 판매하고 있는 이모 씨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이후 매출이 전년도 대비 30%정도 줄었다며 “여기는 아무래도 백화점 하고 지하로 연결돼 있다 보니 백화점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사건 이후로 사람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남포동에서 귀금속을 판매하고 있는 선모 씨는 최근에는 손님들 대부분이 가게를 둘러보기만 하고 나간다고 말했다. 선 씨는 “나라가 시끄럽다 보니 사람들이 돈쓰는 걸 조심스러워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남포동 시내에 있는 식당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남포동의 한 식당주인은 “우리 집은 원래 소문난 집인데도 장사가 잘 안된다. 최근 악재가 계속 돼서 힘든 상황에 이번 사건으로 더 안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처럼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에 의해서 많은 상인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의 경기상황도 그렇게 밝지만은 않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1월 향후 경기판단CSI(소비자동향지수)는 64로 전월에 비해 16포인트 하락했다. 2009년 3월의 64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이는 앞으로 6개월 뒤 경기상황이 현재보다 악화될 것으로 보는 소비자가 큰 폭으로 늘었다는 의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비자들 역시 돈 쓰기에 조심스럽다. 주부 양덕연(47, 부산 동구) 씨는 “요즘 누굴 만나든 시국에 대해서 이야기하다 보니 다른 것들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그래서 요즘엔 밖에서 외식하는 것도 조심스럽다”고 전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서 경성대 경제금융물학부 김종한 교수는 대외적으로 일어나는 변화에 따라 정부가 적극적으로 움직여줘야 하는데 최근 최순실 사건 때문에 국정이 거의 마비됐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어느 때보다 리더십이 중요시되는 시기인데 경제적 리더십이 없다는 것은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위기 업체에 대한 구조개혁이나 경기를 살릴 수 있는 적절한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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