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배우고 싶은 학문, 우리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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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배우고 싶은 학문, 우리가 지켜보자!”
  • 김지현
  • 승인 2013.01.16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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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내 인문학의 위기를 말하다

 

취업률이 대학평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취업이 잘 안되는 인문학과들의 입지는 그 어느 때보다 좁아지고 있다. 교육당국의 대학평가에서 취업률 비중을 높여 이를 기초로 정부지원금 규모를 결정하자 대학들이 당장 성과가 나지 않는 인문학을 포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의 교육정책이 오히려 교육의 근간을 뒤흔든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대학들은 학과통폐합으로 이를 보여주고 있다.
 

올 해 인제대학교 인문학부에서 동의대학교의 신문방송학과로 편입한 오지원(23) 씨는 “학과 교수님들조차 인문학부에서 전공을 살릴 수 있는 학생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며 복수전공을 필수로 하거나 전과를 하라고 하셨다. 교수님들의 이러한 태도는 학생들로 하여금 전공학문에 대한 자부심을 떨어트린다. 반 이상이 복수전공 혹은 전과를 했고 나 또한 편입이라는 길을 택한 이유이다. 현실이 이렇기에 어쩔 수 없었다” 며 한숨을 토했다.

몇 년 전 고려대 문과대 교수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인문학 선언문’에는 ‘무차별적 시장논리와 효율성에 대한 맹신이 팽배한 우리 사회에서 인문학은 존립근거와 토대마저 위협받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는 구절까지 나온다.
 

23년 동안 국문학을 가르치고 있는 경성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이광호 교수는 하나의 학문이 해결하지 못하는 것들이 많다며 학과통폐합에 대해서 부정적 입장만은 아님을 밝혔다. 하지만 실제적으로 학문의 통합이 아닌 학과의 통합일 뿐이라고 했다. 개별적 학문의 발전은 없고 그저 통합만 해버리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학생들이 길을 못 찾고 있다" 며 인문학도와 교수들이 변해야 한다고 했다. “학생들 자체가 자신의 학문에 대한 자부심이 사라져 가는 것 같다. 교수들 또한 변화해야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제자리걸음만을 하며 논문쓰기를 게을리 하고, 아예 쓰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며 변화는 당사자들이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이공계의 기능과 인문대의 철학이 합쳐지면 엄청난 능력이 된다. 오히려 콘텐츠는 인문학이 더 무한하다. 하지만 사회적, 또 학문적 융합이 잘되지 않고 있고 이에 대한 지원도 부족하다” 며 다른 학문과의 융합을 통합 인문학의 역량은 엄청나다고 말했다.

막연하게 인문학의 존폐위기를 말하는 인문학과에 대해 정곡을 찌르는 의견도 있다.

철학저술가 탁선산 씨는 ‘인문학의 위기’ 를 주제로 한 MBC 100분 토론에서 “지금 한국의 인문학도 들은 학부는 한국에 서 나오지만 석·박사과정은 대부분 외국에서 밟는다. 인문학 학사 학위만으로는 취직이 안 되는 이유도 있지만 결국 외국에서의 과정을 더 알아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본적 원인은 한국의 규모로 봐서 인문학도의 인원이 많다는 것이다. 외국 석·박사 과정을 밟고 돌아오면 대부분이 시간강사를 하거나 실업자가 되어 버린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어떤 전체적인 통계라든가 예측이라든가 이런 것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단순히 눈에 보이는 인문학도 학생들이 줄어든다, 인문학도들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며 이것이 위기다. 라는 주장들은 설득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고 했다.
 

인문고전 읽기의 중요성을 알린 책 이지성의 ‘리딩으로 리드하라’ 에서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페이스북 창시자 마크 주커버그는 그리스 라틴 고전을 원전으로 읽는 것이 취미다. 스티브 잡스 또한 인문고전을 즐겨 읽으며 그것에서 창조의 아이디어를 잉태했다. 일본의 소프트뱅크 리더 손정의 또한 대학 시절 손자병법을 수없이 읽었다. 세계를 주름잡는 리더들은 자신들의 성공비결이 인문학 리딩에 있음을 강조한다” 고 말했다. 인문학을 통해 배운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성찰이 결국은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는 역량을 발휘하게 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외국의 경우 ‘인문학적 접근’ 바람이 불고 있다. 세계적인 기업인 애플·페이스북은 연이어 인문학도 인재들을 등용하고 있다. 사용자환경 개발에 ‘인간에 대한 관찰·이해’ 를 필수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은 최근 인문학도 5000명을 뽑기도 했다. 이는 스트리트뷰 논란 등 ‘엔지니어 위주 문화’ 의 반작용으로 보고 있는 의견이 많다.
 

이런 기사를 접한 제주대학교 윤리교육과 고원정(23) 씨는 “기사를 접한 처음 심정은 단순히 부러움 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다른 학문과의 융합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외국에 사례에서 희망을 본다 ” 며 정부의 교육정책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의식이 바뀌고, 대학과 인문학도들이 열정을 가지고 변화하고, 학과들이 위기들에 대한 확실한 방안을 정비한다면 충분히 인문학은 다시 부활하고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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