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대학'이 '진짜 대학'의 존재 이유를 따져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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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대학'이 '진짜 대학'의 존재 이유를 따져 묻다
  • 부산광역시 김수정
  • 승인 2016.12.07 22:39
  •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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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인생들이 만든 가짜 대학 소동 다룬 영화 <어셉티드(Accepted)> / 부산광역시 김수정
(사진: 영화 <어셉티드> 포스터)

영화 <어셉티드>는 2006년에 개봉된 영화다. 무려 10년 전 영화라니, 당연히 촌스러운 옛날 영화일 거라 생각했던 예상을 뒤집고, 90분이라는 시간 동안 너무 즐겁게 보고 정말 재밌었다는 말이 저절로 나오는 영화였다.

<어셉티드>의 주인공인 바틀비 게인스는 친구들로부터 ‘B’라고 불린다. B는 고교 졸업 후 8개 대학에 지원했지만, 모조리 불합격하고 만다. 이후 B가 선택한 것은 바로 가짜 대학 합격증과 가짜 대학 웹사이트를 제작하는 것이었다. 처음에 B는 단순히 부모님께 보여드리기 위해 친구인 글렌을 통해 위조된 합격증과 클릭 한 번으로 합격이라는 문구가 뜨는 대학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하지만, 거짓말은 한 번 하면 더 부풀게 마련. 그는 비슷한 상황의 불합격 동지들과 함께 건물까지 갖춘 가짜 대학을 그럴싸하게 ‘창조’해 낸다.

B는 같은 처지의 친구들과 함께 땅을 사고 그곳에 가건물로 가짜 대학을 만들어 놓고 가족을 깜박 속아 넘어가게 한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바로 그때부터였다. 글렌이 만든 웹사이트에 대학에 떨어진 무수히 많은 사람이 클릭했고, 그렇게 사람들은 ‘사우스 하몬 기술대학교’라는 가짜 대학에 합격하게 된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B는 자신이 만든 가짜 대학의 합격자 모두에게 사실을 밝히려고 한다. 그러나 이 대학에 합격한 이들은 모두 사회에서 낙오자로 취급받던 사람들이었다. 주의력 결핍과 같은 장애가 있어 부모에게 단 한 번도 칭찬을 받지 못했던 이도 있었다. 그는 “제가 부모님께 이 대학에 합격했다는 말을 했을 때 부모님께서 제 인생 처음으로 저를 자랑스러워하셨어요”라고 말했다. 어느 누가 이런 사람 앞에서 사실을 밝힐 수 있을까. 결국, B와 B의 친구들이 만들어 낸 이 가짜 대학은 B의 가족을 시작으로, 많은 합격자를 속이며 대학이라는 모습을 이어나가게 된다.

물론, 사우스 하몬 기술대학교는 진짜 학교가 아니기에 어딘가 허술했다. 교수도 없고, 전공 수업도 없다. 성인이 된 학생들이 그저 파티를 즐기고 노는 모습이 사우스 하몬 기술대학교의 일상이었다. B는 이왕 대학을 만든 김에 제대로 된 대학의 모습을 갖추고 싶었고, 그렇게 그의 학교는 학생이 하고 싶은 것을 학생이 교수가 되어 이끄는 형식의 커리큘럼을 갖춰 간다. 이후, 학생들은 자신을 위한 학습법을 찾아 꿈을 키워 나간다.

이 영화는 단순히 사회 낙오자들의 사기극을 보여주려는 것이 아니다. 10년 전에 개봉된 영화임에도 우리의 현실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다. 우리가 10대 시절 주입식 교육을 받으며, 시키는 대로 공부해서 온 대학이지만, 여전히 우리는 시키는 대로 학습하고 있다. 우리에게 대학은 우리의 꿈을 펼치고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공간이 아니다. 그저 더 나은 일자리로 우리를 연결해주는 구직의 통로로 작용하고 있을 뿐이다.

이 영화에서 B와 그 친구들, 그리고 다른 학생들은 모두 'B'급 인생을 살고 있었다. 어쩌면, B급보다도 못한 인생이라고 손가락질 받았을지도 모른다. 놀고 싶고, 공부하기 싫고, 하고 싶은 것이 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우리는 남들보다 뒤처진다며 혼난다. 낙오자라는 낙인이 찍히게 된다. 과연, 남이 시키는 대로의 인생을 살며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지 못한 채 살아가는 사람과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즐겁게 사는 사람 중 누가 낙오자일까?

사실, 정답은 없다. 둘 다 낙오자일 수도, 혹은 둘 중 누구도 낙오자가 아닐 수도 있다. 이 영화를 통해, 진정으로 우리가 살면서 배워야 할 것이 무엇인지, 배우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영화를 보면서 웃고 있었지만, 한 편으로는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사우스 하몬 기술대학의 커리큘럼이 진정으로 대학이라는 곳이 갖춰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학에 오면, 내가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하고, 더 많은 나만의 시간을 가질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또 다른 경쟁 사회에 던져져 스펙을 쌓는 데 치중하고 있다. 그 속에서 진정으로 얻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헷갈릴 정도다.

공교롭게도 영화 속 영어명 ‘사우스 하몬 기술대학교’를 줄이면 우리말로 ‘사기대’가 된다. 우연이기는 하지만 기막히게도 ‘가짜 대학’이라는 말이다. 우리가 가짜 대학이라고 불렀던 그 학교에서 학생들은 어린 시절부터 꿈꿔왔던 것들을 자신의 실력과 전공과 관계없이 자유롭게 배우고 행할 수 있다. 과연, 이 대학이 가짜 대학인 것일까? 대학이라는 곳이 그저 좋은 직장으로 향하는 길이라는 의미에서 그친다면, 그 대학이 학생의 진정한 꿈을 찾게 해주는 가짜 대학보다 못한 존재는 아닐까. 나는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사는 B와 그 친구들을, 그리고 세상의 모든 B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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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도맘 2017-02-26 22:00:33
우리가 가짜 대학이라고 불렀던 그 학교에서 학생들은
어린 시절부터 꿈꿔왔던 것들을 자신의 실력과 전공과
관계없이 자유롭게 배우고 행할 수 있는 역설적인 곳이네요..

사기대? 2017-02-18 09:02:49
사기대 개드립 노잼요

달빛림이 2017-01-29 17:18:18
어셉티드.. 처음 접해보는 영화인데, 숨은 명작인 것 같네요. 꼭 찾아서 봐야겠어요! 좋은 영화 정보 담긴 기사 잘 봤어요!^^

나이스2204 2016-12-18 21:40:34
기억했다가 저도 꼭 챙겨보고 싶네요. 좋은 영화 같아요.

wlckd 2016-12-18 15:01:24
꼭 보고 싶은 영화네요